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경찰박물관에 갔다. 역사관에서 한 엄마가 아이에게 전시물에 관해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포도청 자료 앞에서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말의 유래까지 알려줬다. 아무래도 선생님 같았다. 바로 직전, 유리창 너머 방망이를 보며, ‘와, 저걸로 맞으면 포도처럼 퍽퍽! 그래서 포도청인가?’ 했던 나와 심하게 비교되었다. 아들이 꽉 잡았던 손을 슬그머니 놓더니 나를 등지고 혼자 다녔다.
이튿날은 남편이 휴가를 내어 세 식구가 대형 쇼핑몰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체험 전시회를 관람했는데, 마지막 관람실에 볼풀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꽤 깊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앉아서 쉴 곳을 찾고 있던 나는 ‘애가 어디 갔나?’ 하고 중얼거리며 볼풀장 안에 쏙 들어갔다. 물컹. 뭔가가 밟혔다. 남편의 발이었다.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이 사람은 이미 볼풀 안에 들어가 몸을 숨긴 채 쉬고 있었다. 살짝 솟아 있는 반짝이는 머리를 보니 두더지 잡기 게임이 연상되었다. 뿅망치를 대신해 공을 집어던져 표적을 맞춰 보았다. 볼 사이로 안경 낀 눈이 스르륵 올라와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그 역시 팔을 뻗어 내 머리에 공을 던졌다. 전쟁이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필사적으로 표적을 맞히고자 하는 자와 피하려는 자, 공중에서 현란하게 날아가다가 서로 부딪혀 바깥으로 튕겨 나가는 공들... 영화 탑건의 하이라이트 전투 장면이 재현되고 있었다. 그 치열한 전투 현장에 한 아이가 양팔을 허우적대며 뛰어들었다. 우리 아이였다. 아이는 조금만 더 놀겠다고 사정하는 나와 아빠를 볼풀장에서 끌어내더니 우리에게 등을 보이며 관람실을 나갔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 집은 아이가 부모에게 자주 뒷모습을 보인다. 아무튼, 재미있는 하루였다.
#이틀치일기묶음
#무려작년여름일기
#방학일기는왜항상유치한지
#재미있는하루였다
#조금은부끄럽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