지금까지 제 심리카페를 찾아오셨던 분들 중에 특별한 경험을 갖게 해 준 분들이 있습니다. 그중 제 카페를 정리하면서 떠올려보다 보면 한 분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브런치 은상 수상을 하셨던 K씨였죠. 이 분이 저를 찾아왔었던 것은 연남동에 심리카페라는 공간을 만들고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었을 때였습니다. 심리카페에서의 생활에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였죠.
보통 제 카페에는 상담과 관련된 내용으로 연락들을 하시거나 찾아오시는데, K씨는 상담이 아닌 다른 이유로 제 카페로 연락을 하셨습니다.
도인종 작가님이시죠?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사장님이나 상담사님 또는 선생님이 아닌, 작가로서의 저를 찾아온 사람은 K씨가 처음이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저의 과거를 다시 소화시켜 주었던 분이었죠.
'그래, 나는 작가였어.'
네, 사실 저는 작가였습니다. 연남동이라는 곳에 심리카페를 만들기 전 네 권의 책 <섬세한 사람에게 해주는 상담실 안 이야기>, <섬세한 아이, 연두>, <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운 내>,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출간한 작가였죠. 그중 하나인 <섬세한 사람에게 해주는 상담실 안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인상이 깊어서 검색해 보시다가 제가 연남동에 심리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연락하셨던 것이었습니다.
K씨가 저에게 연락해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주신 데에는 제가 썼던 책들의 주제에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은 모두 '섬세한 성격의 사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 제가 전하고 싶은 책을 출간하고 싶어 <디어 센서티브(dear sensitive)>라는 1인 출판사를 만들어 직접 책을 쓰고 만들어 출간을 했었죠. 그때 출간했던 책을 누군가가 읽고 연락을 하는 것도 감사하고 특별한 일인데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하니 더 특별했었죠. 제가 쏟아부었던 작가로서의 시간을 인정받는 것만 같아 뭉클해지고 마음이 뜨거워졌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저에 관해 다시 알려주어서 고마웠었습니다.
당시 K씨는 섬세한 성격에 관해 궁금한 것도 많고, 물어보고 싶으셨던 것도 많으셨던 것 같아요. 제 심리카페에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껴지게 되는 것이 K씨도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계시구나였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행보를 해나가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계신 중이구나였습니다.
'섬세한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싶은 것은 단지 호기심과 궁금함이 아니시라는 것은 저에게 선물로 주신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브런치라는 곳에 글을 연재했던 것이 브런치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게 되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며 저에게 선물로 주셨죠. 표지에 저에게 전하는 말을 적어서요. K씨의 책 제목은 이렇게 됩니다.
엄마, 나는 걸을게요.
가벼울 수 없는 이유로 '섬세한 성격'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를 해야 되는 삶이 주어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알고 싶고 알아야 하는 이유가 강하게 있는 경우들이요. 그러한 모습은 제가 대학원 때 '섬세한 성격'에 관해 처음 접했을 때의 모습이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제가 힘들었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환경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절 더 힘들게 했던 것은 그 이유에 있었습니다. 제가 힘든 이유가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생각도 많고 환경에 영향도 많이 받고, 감정은 쉽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이 저에게 문제가 있고 부적응적이어서 고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말했었죠. 특히 어머니가 그러셨었죠.
그런데 우연히 발견하게 된 '섬세한 성격'에 관한 내용이 저에게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을 갖게 해 주었죠. 선천적으로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 사는 것이 좋은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책과 논문들을 통해서요. 그래서 1인 출판사까지 만들어가면서 섬세한 성격에 관한 책의 판권을 사서 번역서를 내기도 하고, 그림책, 에세이, 소설의 형태로 섬세한 성격에 관한 책들을 직접 쓰고 제작해서 출간을 했었죠.
2년의 시간 동안 네 권의 책을 쓰고 제작해서 출간까지 하고 나니 글을 쓴다는 것, 책을 제작한다는 것에 너무 소진되고 질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 글을 쓰는 삶에서 떠났었죠. 마치 뜨겁게 사랑한 첫사랑 같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출간하는 일에 쏟아부었으니까요. 서점에 책 홍보를 위해 직접 책을 갖고 가 드리기도 하고, 여러 형태의 책 홍보도 했었어요. 지하철, 버스 광고도 했었고, 제가 좋아했었던 라디오 방송에 제 책에 관한 cf 광고를 하기도 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8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심리카페를 정리하며 글을 쓰다 보니 이 분이 없었으면 지금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 이 분이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왜냐하면, 브런치라는 글을 쓰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소개를 해주셨던 분이 이 분이었으니까요.
작가님도 한 번 해보세요. 브런치 작가. 작가님이면 브런치 작가로 쉽게 통과가 될 거예요.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것에 대한 부담 없이, 브런치라는 공간에 이런저런 다양한 글을 편하게 쓰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심리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누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내용들을 올리곤 해보면서 좋았었습니다.
마치 내 감정에 앞서 너무 많은 것을 쏟아붓고 정성을 들이다 소진되어 버려 헤어진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일상을 나누며 전보다 좋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제가 보냈던 심리카페를 떠나보내기 전 애도의 시간을 보내듯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연남동에 있는 심리카페의 철거와 폐업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네요. 이성과 감성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가고 있게 될 때 저의 이 순간들을 잘 붙잡고 있기 위해 글을 씁니다. 잘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