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문제가 있던 오른쪽 손에 다시금 통증이 찾아왔다. 잠을 뒤척일 만큼 심각한 통증이라 직장에서도, 집안일을 할 때도 어려움이 있다. 두통이 수시로 공격을 해대고 컨디션도 계속해서 좋지 않은데 손마저 아프니 ‘설상가상’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하인리히 뵐의 '아일랜드 일기'라는 책에 독일인과 아일랜드인의 사고방식 차이를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독일인은 ‘이보다 더 나쁜 일은 없을 거야.’라고 하는 반면, 아일랜드인은 ‘더 나쁜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얼핏 독일인의 사고가 보다 긍정적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뵐의 판단은 나와 달랐다. 독일인은 맞닥뜨린 현실이 언제나 가장 나쁜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일랜드인은 닥친 상황이 결코 가장 나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데 아일랜드인의 이러한 사고 방식은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위로를 준다고 부연한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러 나갔던 남편이 콜록거리며 들어오더니 자리에 누웠다. 심한 몸살감기에 걸렸나 보다. 아픈 손으로 청소기를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아 바닥에 수북한 먼지를 밀대 걸레로 대충 쓱쓱 치웠다.
평시 같으면 속상했을 법도 한데, 지금 상황이 ‘설상가상’이 아닌 ‘천만다행’으로 읽힌다. 머리가 아프지만 계속 아픈 것은 아니며, 오른손은 아프지만 왼손은 괜찮고, 남편은 감기에 걸렸지만 곧 나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이 스며든다.
아일랜드인의 사고방식이, 뵐의 판단이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