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 뒷 이야기_4화
"당. 첨! 내가 당첨이다."
만약 815만 분의 1의 확률이 나를 지목했다면?
'그 주 로또 배당금은 100억'이라는 전제를 깐다. 와, 머릿속에 영상 하나가 숨차게 돌아간다. '이야호~'
'To Do 리스트(할 일 목록)' 완료! 이미 상상해 봤다는 의미다. 목록에 맞게 퍼센트로 나눠서 '상금'을 분배할 것이다.
첫 10%는 보내 드릴 곳이 반드시 있다.
이 것 없이는 몹쓸 돈의 노예가 될 것이다. 돈을 다스리려면 일단 떼어내야 한다. 나는 본래 돈을 좋아하고 돈에 약한 사람이니까. 10% 만큼은 '원래 주인'에게 되돌린다는 마음으로 포기해야 한다.
그다음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사람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가까이 지내는 멘토이자, 인생 선배 중 경제 영역으로 신뢰하는 분이 두 분 있다. 두 분 모두 연세가 50대 후반이시다.
한 분은 차고 넘치는 부를 이미 경험하셨다. 오히려 '건강의 문제'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15년 정도 고난을 겪으셨다. 죽음의 고통을 통과하신 분이다. 그래서 여전히 소녀 같다.
그분 표현에 의하면 '나는 왜 부잣집에 태어나서 이런 고난을 겪을까? 모두 힘들겠지만 부자 아버지 만난 복 때문에 이 정도의 (건강에 관한)고통을 겪는 거라면, 차라리 건강하고 가난해도 괜찮을거 같더라고.'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분은 욕창으로 15년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셨기 때문이다. 온 몬의 피부가 성할 날이 없었다. 피부들이 출혈가운데 매일 찢어졌고 그 기간 내내 어린 두 자녀를 안아 줄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었다.
다른 한 분은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성실하고 지혜롭게 사셨다.
운도 따랐겠지만 차곡차곡 자신의 곡간도 채우고 이웃의 살림에도 후하게 나눠주는 지혜로 좋은 '부'를 일구셨다. 자녀들 모두 결혼했다. 지금 나의 전망으로는 은퇴한 부부끼리 노후의 삶을 다복하게 누리실 거다. 경제적 걱정 없이 보내실 거다.
위의 두 분 정도 생각난다. 진행 과정은 이런 분들에게만 알릴 예정이다.
물론 각 분에게 일정 퍼센트의 배당 또한 드려야 한다. 나의 배당금이 전혀 필요 없는 두 분이지만 마음이니까. 지혜로운 멘토들이자 법적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관계적 변호사로서 나의 큰 축복을 같이 관리, 감독해 주실 테니까.
다음 가족들에게는? 먼저, 10%는 자선을 위해 75% 이상은 투자를 위해 배분할 계획이니까.
가족은, 투자에 대한 '이익금'을 나와 함께 사용하거나 누릴 것이다. 이 때도 출처는 알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나 또한 화려한 소비자로 급격한 변화를 줄 수 없다. 갑자기 '부가티'를 사서 몰고 다닌다 거나? 하긴 부가티 하나 사면 유지비 포함해서 빼보자. 100억에서 세금 떼고... 부가티 사고 나면? 스... 읍...?
'네 참 돈의 가치란 정말 상황 나름이다. 이궁~'
재미있는 상상이기는 하지만 100억에서 세금 뗀 그 '행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다.
또한 다른 고충도 분명히 따라올 것이다.
이쯤 계획을 펼쳐 생각해 보니, 궁금한 점이 생긴다.
회사나 군대로 치면 '사수'의 경우가 필요해서다. 그들의 경험이야말로 살아있는 지혜일 테니까. ㅎ
글로 봐서는 이미 복권 당첨자네요. '꺄아~' 사실, 저의 복권 구매는 1년에 2번 정도입니다. 사업 시작한 이후로 사게 됩니다. 어머니는 본인께서 좋은 꿈을 꾸시면 -- 똥꿈 돼지꿈 우글거리는 개미꿈--, 복권은 저보고 사라고 하십니다. 본인 꿈이지만 복은 저에게 있을 거라면서요. ^^
다시 요점 정리_ 궁금한 점이다.
로또 당첨자들의 5년, 10년 후의 삶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 피폐해진 삶으로 변했다는 썰을 들어 봤다. 실제 사례 분석 자료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 생각인데, 그것 또한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를 것이라 추측한다.
나를 포함한 탈락자, 즉 815만 명의 평안과 만족을 위해 소문만 그렇지 않을까? 무척 궁금하다.
결국, 자문하는 것은?
"로또 당첨 이후의 내 삶이 크게 바뀔까?"이다. 바뀌긴 하겠지만 일상 만족과 건강을 위한 루틴은 비슷할 것이다. 운동하고 비슷하게 식사를 하고 지금 만나는 이웃을 만날 것이다. 책을 읽고 쓰는 것에 게으르지 않고 자연을 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돈이 있고 없고 와 상관없이 중요한 루틴이다. 물 마시고 밥 먹고 잘 자고 잘 싸야 하는 것처럼. 이런 루틴은 좋은 삶을 위한 나 나름의 루틴이고 돈이 많아져도 해야 할 일상이다. 나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이러한 자연스러움이 다시 나에게 행복과 만족을 준다. 루틴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삶의 만족도나 가치 또한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다음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정리해 보고 싶다.
작가가 된 지 4주 하고 며칠 더 지났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복권 당첨에 비해 확률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서로가 만나는 인연의 확률은 어떨까?
이 브런치 마을에 입주하기 전까지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다. 어떻게 살았는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며 어디에서 뭘 했는지? 지금 고달픈 문제는 무엇인지? 누구 때문에 힘든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서로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이다.
다만, 공통 관심사가 비슷했던 사람들인 건 확실하다. 책을 좋아해서 잘 읽었을 것이다. 아니면 읽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쓰기가 좋아졌고. 글을 잘 쓰고 싶어 하거나.
책을 통해 만난 (출간)작가들에게 위로, 희망, 지혜, 힘, 치유, 회복 등을 얻었다. 때로는 문장 한 줄에 울컥 눈물이 쏟아졌을 것이고. 장소에 상관없이 쏟아지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버스안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훅~ 들어오는 찌릿한 감동은 우리를 찾아올 때 예고가 없으니까. 종종 신의 선물처럼 그 작가의 '유머'를 선물 받았을 것이다. 때로는 즐거운 일도 없이 우리의 일상이 반복되는 시간도 있다. 이런 때 '책에서 발견한 유머'가 우리의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그런 때 우리는 '박장대소'를 하거나 '실실실' 웃으며 기쁨을 발견했을 것이고. '나만 현실 삶이 어렵다고 오해했는데' 위대한 작가의 책을 읽고 깨달았을 것이다. 나보다 10배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걸 말이다.
이런 마음 찡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바로 브런치 작가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추억 곳곳에 반짝이는 별처럼 (출간)작가들이 살고 있다. 그분들이 좋아 보인 게다.
자연스레 '나도 그분들처럼 책을 쓰고 싶고.'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고'
브런치 마을에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https://brunch.co.kr/@honey5ria/106
4주가 지나니까 '내가 연재하는 내 책'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함께 하는 작가님들의 삶, 그 삶이 만들고 있는 창작물을 통해 배운다.
이 광활하고 아직 탐험할 여지가 많은 브런치세계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놀라운 분들이 바로 '브런치작가님들'이다.
이웃이자 어메이징 작가님들.
일기와는 다른 글쓰기를 하는 요즘이다.
가장 큰 차이는 타자를 인식하는 글쓰기라는 점이다.
이 인식이 나의 미래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그리고 훌륭하게 바꿔갈 지
지금은 다 짐작하기 어렵다.
로또의 경우도, 당첨돼 봐야 후기를 알게 되는 것처럼,
브런치 작가로서도 계속 쓰면서 살아 봐야 알게 될 일이다.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 새로운 세상, 마을, 지혜 공동체의
신입 작가로서
이 '행운'을 기록한다.
기록은 기억을 이기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록은 우리의 소명이니까.
https://brunch.co.kr/brunchbook/earth-l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