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은 기타누락자

브로콜리 중독 같은 그런 것

by 지이옴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기타누락자'라는 표현에 대해 생각한다. 누락되었다는 건 포함되었어야 하는데 미처 포함되지 못함을 의미하며, 들었을 때 어감이 그렇게 즐겁지 않다. 그러나 주인공 지은탁은 '명을 다해 죽었어야 할 사람' 명단에서 누락되어 삶을 연장한다. 실패가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둥 하는 말은 많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말 누락이라는 게 오히려 다행인 경우다. 비록 팍팍하게 살았어도 생이란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하는 것이니.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유행했다. 유행하는 말들은 마약 같다.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채 모르면서 쓰고, 이유도 모르고 즐겁다. 분명 좋지 않은데, 오히려 좋다며 시니컬하게 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웃어버리면, 심각한 일도 함께 가벼워지고 만다. 그러니까, 브로콜리 중독 같은 거다. 과식했는데 딱히 안 좋을 건 없는, 그런 것.


우리에게는 그런 게 필요하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모르는 어떤 위안. 오히려 좋다고 웃으면, 웃어넘기면 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 Giselle Dekel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직업 에세이를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