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소공포가 있는 이에게 MRI 통에 들어가라는 지시는 감자에게 찜기에 들어가라는 것과 유사한 잔혹한 명령이다.
MRI 검사를 받기 위해 수면마취제를 투여받았다. 잠들기 직전, 촬영 부위 추가 오더로 검사 시간이 길어져 '감자'가 중간에 깰 수 있다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환자, 아니 감자는 '내가 감자였나?' 아리송했지만, 찜통 같은 것에 들어있는 걸로 보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눈을 번쩍 떴다. 감자라서 혀가 없는지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검사 도중 깨어나 도움을 청할 경우 통에서 꺼내 줄 것인지 어눌한 발음으로 간신히 물었다. 그러자 흰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걸로 보아 요리사로 추정되는 이가 "퇴근해야 하므로 검사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놀란 감자는 비장의 무기인 기침을 멈추지 않고 연속 발사했다. 감자의 상태는 고려치 않고 퇴근에만 집착하는 요리사는 당황스러운 어투로 "어, 기침하면 사진이 안 나오는데, 퇴근이 늦어지고 있잖아!"를 외치며 어디론가 다급히 연락했다. 곧이어 간호사가 대포만 한 주사기를 가져와 감자에게 추가로 마취제를 투여했다. 감자는 마취제로 인해 '영영 못 깨어나면 어쩌지'와 '중간에 깨면 어쩌지'라는 더블 공포로 몸이 치즈처럼 녹아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내 약 기운이 퍼지며 짭조름한 눈물을 흘리면서 잠이 들었다. 검사 도중 불행인지, 다행인지 찜통 속에서 깨어났다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포로 인해 기절하기를 두어 번 반복했다. 기계 작동이 멈춘 뒤, 통에서 나온 것은 삶은 감자가 아닌 간간한 매쉬드포테이토였다.
요리사는 눈물 콧물로 질척이는 실패한 요리를 간호사에게 떠맡기고는 그토록 원하는 퇴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