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예찬론자_Nike 앰배서더 될 때까지_a005
최근 당신의 설레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우리 누군가를 설레게 해 보는 건 어때요?
타인이 설레여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의외의 수확이 많거든요.
습한 날씨에 눅눅해졌을 우리의 마음까지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다시 생기가 생길 거예요.
설레게 한다고요? 누군가를 설레게 할 때
이대 앞을 거니는 20대의 늘씬한 아가씨의 찰랑이는 긴 머릿결, 바람 때문에 긴 머리칼이 자꾸 찾아가서 부딪히는 뽀얀 피부, 더위로 인해 몽롱해진 표정, 산등성이처럼 깊게 파인 쇄골, 무릎 위로 10cm 정도 올라간 시원한 재질의 A라인 스커트, 그 사이로 쭈욱 뻗어 내딛는 길고 가는 다리, 그래서 느리지만 매력적인 걸음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저는 요즘 코트니와 자주 만나요. 만날 때마다 대화도 실컷 하고 서로 잘 웃어요. 코트니의 설레임을 끄집어내는데 제가 도왔어요. 코트니는 두 달 정도 전만 해도 "갱년기에 대해 준비한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하셨어요.
지금은 확 바뀌었답니다. 이른 아침이면 설레임으로 침대에서 일어난다고 해요. 코트니의 기쁜 마음의 '주체'가 저는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조력자'나 '동조자'에요.
코트니의 두근거림은 코트니 자신에게서 발생해요.
달리기를 시도해 보겠다고 했던 당사자도 코트니이고, 달리기 약속을 위해 성실하게 출석을 한 사람도 코트니이고, 달리기를 즐기는 주인공도 바로 자신, 코트니이니까요.
저는 다만 코트니의 웅크렸던 마음을 끄집어 내주고,
"너무 잘 달리시는데요." "우아 이렇게 좋은 발전이 지속되다니, 감동이에요." "승리했어요."와 같은 응원을 해주었죠. 동시에 저의 트랙을 달렸어요. 함께 하지만 결국 자신의 트랙 즉 자신의 길을 달리게 돼요.
달리기의 매력이죠.
코트니의 좋은 감정에 영향을 주는 저의 중요한 상태가 한 가지 더 있긴 해요.
음식의 MSG 같은 역할이라고 해야 하죠. 아주 강렬하고 정답적인 요소니까요.
음식 먹을 때 '잘 먹고 맛있게 먹는 사람'이랑 같이 먹어 보신 적, 다들 있으시죠?
그 사람이랑 식사를 같이 하면 입맛이 없다가도 함께 맛있게 먹게 되잖아요.
저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여전히 '설레임'이죠.
저는 달리고 난 후의 자유함, 성취감에 매 번 새롭게 설레요.
물론 달리면서 움직이는 시간은 어려운 시간이에요.
특히 여름에 바람마저 없고 아침부터 땡볕이다 싶으면, 피니쉬 라인에서나 맛보게 될 기쁨 따위는 포기해도 될 것 같고, 꼭 오늘만 날이 아닐 테니까 미루고 싶고, 이런 조건에서 달리는 건 운동이라기보다 '죄악(?)'은 아닐까 의심하며 겁을 내죠: 죄악이라는 단어 정도로 아주 강하게 설득하지 않으면 어림없어요.
분명히 자동적으로 익숙한 거리를 또 뛰고 있을 테니까요. 협박이라도 해보는 거죠.
하지만 소용없어요. 운동화 신고 트레이닝복 장착된 상태로 공원 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몸이 자동이에요. 비가 온다 해도, 협박의 내면소리가 심장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해도 저절로 움직여져요. 스트라바 혹은 나이키 앱을 켜고 바로 엔진 가동이죠. '와우~'
이렇게 힘들 때 부정적인 마음의 방해를 이기면
자유함과 성취감 위에 하나 더 부어지는 게 있어요. 이게 정말 특별한 거예요.
뭘까요? ㅎㅎ
힌트는 소크라테스입니다.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가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악처였던 아내의 조력이 필요했답니다.
악처가 매일 소크라테스를 괴롭히고 종종 폭력을 휘둘렀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처럼 자신의 철학적 '선'을 선택해 나아갔답니다. 고통스럽고 비관적이고 회의적으로 살아도 충분히 이해될 소크라테스의 삶이었지만 다른 선택을 한 거죠. 그의 위대한 철학의 배경이자 조력자가 그에게는 '악처'라는 상황으로 나타났을 뿐인 셈입니다.
달리기에서도 악천후나 동남아 같은 날씨 또는 몸의 나쁜 컨디션은 달리는 내내 '악처'같은 어려움이에요.
그런데 그때 '철학'이 하나씩 생겨요.
자신만의 철학!
얼마나 뚜렷하게 떠오르는지 놀랄 때가 많아요.
당신의 삶에도 당신만의 철학이 필요하지 않나요?
설레임은 어떠세요? ㅎㅎ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얼굴이 씨뻘것게 홍조로 변하는 사람이 제가 아니라 코트니죠.
저는 알코올을 마실 때도 얼굴이 하해져요. ㅎㅎ
코트니는 저에게 '여성스럽다'는 형용사가 어떤 의미인지 선명하게 이해시켜 주는 분이에요. 귀하신 분!
제가 같은 여자잖아요. 그럼에도 그렇게 붉은 노을 같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이유~ 얼굴이 만취된 사람 같아요. 에고~ (부끄러워요.)"
저라면 만취된 그 얼굴이 달리고 난 후의 상급 같아서 오히려 자랑스럽게 주변인들에게 보여줄 텐데요.
참 저의 만취는 얼굴이 아니라 기분이나 웃음으로 알게 돼요.
취할 때 저는 막 웃어요. 긴장이 풀려서 저의 본능이 원하는 상태로 저를 이끌어 가나 봐요.
기분이 좋아져서 '헤~ 헤~' 거리다가, 그다음으로 원하는 게 있는데, 그 단계로 가버려요.
잠이 와요. '아 좋다~ 헤 헤 코 ~ ‘
어때요? 설레임이고 만취고 (나발이고...)
‘나는 달리기 싫어'이신가요? ㅎㅎ
그럼 걷는 것도 좋아요.
함께 설레기를 바라며, 코트니의 만취한 것 같은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전합니다.
만취된 당신의 얼굴도 궁금합니다.
Cheer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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