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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Aug 09. 2024

마무리

브런치북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 뒷 이야기_5화





1. 열심히 썼는데, 마무리는 안되네.


처음부터 욕심부렸다면? 큰 일 날 뻔했다. (하마터면 욕심부릴 뻔했다.)


브런치 작가 당선(현재, 1달 +3일 차)되고 정말 열심히 쓰고 싶었다.

당선 일주일 전에 작가 '이낙준'이 Youtube <최성운의 사고 실험>에 출연한 콘텐츠를 봤다.


이낙준 작가의 본업은 의사였다. 어떤 계기가 생겼고, '글 한 번 써보자'라며, 온라인 웹 작가로서 한 작품을 썼다. 별 기대 없이 썼다. 예상외로, 독자들의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럼에도 전업 의사의 길을 가려했다. 종합 병원에서 일하다, 개인 병원을 차릴 호기로 근무지에서 퇴사했다. 개인 병원 준비하려는데 코로나라가 닥쳤다. 개원을 미뤘다.

다시 작품을 더 썼고, 그때 작품이 '대박'이 터졌다.


이낙준 작가에게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이것이다.

"저는 애초에 공부도 이런 식으로 했는데요. 글쓰기를 늦게 시작한 거예요. 32살인데요. 애도 있고 해서요. 글을 쓴 작업이 빠르게 '실적'을 내지 않으면, 취미로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처음부터 기초를 쌓기보다는 많이 쓰는 거예요. 절대적으로 많은 양을 부어 버리는 거죠."


위의 콘텐츠를 접하고 며칠 지났는데 '브런치작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머릿속에 캣츠 프레이즈는 "많이 쓰자! 이낙준작가 권법으로!"


축하합니다. :)



하지만 직업이 있고 일상의 다른 영역들에도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

나는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 무작정 많이 쓰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

스스로 <의무>와 <책임>의 족쇄를 차야 한다.

그 족쇄 안으로 자원하여 들어가면 1차적으로 계획에 성공한다.

의무와 책임량을 증가시키면 "양"도 더불어 많아질 것이다.


위의 아이디어는 다음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계승 진화한다.


'매거진 or 작품 연재 약속을 정하되 <매일 발행>을 해볼까?'

'아니야. 스스로의 역량을 아직은 잘 모르잖아. 파악할 때까지 워밍업 기간이 필요해.'

'그런가? 하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브런치작가라는 영역을 직업처럼 끌고 가려고 하다니, 욕심이겠지?'

'맞아. 나는 자주 이 욕심으로 인해서 나 자신을 괴롭혀 왔잖아. 사랑해야지. 괴롭히면 쓰나?'

'그러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이런 때는 역시 '사수'즉 먼저 경험한 브런치작가 선배들의 경험담이나 조언이 필요해. 찾아보자.'

'역시! 이렇게 많아? 조언도 작가별로 다양하군. 눈에 들어오는 것부터 읽어 볼까나?'

'<글쓰기> 포스팅만 많이 하라고? <작품>이나 <매거진>너무 빨리 & 많이 하지 말라고? 음... 일리 있어.'

'그런데 전혀 의무감이 없으면 내 기질상 들쑥날쑥 거릴걸? 쓰다 말다 하면 안 되지 않아?'




'맞아. 그러면 일단 <기획물_작품>은 일주일 한 편으로 가고, <글쓰기> 포스팅은 자유롭게 & 할 수 있는 한 자주! 오케이?'


"굳굳.. 엑설런트" = "좋아 좋아.. 탁월해. 역시."


이렇게 시작한 <지구는 아파도 다시 사랑하는 걸> 연재였다. (많이 사랑해 주세용 :)

1화 분은 이미 써뒀고, 2화~3화도 그런대로 잘 써졌다.

4화로 가는데,


'어라~ 시간이 부족하네. 연재 없을 때도 수시로 글 4개 정도는 자유롭게 올리려고 했건만,

계산이 좀 안 나오는데...'


5화 쓰는 기간은?


'와 전문 작가들이 마감일에 대한 공포의 이유를 알겠어.ㅜ.ㅜ'


목요일(8월 8일) 연재니까, 부지런 떤다고 주말(8월 3~4일)부터 열심히 썼다.

쓴다고 썼는데, 주말에 쓴 내용은 사실 다 버렸다.

내용이 너무 어두워서 이건 무슨? 정신상담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대화하는 시간에는 좋겠지만,

독자들에게 전달하기에는 정서적으로 최고의 내용은 아니었다.


버리고 다시 퍼올렸다. 쓰다 보니, 마음에서 새 물이 조금씩 솟아올랐다. 분수처럼 조금씩.

'쓴다고 썼는데, 마무리는 안되네. 헐~ '


https://brunch.co.kr/@honey5ria/116



2. 한두 시간 지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마무리는 안되네.


약속 있는 날 아침이었다.

약속 시간은 오후 3시였다. '운동하고 아침 먹고 좀 쉬다가 10시부터 쓰면 되니까. 한 3-4 시간정도 쓸 수 있었다. 시간이 확보되었다. 마무리 근처는 가겠지' 싶었다.


결국,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예쁜 언닝 ~ 우리 약속 시간 4시로 미뤄도 되죠?

작업하는 일이 마무리가 안돼서 좀 더 손보다 가야 할 거 같아요. 미안해요. 곧 갈게요."

예쁜 언니님께서 천천히 오라고 하셨다.


1-2시간 지나면 분량이 거의 다 차거나, 내 맘에 드는 글이 나오겠지 싶었다.

이건 뭐...? 허허허. 그냥 웃지요.


언니 만나고 나서도 '생각의 버퍼링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다.

언니와의 만남에 집중하기 위해 '작업에 몰두된 생각'을 전환하려고 애를 썼다.

1시간 정도 인사불성으로 작업 생각만 난다는 건? 그 작업과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다.


몸은 언니 앞에 있고 입으로 호응은 했다.

"아~ 그래? 그랬겠네." 말은 하는데, 내 영혼은 내 작업에 가 있었다.

떠나지 않고 계속 맴도는 '작업에 대한 집착'을 선한 양심으로 다그쳐 봤지만, 소용없었다.

내가 원하는 분량, 글의 깊이만큼 끝내질 못해서였다. 끝내지 못한 것을 향한 미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언니와 나에게 '윈윈효과'가 있었다.

나의 집중이 현장모드로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사이 대화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언니는 자신의 근황, 힘들었던 회사일과 앙마같은 업무 파트너 이야기, 결국 5년 근무한 회사에게 퇴사 선언하고, 퇴사 이후의 날아갈 것 같은 자유함과 기쁨을 나누고, 다음 챕터에 대한 기대감, 휴가처럼 얻은 기간 동안 유유하게 할 일을 계획하고 있고, 이런 모든 다양한 소제를 언니 마음껏 얘기했다.


추신> 대화 당시 나의 태도나 마음에 대한 가책은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자체가 '선물'일 경우가 많다. 모든 문제나 상황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해결만이 본인의 다음 여정의 등불이 될 수 있다. 함께 해주는 사람은 말을 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하고 지혜나 인사이트도 스스로 찾을 때 적용할 확률이 커진다. 효과가 있다.

모든 해답이 본인 안에 있을 때가 많다. 듣는 사람은 그 길을 잘 찾아가도록 곁에 있어주면 좋다.

내 생각이다.


https://brunch.co.kr/@honey5ria/106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과 만나요. :)



3. 새벽에 눈떴더니, 마무리를 해야 하네.


마감날이 다가올수록 새벽에 깨는 날도 많았다.


새벽에 깨는 이유의 100%가 브런치 연재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더위일 수 있고, 잠들기 전에 먹은 하이볼 몇 모금일 수 있고,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이나 교제가 너무 좋아서일 수 있고, 본업에 대한 여러 가지 잡념일 수 있다.


여튼, 다양한 이유로 인해 새벽에 자주 깰 때는 선택해야 한다.

1. 잠을 더 청하던지  2. 일어나야 했다. 3. 눈만 껌벅거리기에 이런 시간은 매우 길게 느껴지니까.


2번을 선택했고, 일어나서 생각도 일으키며, 중얼거리는 혼잣말.


"새벽에 눈떴네. 아 그럼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https://brunch.co.kr/@honey5ria/97




4. 결국, 취미는 브런치 글쓰기네.


명망에 이미 오르신 한 브런치 작가에게 다른 글 쓰는 작가님이 물었다.


"직장 일에, 육아도 하고, 집안 일도,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글은 언제 쓰세요? 시간 관리 같은 부분이요."


"아 저는 일단 시간 확보를 위해 집안일은 조금만 해요. 대부분의 집안일은 안 해요. 안 그러면 시간 확보가 어려워요. 그 부분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요청하죠. 대신 그분께 제 월급의 일부를 드리죠.


그리고 제 취미는, 글 쓰는 것뿐이에요. 이것 말고 취미는 없어요."


이 대화를 곁에서 들을 당시, 나는 연재 3화를 준비했던가? 올렸던가? 하는 시기였다.


'그래? 역시 명망 있는 작가님이라. 동시에 다양하게 많이 써서 올리시나 보다.

취미? 예이~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야지. 그래야 글 쓸 소제도 찾지 않나?

하긴, 아직 모르겠네.'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살짝꿍 알 것 같다. 10cm 깊이 정도 이해됐다.


"결국, 취미는 브런치 글쓰기네."


ㅎㅎㅎ & ㅠ.ㅠ  &  :P


글쓰기는 영원하리 ~ ㅎㅎ


https://brunch.co.kr/brunchbook/earth-loves


https://brunch.co.kr/@honey5ria/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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