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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Jul 21. 2024

청소

실화, 일기 아님

"자 시작해 볼까?"


리아는 다음 작업에 걸맞은 팝송리스트를 고른다. 


"좋아 ~ < Playlist 구름처럼 몽글몽글해 / 분 좋아지는 멜로디의 몽글몽글한 팝송 모임 > 이걸로."


몽글몽글해진다구?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Youtube세상. 음악리스트만 클릭해도 기분을 몽글하게 만들어 줄까? 맘에 든다. 궁금해하던 음악이 흐른다. 리듬에 맞춰 저절로 허리와 골반이 '퉁퉁' 함께 리듬을 타고 움직인다. 두 발이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한 발바닥만 바닥에 맞닿은 채, 다른 한 발은 발뒤꿈치를 살짝 공중으로 띄운다. 양 발과 발바닥이 귀엽고 재치 있게 움직인다. 흐르는 음악 비트에 탁탁 맞추는 모양새가 익숙해 보인다. 가볍고 편한 스텝이다. 리듬감이 몸에 배어 있어서 리아의 몸이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이다. 


음악 비트의 크기는 심장 소리 크기만큼이다. 더도 덜도 아닌 이런 상황의 심장의 울림 크기만큼만. 

햇살이 한가득 내리쬐는 정오의 상황인데 이때 필요한 것은 그것뿐.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잔을 주방의 아일랜드 한 편에 올려놓는다. 주방의 가구들은 흰색과 아이보리색이 주를 이뤘다. 아일랜드의 일부 크기만 정사각형 모양의 '터키석'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곳을 볼 때마다 Ria와 Liam이 함께 좋아했던 색을 확인한다. 동시에 Liam과 Ria가 그 색을 통해 만들었던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이 선명히 떠올리고 싶어서다. 터키석이 가진 자연색을 한 번 더 흘긋 바라본다. 


유리잔에 한가득 부어지는 얼음 알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주방과 식탁 근처에 익숙하고 매력적인 향이 은은히 번져간다. 리아는 향기에 예민하다. 기억된 그 순간을 향기와 함께 참 잘 기억한다. 리암의 향기가 문득 스친다.


'아 그 향기 맡고 싶어~'


파스텔톤의 분홍 마스크의 양 고리를 귀에 걸친다.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에이프런 끈들 사이로 빠져나오게 만든다. 에이프런으로 몸의 일부를 감싸고 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나는 기분이 든다. 


유리잔에 맺히는 물방울만큼 기억들이 돋으라 진다. Liam과 함께 작업하던 순간들. 


"두두둑.. 두두둑.."


어제 로스팅했다는 '에티오피아의 예가체프'를 오버푸어 스타일로 내린다. 이때만 반응하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있다. 그 속도와 빠르기. 이 만큼이다. 음악리스트의 비트들이 그만큼 함께 뛴다. 궁합이 참 좋다.


"두,,, 두,,, 두-- 치- "


검은 진주보다 투명하고 콜라보다 순수한 아이스커피가 준비된다. 한 모금 마시면서 한 벽면을 차지하는 일주일 사이 먼지가 조금 붙어 있는 큰 거울을 바라본다. 여전히 들썩이는 움직임과 흥을 따라 리아의 몸도 유연하게 흐른다. 리아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는데 생각은 착각한다. 함께였던 리암과 둘이 하나였던 시간인지, 리아만의 공간 인지, 지나 버린 시간인지 '지금'인지, 자꾸 겹쳐서 생각을 흔든다. 든든한 팔이 리아의 몸을 둘러서 함께 웃으며 뭐라 속삭이기만 해도 시간은 저절로 깊이를 더했다. 리암의 단단한 가슴에 기댄 리아의 귓불이 불그스름하게 상기될 때 쨍한 햇살만큼 환했다. 리아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다




시원한 커피를 음미하는 리아가 선반 위에 놓은 전자시계의 숫자의 변화를 본다. <캘리포니아 드림>의 음악이 잘 어울렸던 <중경상림> 영화 미장센이 떠오른다. 히죽거리다 웃어 본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매주 주저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시작할 힘이 생긴다. 무슨 일이든지 '의미'를 발견하려는 리아에게 이 작업, 이 루틴의 의미는 '인간됨 유지'일뿐이다. 한 모금 더 마신다.  


이제 남은 건 뿌드득 소리가 날 만큼 거실, 방 3개, 화장실, 침대 위 침구들, 신발장, 컴퓨터, 책장과 가구들에 쌓인 먼지... 아차! 모든 공간의 거울들, 창틀 & 마음까지 구석구석 닦고, 쓸고, 털어낼 시간이다.


'청소는 왜 할 때마다 버퍼링 시간이 많이 걸릴까?'

'청소하는 AI는 작업 전에 이런 종류의 달콤한 전제들이 필요하지 않겠지?'

'청소...'


Q1) 제게 쉽지 않은 작업이자 일상 의무 '청소'에 대한 여러분의 팁이나, 즐기는 방법이 있으실까요? ㅎㅎ




 

https://youtu.be/SArJeQYSs9o?si=j5rwVvIbkGmRkL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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