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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 Jul 22. 2024

갱년기? 도전기!

달리기 예찬론자_Nike 앰배서더 될 때까지_a003





"허니 며칠 전에 마리네이드 만들었어요."

"우아~ 맛있을 거 같아요. ㅎㅎ 코트니의 솜씨면 뭐든 잘하실 거 같아요."

코트니는 재봉틀 다루는 솜씨가 일품이다. 한 때 '공방'도 직접 운영하셨다. 코트니가 올 봄에 만들어준 가방이 요즘 나의 최애 아이템이다. 빨간 머리 앤 그림이 들어가 있는 숄더백이다. 책이랑 a4용지랑 다른 물품이 풍성히 들어가서 내게는 매우 실용적이다.


"네 너무 맛있어요. 우리 집 남자들(신랑님, 다 크신 아들 두 분)은 안 좋아하더라고요."

"신랑님이 익숙한 맛을 좋아하시나 봐요."

"ㅎㅎ 맞아요. 참 허니 좀 줄게요."

"호호 너무 좋죠. 마리네이드랑 꾸덕한 그릭요거트 같이 먹으면 아침 식사로 좋아요. 얼마 전에 한 참 그 맛에 빠져서 자주 사 먹었어요."


코트니와 나는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독서모임에서 우리는 별명을 부른다. 한글 이름은 한 참 후에 알게 되었다. 코트니의 첫인상이자 만날 수록 분명해지는 느낌이다. 매우 날씬하고 가녀린 느낌과 얇고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인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파리지엥'의 세련미가 떠오른다. 막상 대화하다 보면 마음의 결이 곱고, 아담 소담한 성품으로 느껴져서 마음을 주고받기에 좋았다. 나는 코트니와 반대로 겉으로 슬쩍 보기에는 '소탈' 혹은 '털털'해 보이는 면이 있다. 시간이 쌓이는 관계는 겉과 속을 알아가는 법이다. 겉의 이미지와는 달리 섬세하고 예민하고 비밀스러운 구석이 있다. 새초롬하고 싹싹할 때 하더라도 차가운 구석도 있고 말이다.


책이라는 매개체로 서로 대화하며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 갖었던 첫 만남의 거리감이 좁혀져도 서로에게 참 좋은 친구들이겠구나라는 깨달음은 곧장 행복이 된다. 만날 때마다 웃음이 늘고 있다.


사실, 코트니는 갱년기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려 노력 중이다. 코트니 주변 친구들이나 내가 보기에는 코트니는 여전히 아름답다. 센스 있는 멋쟁이다. 하지만 모든 여성들은 자신만의 비교 기준이 있다. '자신만의 리즈 시절의 그녀'가 기준이 되는 모양이다. 코트니도 내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목주름, 눈가 주름, 근육량 등을 생각하면 갑자기 우울해진다고 했다.





"그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쇼핑을 멈추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저기 저 시골'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곳에서 파자마를 입던 뭘 입던 자유롭게 입고 살려고요. ㅎㅎ 남은 인생은 쫌 내가 집중하고 싶은 '분야'에만 몰두하고 싶어요. 그동안 아내 역할, 딸 역할 그리고 엄마 역할만 했잖아요. 내 삶을 살고 싶어요. 방해받지 않고 내가 몰두하고 싶은 일만 하면 좋겠어요. ㅎㅎ"


"그렇게 사실 거예요. 바라는 것은 이루어지니까요. 저는 이제야 코트니처럼 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데요. 서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동경이 있네요. ㅎㅎ"


우리의 대화는 '헤르만헤세'부터 '마리네이드'며 서로의 삶의 얘기 등 그 소제가 매우 다양하다. 돌돌 잘 말아진 실을 풀어 따스한 담요를 짜도 될 만큼 길게 이어진다.


"허니, 제가 얼마 전에 한혜진 어머님 하고 한혜진이 함께 '마라톤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정말 그 어머니 너무 멋있고 대단하시더라고요."

"그래요. 코트니도 해보실래요? 그런 거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요새 내가 하는 운동은 홈트 요가 정도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요? 그 어머님처럼 대단한 의지가 있는 분이나 하시겠죠? 이렇게 얘기하면 '허니'는 나보고 그러겠죠. 왜 스스로를 제한하는 말을 하냐고?"


"맞아요. 말은 힘이 있으니까요. 코트니 함께 달려 봐요. 얼마 전부터 제가 도와드리는 분이 두 분 더 계세요. 그분들도 2-3개월 지났거든요. 일주일 한 번 정도 달려도 달리는 컨디션이 좋아지시더라고요. 한 분은 신디(Cindy)에요. 저희보다 어리시고 직장과 육아에 바빠서 운동할 겨를 없어하고요. 다른 한 분은 제인 (Jane)인데 어떤 때 뵈면 코트니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시고, 어떤 때 보면 어려 보이시기도 하고, 저희끼리 나이는 언급 안 하거든요."


나의 의지는 눈빛에서 더욱 빛났다. 그 눈빛으로 코트니를 압도했던 것일까?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지가 있기도 했다.



코트니가 달리기 시작했다.



8월에는 나와 코트니 & 신디가 함께 <나이트런 10km>에 참석할 계획이다. 코트니가 달리기를 시작하고 3주 정도 지난 모양이다. 코트니가 회춘하는 느낌이다. 표정이 매우 밝아지고 체력이 좋아졌다면서 크게 함박 웃음을 지었다. 

코트니: "요즘 저는 운동하는 게 가장 행복하고 감사해요.

허니:  "저는 글쓰는 거요.







https://youtu.be/7BVImmuaBNs?si=8_t9SkLyF6r6Rm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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