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기술
급체를 했다.
살면서 체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급하게, 이렇게 심하게 체한 건 처음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화장실에 가도 소용없었다.
힘은 빠지고, 배는 더 아프고, 급기야 어지러움과 식은땀이 몰려왔다.
날씨 탓인지, 몸의 이상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끈적거렸다.
결국 조퇴를 하고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옷을 벗고 식은땀만 대충 씻어낸 뒤, 그대로 뻗었다.
누운 게 아니라 정말 ‘뻗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속은 메슥거리고, 어지럽고, 배는 답답하게 아팠다.
정확히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건 급체라는 직감이 왔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몸을 일으켰다.
실과 바늘을 찾았다. 살겠다고.
오래 써서 녹이 슨 바늘은 골라내고, 비교적 멀쩡한 바늘을 찾아 라이터로 소독했다.
엄지손가락에 실을 칭칭 감고,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렀다.
피가 뚝. 뚝. 떨어졌다.
반대편 손가락도 같은 방식으로.
10분쯤 지나 다시 양손을 번갈아 한 번 더.
그리고 얼마 후—
'꺽—' 하는 트림이 나왔다.
어지럽던 머리가 조금씩 맑아졌고, 배 아픈 것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이미 밖은 어둑어둑하고, 열어둔 창문 틈으로 후텁지근한 여름 바람이 들어왔다.
한숨을 내 쉬며 일어나 꺼진 티브이 화면에 비친 나를 봤다.
팬티바람에 식은땀에 흠뻑 젖어 양팔을 쓸어내리며 피를 모으고
엄지손가락에 실을 동여맨 채 손을 따고 있던 모습.
저예산 B급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생된다.
방구석 쓰레기통 옆에는 피 묻은 화장지가 나뒹굴고,
탁자 위엔 바늘과 끊어진 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다.
그걸 바라보며 문득, '사는 게 참 고단하구나' 하는 생각에 허탈한 웃음이 났다.
'혼자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서럽다기보다는, 웃긴 일이다.
누가 봤다면 무슨 일이냐면 깜짝 놀라겠지만, 나는 아주 진지하게 웃음이 났다.
살고 싶어서, 어떻게든 괜찮아지고 싶어서,
그렇게 실을 묶고, 바늘을 찔렀다.
외로움도 즐길 줄 알아야 진정으로 혼자 사는 거라고 했다.
나는 거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아픔도 서럽게 여기지 않고 견뎌내는 능력.
그게 혼자 산다는 것의 진짜 기술 아닐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은 점점 고장이 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를 찾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 혼자의 삶이고, 내가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유다.
2022.08.12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