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결과는 면했지만, 여전히 혼란하면서도 좌절을 거듭하는 나날들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것이 궁금해 골몰해보다가도 깊이 배어 들어있는 불안의 냄새가 감지될 때, 그럼 나는 차라리 망각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연륜 세포는 내게 과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마다 쏟아져 나오던 섬뜩한 재난을 상기해주었고, 나는 그것에 또한 퍽 공감했으므로 기억해내기를 멈췄다. 그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도 나는 그날의 일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았고, 나를 위한 배려인지 그 역시 별달리 그 일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일상적 대화를 이어갔다.
다행히도 ‘다음번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그였다. ‘가평 사건’이 있은 지 사흘이 흘렀을 때였다. 장난 삼아 아직도 멘탈 회복 중이라는 내게 그가 그럼 내일쯤이면 멘탈이 회복될 수 있겠느냐 받아치며 사실상 만남을 넌지시 제안해온 것이었다. 가평이 그와 나의 마지막 만남이 될까 내내 걱정하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만회의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던 내게 그의 말은 덥석 받아들일 만한 것이므로 나는 고고함일랑 팽개쳐둔 채 그래요. 좋아요. 대신 술은 안 마실게요, 라는 말로 당장 응답했다. 아무튼 벌써 세 번째 만남이었다. 남녀 간의 만남에서 세 번째 만남이란 내게 있어 늘 관계의 방향과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던가. 만남을 지속할 것인가, 아닌가. 친구 이상일 것인가, 아닌가. 오늘의 만남은 하나를 더 추가해야 했다. 만회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
그럼 내일 열한 시 반쯤, 이번엔 외곽 쪽으로 갈까요. ‘수요 미식회’에 나왔다는 남양주에 위치한 한 쌈밥집과 리뷰만 봐도 기막힌 맛집일 것으로 추정되는 고추장 불고기 식당의 링크를 전송하곤 내게 선택권을 주며 그는 한마디를 추가했다.
- 데리러 갈까요?
어머.
뭐지, 만남을 정리하는 최소한의 마지막 배려인가 아님, 나의 취한 모습이 그에겐 플러스가 됐었던 건가, 설마…? 싶을 정도로 놀랄 만한 그의 메시지에 키패드에 올려진 손가락들은 움찔하다 이내 갈 길을 잃었다. 평소의 나라면 당연히 정중하게 사양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무슨 용기가 피어난 걸까. 구태여 마음에 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술 취한 내 모습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최악의 모습까지 전부 보여줘 놓고 이제 와 이미지 관리가 웬 말이겠는가. 대체 뭘 꾸며내겠는가. 그래, 못 먹어도 고.
- 그래요. 오빠, 저희 집 알죠? 한 번 와봤으니.
이런저런 걱정과 기대, 그리고 어지러운 망상에 잠을 설친 탓인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열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약속 시간은 열 한 시 반. 한 시간 반 후면 그가 도착할 테니 슬슬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행거에 걸린 샤워 가운을 챙겨 들고 욕실로 향하려던 순간, 행거 밑에 개켜진 그의 파란 바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킬, 술과 고기 냄새가 짙게 밴 무례한 상태의 바지를 그냥 돌려줄 순 없는 일이었다. 건조까지 시간이 되려나, 왜 나는 늘 닥쳐야만 부랴부랴 하는 걸까, 스스로를 책망하다 섬유유연제를 세탁기에 흘려 넣으며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미리 빨래를 한 것보다 더 좋은 향을뿜어낼 테였다. 그래, 어쩌면 오히려 좋을 수 있어. 오늘은 만회의 날이니까.
자기 전에 미리 생각해둔 옷차림도 있었던 데다가 피부 상태도 나쁘지 않아 화장도 수월했다. 외출 준비는 제법 빨리 끝난 셈이었지만, 야속하게도 건조기는 아직 이십 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약속한 시각이 십 분 후이니 조금만 더 서두를걸, 어떻게 십 분 동안기다리라고 한담,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 핸드폰의 진동이 예사롭지 않은 소식이 도착하였음을 조심스레 알리고 있었다.
- 도착. 준비 다 하면 내려와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건조기를 한동안 노려보다가 나는 무언가 결심하곤 또렷이 그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이것이 꽤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던 사나운 기억-집에서 부리나케 나가던 그의 뒷모습-을 떠올려 보면 우리 집에 대한 그의 기억 역시 내가 만회해야 할 일 중 하나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 아직 조금 남았는데, 잠깐 올라와서 기다릴래요?
몇 번을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마다하다, 당신 바지가 뽀송하게 마르려면 아직도 이십 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는 어름적대다가 우리 집에 두 번 방문한 최초의 남자가 되었다.
각오를 단단히 했어도 가평 사건 이후에, 그것도 집에서 그를 맞이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색한 일이어서 나는 혹시 그를 마주하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지 않으려나, 한껏 긴장한 것을 너무 티 내지 않으려나 걱정했으나, 문을 열자마자 당황스럽게도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웃음이 새 버렸다.
‘봉지 김’이었다.
자기가 먹어본 김 중 가장 맛있는 김이라며, 반찬으로, 아니 술안주로 딱 좋을 거라며 챙겨 왔다는 그의 장난기에 뻣뻣하게 나를 동여매고 있던 긴장감이 탁 풀어지고 있었다.
급하게 치워둔 집은 다행히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는 내가 타 준 차를 한 손에 들곤 거실을 둘러보았다. 거실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책장을 보며 그는 그날은 못 봤었는데,라고 아주 작게 읊조리곤 책장에 꽂힌 책 중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꼽아보았는데, 의외랄지 <총, 균, 쇠>라든지 <지대넓얕>과 같은 책들이었다.
공통 관심사의 등장과 공감대 형성은 둘 사이에 명백하게 버티고 있던 어색함을 대번에 가라앉히곤 대화의 물꼬를 틔워주었는데, 때마침 건조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고, 이만하면 내이미지 만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게 아닐까, 하며 나는 건조기에서 그의 바지를 꺼냈다. 역시나 좋은 향이 났고, 따뜻했다.
쌈밥은 왠지 끌리지 않았고, 계곡 옆에 위치한 야외 자리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고추장 불고기를 먹기엔 쌀쌀한 날씨였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그는 정릉에 위치한 한 오리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은 꽤 내 스타일에 가까운 곳이었다. 외관도, 오리 주물럭 요리의 비주얼도, 이번에도 역시 맛집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곳이었건만 나는 양껏 먹을 수 없었다. 이곳으로 오는 중에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지만둘 다 암묵적으로‘그날’의 일만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기로 다짐한 듯 굴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아직 남아있었고, 그의 마음도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날의 일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건 산더미인데,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려움이 커 알고 싶으면서 동시에 모르고 싶었다.
그는 그날 일을 입에 올리지 않을 뿐, 역시 태평했다. 오리고기를 잘 먹었고, 구워진 고기를 내 앞에 놓아두기도 했다. 돌판 위에 부추와 콩나물, 김치가 함께 바지직 구워지는 오리 고기는 그것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를여전히 뽐내고 있었지만 나는 단지 몇 점의 고기만을 집어먹었을 뿐이었다. 겉핥기 식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결국 내가 먼저 사과하며그날 일을 꺼냈다. 오빠에게도, 친구분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 과음을 해서 실수를 한 것 같다. 아니 명백한 실수가 맞다. 그날 이후로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매우 괴로웠다. 정말로.그러니 꼭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그는 정말 개의치 않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짜 속마음을 모르긴 몰라도 술 마셨는데 뭐, 그럴 수 있지, 괜찮아, 하는 반응이었다. 소주잔이 없어 큰 플라스틱 잔에 위스키를 따라 연달아 마셨고, 게다가 소주를 바로 마셨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안주를 잘 먹지 않았으므로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 자리에 있던 지인들도 재밌다고 했다며, 그는 내가 해명하고 싶은 말들로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아,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을 뿐, 크게 실수한 건 없었구나, 다행이다.
문득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있던 일들도 궁금해졌다. 그는 왜 아무 말 않고 화난 표정을 지었던 걸까. 왠지 모르게 서글프고 심통이 났던 그때의 내 심정도 퍼뜩 기억이 났다.
“차에서는 왜 그랬던 거예요?”
“말해줘?”
아니요. 알고 싶으면서도 모르고 싶은 두려움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었다. 네, 아니요. 네, 아니요. 네, 아니요.
“너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했잖아.”
아, 제발.
“게다가 울었어.”
“아악!”
최악의 술버릇, 2. 울었다. 3. 고백했다.
아니. 난울면서 고백했다.최악을 경신한, 정말 최-최악이었다.
어쩌면 다행일까. 쪽팔림을 얻은 만큼 나는 걱정을 얼마간 덜어낼 수 있었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한테 홀딱 ‘깨서’ 그만큼 내가 싫어졌으면 어떡하지. 아무리 창피하다고 한들 그 걱정이 해소된 이상 이 정도 쪽팔림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단지 지금은 그의 얼굴을 바로보기가 힘들 뿐.
그날, 여러 잔의 위스키와 소주를 연달아 섞어 마신 탓에, 또 처음 가본 낯선 장소에서 새롭게 만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너-무 좋았던 까닭에 나는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얼큰하게 취했던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내가 빠르게 취하는 것이 걱정되었던 그가 나를 일으켜 차에 태웠던 시각이 밤 아홉 시 전후였으므로, 정작 내가 가평에 있던 시간은 얼마 안 되었던 셈이다. 대다수의 ‘술쟁이’들이 그렇듯,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취기가 더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차에 올라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내가 그에게 급작스레 좋아한다고 고백 공격을 하며 그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야 만 것이 그날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 자초지종을 알고 나니 돌아오던 길, 그의 침묵과 화난 옆모습이라는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가평에서 의정부까지, 깜깜한 초행길을 가야 하니 운전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에, 술에 절여져 눈물의 고백까지 하는 여자를 옆자리에 태우고 가야만 하는 심정이 얼마나 힘들고 당혹스러웠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우리 집에서 부리나케 나가던 뒷모습,그 미스터리 한 장면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 답을 알기 위해 입을 떼는 것이란 마치 대학 합격자 조회 버튼을 클릭하는 것에 비견될 만큼이나 망설여지고 떨리는 일이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알게 된 거, 이제는 모든 것을 알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새삼 올라오고 있었다. 뭐 사실 생각보다 별것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근데 저희 집에 들어왔잖아요. 그거 살짝 기억이 나는데. 혹시 화장실 급해서 왔다 간 거예요?”
몇 초의 정적이었을까. 아차, 이 질문은 역시나 실수였을까, 를 생각하기엔 이미 늦었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연주 너가...
...
물 마시고 가라고 했어. 나는 괜찮다고 했는데. 몇 번이나.”
“하하. 말도 안 돼.”
하하.
라면 먹고 갈래, 가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나는 코웃음을 치는 편이었다. 이 선을 넘어볼래? 금단의 공간에 들어올래? 겉으론 아닌 척하지만 사실 상당히 노골적인 유혹을 품은 그 말이 견딜 수 없이 유치하게 느껴졌으므로, 나는 그 농담을 들을 때마다 몸서리를 치곤 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물 마시고 가라’며, 그를 그렇게 유치하게 유혹했다고…? 하하. 말도 안 돼, 제발.
하지만 지금 머리털이 곤두서고 팔에 소름이 돋고 있는 건 왜일까. 그날의 장면이 스멀스멀, 조각조각 떠오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를 함께 걷던 것, 내 뒤를 따라 그가 들어오고 바로 현관문이 닫힌 것,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 것, 황급히 나가던 그의 뒷모습. 이건 실재했던 일들이 분명했다. 그의 몇 마디 장난에 세뇌되었다거나 변조된 기억이 아니었다. 하.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가평까지 다시 가야 하는 까닭에 화장실만 잠시 쓰고 후다닥 나왔다며 이어 말하는 그의 앞에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은 왜 나와 다시 연락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날 만나고 있는 걸까. 왜? 도대체 왜.
사실 아주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술주(酒) 자를 쓰는 건 아니라지만, 연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술과 사랑에 빠졌다. 연례행사처럼 일 년에 두어 번씩 나는 꼭 사고를 치곤 했다. 서른이 넘은 딸을 둔 엄마의 걱정이 ‘결혼’보다도 ‘술’이었으니 여러 번 사랑에 실패해도 늘 다시 사랑에 빠지듯, 술 마신 다음 날엔 매번 후회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되는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곤 했다.
어쩐지 요새 통 드물었다 했어.
<가장 보통의 연애>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보통’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서늘했다. 술자리, 취기, 그리고 가끔은 실수와 같은, ‘술’에서 비롯된 그것은 ‘보통’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사람에게, 다수의 상황에서, 아주 적지 않은 확률로 ‘연애’로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서 그것은 내게 후회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술’로부터 시작한 연애는 그것이 보통의 연애라 할지라도 대다수의 경우 좋지 않은 결말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나만의 진리를 깨닫기도 했기 때문에, 서른 중반이 접어들면서는 꽤 자중하고 있던 터였다.
이것이<가장 보통의 연애>라면, <멜로가 체질>이라면, 이 상황은 너무나도 ‘클리셰’이고, 그 진부함은 해피엔딩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겠지만, 나는 영화 속, 드라마 속 공효진이 아니고, 천우희가 아니었으며, 그저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현실 속 서연주일 뿐이었다.
“진짜 괜찮으니까 이제 진짜 그만, 그만 얘기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이 관계는 시작도 전에 폭삭 망해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하는 어지러운 생각들로 고민에 잠겨있을 때, 나를 배려한 건지, 본인은 진심으로 개의치 않아하는 건지 다행히 그는 다 지나면 추억이라며, 정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달랬다.
그는 무엇인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 들리지 않았다. 그를 앞에 두고 나는 골몰하고 있었다. 이번엔 그에 대해.
그는 원체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임에도, 그날도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술 취한 서연주’를 이해했다. 취기에 흐트러진 상대의 틈을 파고들지도, 그 분위기에 덩달아 동요돼 선을 넘지도 않았다. 당연하게 갖춰야 하는 태도라는 건 알지만, 삼십 대 중반이 되기까지 이성적 사고의 마비, 그로 인한 이해 못 할 행위 같은 무수히 많은 실수를 얼마나 겪어왔던가.
그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정말 재밌었는데 담엔 재미없을 것 같아. 나는 너 오래 보고 싶은데, 그런 거는 정말 싫었어.”
그는 또한 점잖은 경고와 단호함을 잊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감정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일까. 사실 그 모습은 내게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어느덧 창피함에 그를 피하고 싶었던 마음을, 또 오늘이 만회의 날이라는 것을 잊은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