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쟁이 하나님과 거짓말쟁이 선생

순한 맛 천둥

by 허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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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르 쾅쾅.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창밖을 살펴보니 먹구름이 새까맣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천둥소리였나 보다.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았기에 당황스러웠다. 잠시 후, 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을 통해 들리는 것 같은 천둥소리가 또다시 귀를 강타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천둥소리의 뒤를 이어서 들린, 수백 명이 질러대는 것 같은 여리고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천둥이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어린 혼령을 단체로 깨운 걸까. 교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청각장애 학생들이 수업 중인 우리 학교 건물은 역시나 고요했다. 하지만, 잠시 뒤 다시금 천둥이 치자 이번에도 건물이 들썩일 만큼 커다란 비명이 들려왔다. 현관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펴보았다. 우리 학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초등학교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천둥소리가 무서워서 비명을 질렀을 아이들이, 단체로 '비명 지르기' 재미를 붙였나 보다. 천둥이 울리는 신호에 따라 전교생이 호흡을 맞추어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아이들은 얼마나 신나고, 선생님들은 얼마나 난감했을까.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울리는 천둥소리와 그 뒤를 잇는 학생들의 비명으로 인해 우리 학교의 고요함이 더욱 깊어 보였다.






15년쯤 전, 초등학생을 가르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날도 오늘처럼 수업 도중 천둥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아이들이 일제히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어, 천둥 때문에.”

“천둥이요? 하늘에서 들린다는 소리요?”

“응, 맞아.”


말릴 새도 없이 아이들이 쪼르르 창문 곁으로 다가갔다. 몸을 낮춘 채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창가에 턱을 괴고 하늘을 바라보는 녀석, 까치발 들고 구름 사이를 뚫어져라 살피는 녀석, 고개를 갸우뚱대며 창밖 한 번 선생 얼굴 한 번 번갈아 바라보는 녀석. 갑자기 아이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 천둥은 어떤 소리예요?”

연이어 다른 아이들도 질문을 쏟아냈다.

“무서운 소리예요?”

“어느 정도로 큰 소리예요? 책상 두드리는 것보다 더 큰 소리예요?”

“용이 내는 소리랑 비슷해요?”

“얘들아, 자리로 와서 앉아봐.”


반원 형태로 놓인 자리로 돌아와 앉은 꼬맹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나를 향했다.

“너희 방귀 뀌어본 적 있지?”

내 질문에 어떤 녀석은 키득키득 웃고, 어떤 녀석은 얼굴을 붉혔다.

“천둥소리는 말이야, 하나님이 구름 위에서 방귀 뀌는 소리야. 그러니 그 소리가 얼마나 크겠니?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뒤로 밀려나는 거 봤지? 실은...."

아이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지금 창밖에서 흙냄새랑 물 냄새 같은 게 들어오지? 이게 하나님 방귀 냄새야.”

내 이야기에 아이들은 숨넘어갈 듯 깔깔대며 웃어댔다.

웃으면서도 호기심에 코를 킁킁대는 녀석이 있는 반면에 코를 부여잡고 손사래 치는 녀석도 있었다.

“선생님, 하느님이 지금도 계속 방귀 뀌고 있어요?”

“오늘 배탈이 나셨나 보네. 조금 전에도 또 방귀를 뀌셨어.”

아이들이 또다시 까르르 웃어댔다.


그날부터 나는 천둥소리가 들리면 교실을 환히 채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미소가 떠오른다. 그때 그 아이들은 방귀를 뀔 때마다 천둥이 떠오르려나? 오늘 비명 지르기 놀이를 한 아이들은 천둥이 칠 때면 단체로 하나 되어 에너지를 발산했던 즐거운 추억이 떠오르겠지. 무서운 천둥이 천진한 아이들과 어우러지며 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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