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 에세이를 쓸 수 없다

by 지이옴

이번 브런치북 대상에서도 어김없이 특정 직업을 가진 분의 글이 있었다. 거 수상작 중에도, 인기 브런치북 중에도 특정 직업이나 직무를 소재로 한 글들이 많다.


나도 쓰고 싶었다, 그래도 일한 지 8년이나 되었는데 8년 간 한 회사에서 세 가지 직무를 경험했으면 할 말이 많지 않겠어?


많지 않겠다.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이 에피소드로는 있지만 글쎄, 저는 이런 산업군의 회사에 있고, 이 업계에는 이런 일들이 있습니다, 저의 업무는 이것인데, 담당자로서 이런 업무를 합니다, 하는 이야기를 여러 편에 걸쳐 상세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먼저 일 잘하고 꽤나 인정받고 유쾌하기까지 한 멋진 선배들을 떠올린다. 신입사원 OJT도 어렵지 않게, 별도의 많은 준비 필요 없이 턱 턱 하던데. 나 보고 하라면 어유, 미안합니다 신입사원 씨, 나도 적당히 아는 척하며 회사 다닐 때가 많아요. 아는 척하는 사람 말고 정말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 배우세요.



나, 일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는 걸까. 내 일에 전문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전문직이 아니라 일반 회사원이라 그런 걸까? 아무래도 전문직이나 상대적으로 특수한 일을 하는 분들의 글이 인기가 있긴 하던데 말이다. 그렇지만 나 같은 보통의 직장인이 쓴 인기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부럽다. 사명을 밝히지 않고 지나치게 오픈하지 않으면서 직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전문성이.


물론 그렇다고 글을 쓸 수 없는 건 아니다. 세상엔 글로 쓸 수 없는 것보다 쓸 수 있는 게 많지 않나. 내가 비록 일에 대한 글들을 기획하진 못했어도 여행으로도 일상으로도 음식으로도 글은 쓰고 있다. 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내 일에 대해 세세하게, 그러나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하지는 않는 선에서 일목요연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사람보다 쓰긴 어렵고 때로 자신도 없지만 나름대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보통의 직장인이 많지 않을까.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지만 직업 에세이를 쓸 수 없는 직장인들.


궁금할 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글만큼 이목을 끌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나, 다른 걸로 쓰지 뭐. 사실은 일 못해서 일에 대해 할 말 없는 직장인이라는 결론이 날까 봐 글을 저장하고 한동안 끝맺지 못했는데, 최근에 그래도 회사에서 진급을 했다. 어찌저찌 하게 된 진급엔 운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일을 글로 풀어낼 수 없다고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건 아닐 수 있겠다.


생각해 보니 프로모션 업무를 고작 1년 반 정도 했을 때였나, 누군가 내게 "프로모션 전문가한테 물어보러 왔어요"라며 자리로 온 적이 있다. 으레 그렇듯 나 역시 처음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이런 말도 듣게 되다니, 기뻐서 "전문가요? 저요?" 하며 들떴더랬다.


이런 것들을 잊고 이제서야 칭찬과 응원들이 떠오르다니 사실은 그저 은 구독자와 높은 조회수가 부러웠나 보다. 사실 읽고 싶은 글이란 게 마냥 소재 때문만이 아닐 텐데.


내 일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생각을 하면 여전히 막막하지만, 떠올릴 수 있는 한 번쯤의 응원이라던가 격려가 있었다면, 분명 무슨 일을 하든 우리가 일에 쏟아온 시간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던 이리라. 적층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어떤 힘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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