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니스푼 Sep 06. 2021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2021년 9월의 단상

아이들이 개학한 첫 3주 동안 바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미루던 치과, 안과, 건강검진을 다녀왔고, 여름 내내 미루던 지인들을 만났으며, 생일과 결혼기념일도 연달아 찾아왔다. 여름 내내 한국에 가 있던 플룻 선생님이 돌아오셔서 2주 전부터 레슨을 다시 시작했고,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불어 수업도 개강했다.


얼마 전에 모 학습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칼럼을 하나 썼는데, 막상 9월 첫날 온라인으로 발행된 것을 읽어보니 내가 읽어도 내용도 글도 너무 그저 그랬다. 지면 낭비했다 싶어 속이 상했고, 차마 이름을 걸고 썼다니 창피해서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읽지 않았기를 속으로 바랐다.


같은 날 불어 수업을 갔다. 지난 5월에 본 중급 자격시험에 합격해서 이번 학기부터는 상급반으로 등록했는데, 왠걸 두 시간을 앉아 있으니 나중에는 졸립고, 글을 읽어도 너무 복잡해서 머리에 안 들어왔다. 입으로 아무 말도 잘 안 나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한심해서 그냥 한숨만.


이래저래 속상했는데,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본다.


브런치를 시작한 게 올해 초였는데, 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칼럼을 하나 썼다는 것만으로도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은 것 같다. 불어학원도 엉성하게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B1에서 시작했던 걸 기회 있을 때마다 월반하고 시험도 봐서 C1 레벨까지 올라왔으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 보란 듯이 잘하지 못하고, 내 마음에 꼭 들만큼 결과물이 훌륭하지 않아도 어떠한가. 한 발짝이라도 눈에 보이는 발걸음을 내딛었으니 됐다. 그게 뭐든지,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이 끝났다. 라켓소년단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