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상담일을 하면 힘들고 지칠 때 없으세요? 그럴 땐 어떻게 푸셨어요?
인터뷰를 하듯 물어보셨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어떻게 플어가면 좋은 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하고 있었던 궁금한 것이 많은 손님이셨죠.
저는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풀었어요. 제가 했던 방법을 들려드릴게요.
상담을 하다 보면, 여러 이유로 마음 힘들어지고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분도 있으시고, 이중적이고 머리를 너무 쓰면서 말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감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듯 쏟아내는 분도 있으시죠.
그런데 이런 분들보다 더 마음을 힘들게 만들고 며칠을 우울한 마음으로 있게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질이 안 좋은 사람과 오셨는데, 안쓰럽고 안타까운 어린 시절과 현재의 시간을 살고 계시는 분들이죠. 너무 마음이 힘들어지고 우울해지게 되곤 해요. 제 심리카페에서 문을 열고 가셨는데, 제 마음 안에는 며칠을 우울한 상태로 있게 하죠. 너무 속상하고 너무 안쓰럽게 느껴지게 되는 분들이 있으세요.
옆에 같이 와서 있는 애인이나 남편(또는 아내)인 분이 그냥 좀 다르고 서툴고 그저 좀 그런 모습이 있긴 해요 정도로 볼 정도의 분이 아니신 경우에 특히 더 그 속상함과 안쓰러움이 크죠. 차라리 착하거나 여리거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지 않으셨었으면 좋겠는데 착하고 여리고 마음고생을 많이 하신 경우에는 그 불공평함에 오셨던 분의 잔상과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며칠을 힘들고 우울해지게 되곤 했었습니다.
상담일을 하는 것은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이지만 마음이 많이 힘들어지게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요. 평소 100개의 좋은 반응보다 1개의 안 좋은 반응에 힘들어하는 저였기에 더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연남동 심리카페라는 곳에서 5년 차가 되었을 때, 이렇게 계속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주도에 갈 기회가 생겼고, 저는 그 기회를 계기로 일을 저질러버렸죠.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시간을 만든 것입니다. 저는 제 성격과 상태를 잘 알기에 그저 여행, 그저 한 달 살기로 뭔가 달라지고 변화를 갖게 되지 못할 것이 너무도 그려졌습니다. 그렇다고 연남동 심리카페를 접고 제주도에 가서 생활할 것도 아니었죠.
제주도와 연남동,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어서 저는 둘 다 선택을 헀죠. 제주시에 아지트 같은 집을 구해서 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로 퇴근을 하고, 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연남동으로 출근을 하는 일상을 만들었죠.
그리고 그런 생활을 마음 편히 잘 누리고 즐기기 위해, 제주도에서도 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예약을 받아 상담을 하는 세팅을 만들었어요. 제 성격상 그냥 쉬라고 해서 쉴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계속 무언가 해야 하는데라고 쫓기거나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이지 하고 회의감에 빠질 것이 너무도 그려졌기에 그에 대한 조치를 한 것이었죠. 대신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 한 타임만 신청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그러면 제주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그냥 쉬고 노는 것은 아니니까요.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시간에 상담 신청해서 오는 사람이 있었냐고요? 네, 있더라고요. 신기하고 감사하게도요. 장소는 어떻게 한 거예요? 제주도에서 생활할 집을 구할 때도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었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곳을 찾을 때까지 계속 찾았었죠. 상담을 할 때 만날 장소를 구하는 것도 집처럼 두 달 걸렸었어요. 제주도에 분위기 좋은 예쁜 카페들 많죠. 하지만 저는 좀 더 특별한 것을 원했죠. 두 달이 되어갈 때, 제주시에 한 카페를 가게 되었고 '와, 이런 곳이 있다고?' 싶은 곳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카페 사장님에게 저에 대해 설명하고 상담하는 장소로 이용해도 되는지를 물어보았는데 너무 흔쾌히 허락해 주었어요. 그래서 예약이 잡히면 그 카페에서 만나 상담을 해주었죠. 그곳의 이름은 '마음에 온'이라는 곳이었어요.
처음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며 보내는 시간을 1년 생각하고 시작했던 생활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1년을 더 보내게 되었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로 가 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올라오는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힘들기보다 너무 좋았어요. 제가 사는 집이 신촌이어서 홍대입구 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쉽게 공항으로 갔고, 제주도의 집도 공항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서울에서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정도 아니었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저에게 필요했던 것을 저에게 주는 것이 너무 좋았었어요. 전 제주도에서의 보내는 홀가분한 시간도 좋았지만 그보다 김포공항에서 서울 땅을 떠서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는 그 이륙하는 순간을 체감할 때가 너무 좋았어요. 기차나 버스가 아닌, 정말 이곳을 떠난다는 느낌을, 정말 이곳을 뜬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주말 동안에 상담을 하면서 힘들고 지치게 하는 분을 만나도 내일만 보내면, 이틀만 보내면, 난 여기를 뜰 거니깐, 하면서 있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정말 월요일이 되면 저는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일상이 있는 곳을 뜨죠. 비행기가 나의 일상이 있는 곳에서 엔진을 가속 추진해서 큰 소음을 내며 속도를 내고 그렇게 비행기는 제 몸을 테우고 하늘로 뜨죠. 그러고는 속도감과 사람이 확연하게 느리고 적은 곳으로 저를 데려다 놓아요.
'마음을 편안하게 갖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자'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죠. 환경 자체가, 공간 자체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육지에 있었던 일들을 별일 아닌 것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요. 제주도에서는 서울을 육지라고 불러요.
저는 그렇게 제주도와 연남동을 매주 오가는 제주도 생활인의 시간을 보내면, 연남동에서의 생활을 해갔어요. 제주도 생활인이라는 표현은 저의 모습이 여행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제주도를 일상생활공간으로 보내고 있었고, 제주 도민이라고 하기에는 이방인이었죠. 저는 그래서 좋았어요.
제주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3~4일 정도인데, 그 3~4일이라는 시간이 딱 익숙해지고 적응하기에 다시 떠나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2년의 시간 동안 식상하지가 않더군요. 식상하고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서울로 가고, 식상해지고 익숙해질 만하면 다시 또 서울로 가고, 의도치 않게 최상의 조합을 만난 것이었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일 제주시에 계세요? 전 두시 이후에 제주시 들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시간 되시면 카페 놀러 갈게요.
선생님, 저 제주시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연락드려봐요. 오늘은 마음에 온에 안 계시죠?
아, 서울에 계실 거 같았어요. 수요일은 제가 일이 있고 다른 화요일을 한번 노려볼게요. 다가오는 화요일 말고 고담주! 꼭 가보렵니다.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을 때, K 씨와 연락이 다시 닿았습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제주도에 자리 잡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반가웠었습니다. K 씨는 서귀포 쪽에 집을 구해서 생활하고 있었고, 저는 제주시 쪽에 집을 구해서 생활하고 있었죠. 같은 제주도여도 제주시와 서귀포는 글쎄요, 일산에 사는 사람과 수원에 사는 사람이 만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주중에만 있다가 가니까요.
그래도 감사하고 신기하게도 제주도에서 상담을 해드릴 때 이용하는 '마음에 온'이라는 카페에서 K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아마 2,3년 만이었던 것 같아요. 연남동 제 심리카페에서 만난 이후로요.
장소와 공간이 새로워지니깐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내용과 분위기도 달라지더군요. 그런 경험은 K 씨 말고도 몇 번 더 갖게 되었어요. 연남동 제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렸던 분 중에 제주도에서도 저를 만나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 예약을 해주신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뭐랄까 연남동에 있는 제 카페에서 만났었던 분을 제주도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상담을 해드릴 때면, 재밌고 신기하고 반가워요. 연남동 제 카페는 말 그대로 제 카페이고, 제가 주인인 것이고, 음료 손님을 받지 않고 예약 손님 한 팀 씩만 받아서 진행을 해드리는데, 제주도는 다르죠. 저는 세입자처럼 뭔가 신경이 쓰이죠. 다른 음료 손님들이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마음에 온'이라는 카페가 워낙 매력 있게 예뻐서 아침 시간에도 찾아오시는 관광객들, 여행객들이 꽤 있었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분위기가 연남동에서와는 달랐죠. 반대의 경험도 있어요. 제주도에서 상담해 드렸던 분이 연남동 제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예약하신 적도 있었어요.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인 연남동이고, 제 심리카페가 있는 위치가 경의선 숲길에서도 분수대가 나오는 곳에 있고, 연남동 카페에서는 제가 주인이어서 제주도에서의 모습보다는 좀 더 여유 있고 신기하게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연남동에 있는 제 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릴 때는 음악을 아예 끄거든요. 그리고 음료도 직접 제가 만들어 드리거든요. 제가 원하는 환경 세팅을 만들어서 진행을 하는 모습이나 음료를 만들어드리는 모습이 더 여유롭고 새롭게 보이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연남동에서의 생활만을 해오고 있지만,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며 보냈던 2년 시간이 저에게는 제가 누군가를 상담해 드릴 때와 저의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준답니다. 그때의 경험과 여운이 상황과 저에 대해 좀 더 유연하고 여유 있게 바라보게 해 주거든요.
여전히 여러 이유로 저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분들을 만나죠. 그런데 예전에 비해서는 좀 더 안정감 있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 빨라진 모습을 보게 되죠. 그리고 상담해 드릴 때 자주 이야기를 드리죠. 생각 말고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고요. 노력 말고 환경에 변화를 만들어보라고요. 어쩔 수 없고, 어차피 안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곳에서는 계속 어쩔 수 없고, 어차피 안 돼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계속 그 안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요.
제가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며 생활한 시간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이 비행기가 김포공항에서 이륙하는 순간이었던 것도 저를 계속 하늘로, 제주로 보내는 경험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존 생활에서 가지고 있었던 많은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하고의 생각에서 벗어 나와 있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심리카페에서의 상담의 질이 제주도와 연남동을 오가면서 보냈던 시간을 통해 더 향상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더욱이 2년 동안 제주도에서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을 상담해 드리다면서 반복해서 접하게 되는 모습들이 있었어요. 섬사람들이 보여주는 섬 밖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요. 환경이라는 것이 주는 영향력은 참 큰 것 같아요. 누군가들에게는 더 많이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고 더 많이 지치고 다치게 만드니까요.
"여기에 있을 때는 답답하면 좀 만 나가면 어디에서든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가서 생활할 때는 바다를 볼 수가 없어요. 답답함을 그냥 답답한 채로 있어야 하더라고요. 그게 힘들더라고요."
어쩌면 제가 2년 동안 익히고 접했던 것은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도 컸었던 것 같습니다. 답답함을 그냥 답답한 채로 있어야 했다고 말해주었던 제주도 분의 말이 제주도 생활을 하기 전의 제 모습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2년 동안 탁 트인 바다를 가슴속에 많이 담고 온 지금의 저는 힘들고 답답할 때면 제주도에서 보냈을 때 보고 접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회복을 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