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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마담 Oct 20. 2022

상여자 특) 프로포즈 먼저 함 #9

자칫 광포한 성질을 내보일 수도 있었지만 소박한 이성과 지난번 실수를 기억하는 염치가 다행히도 그것을 제어했다. 아니 어쩌면 서운함을 가벼이 누르는 이 기막힌 애정 앞에서 무력해졌는지 모른다.

      

이제 막 도착했다고, 친구와 심각한 이야기 중이라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고, 내일 연락하자고 별다른 것 없는 사사로운 대화들만 늘어놓다 전화를 끊고 소파에 몸을 구겨 누웠다. 독립과 맞물려 당시 만나던 연하남과 완전히 헤어졌을 때 고심해서 골랐던 일인용 소파였다. 이제 쭉 혼자 살 것이 빤한데 굳이 삼 인용 소파를 살 필요는 없잖아,라고 생각했던 게 벌써 너덧 달 전이었다. 앉아있으면 편해 소파 본연의 구실을 잘하는 것 같았어도 드러눕긴 힘들었다.


일 인용 소파 틀에 결코 딱 맞을 수 없는 몸을 억지로 욱여넣을 때마다 종종 나는 일 인용 소파를 구매한 것을 후회하곤 했다. 누울 ‘와꾸’가 안 되잖아. 넓은 걸 살 걸 그랬어. 무리하더라도 삼 인용을, 아니 이 인용이라도. 그래도 다행이지. 오늘의 집에서 할인받아 사서. 그래도 욱여넣으면 들어갈 수는 있어서. 폭주하지 않아서. 광포한 성질을 내비치지 않아서. 예정했던 말 대신 다른, 일상적인 말을 해서. 엑스 얘긴 안 꺼내서. 또 고백하지 않아서. 어지러운 생각들이 알코올과 함께 마구 뒤섞이고 있었고, 나를 태운 소파가 바다 위를 울렁울렁 떠다니는가 싶더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바닷속에 빠진 줄 알았던 핸드폰은 소파 앞 바닥에 굴러 떨어져 있었고, 최근 통화목록은 어젯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전부임을 증명해주었으며, 나는 안도했다.      




세상에. 컴포터와 함께 전달했던 메시지의 뜻을 알아들은 걸까. 그의 게시물에 달려있던 엑스의 댓글은 어느샌가 삭제되어 있었다. 역시 센스가 영 꽝인 사람은 아니었다며 감탄도 잠시, 미묘하게 아쉬운 마음이 더 앞섰다. 아, 대충 훑기만 했는데, 아이디를 외워둘 걸 그랬나. 더 세세히 구경 좀 해둘걸. 제대로 다 못 봤는데.

      

‘낡은 건 정리하시죠. 구질구질하잖아요.’      


어쩌면 그 말은 내가 해야 했을 말이 아닌, 내가 들었어야 할 말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 결말의 확인을 핑계로 나는 그의 피드를 또다시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것이 나와 그를 우연히 만나게 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또 지난 육 년간은 전혀 몰랐던 사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갑작스레 이렇게 가까운 사이로 진전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연이라는 단어에 기대보고 싶을 만큼 묘한 감정이 꿈틀댔다. 벌써 수십 번도 더 본 게시물들인데도 나는 자꾸만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십 대부터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그의 과거들, 차곡차곡 진열된 그의 시간을 통해 그를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 이제 궁금한 건 해결된 건가?     


여전히 어떤 한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인스타를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한 메시지에 대한 그의 답이었다.

    

- 뭐, 두어 번 보고 말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요.      


- 괜찮은 사람이지. 의지가 강하고.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과연. ‘가평 사건’을 상기시키기 위한,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한 그의 장난이었다. 유혹한 건 결단코 아니라고, 정말 가평까지 다시 돌아가려면 목이 마를 것 같아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만취했던 상황에서도 그만큼 당신의 갈증을 걱정한 것이라는 나의 해명은 그에게(누구라도 그랬겠지만) 어떤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듯, 그는 종종 이런 방식으로 그날 밤 일을 꺼내 놀려대곤 했다. 이미 여러 번 들어 이제 더는 타격이 없을 것 같은데도 그의 반복된 장난에 매번 은근히 부아가 나는 것을 보면 그날 일은 끝내 풀지 못하고 제출한 시험 답안만큼이나 좀체 해결되지 않는 찝찝한 일인 것이 분명했다.

      

하기야 장본인인 나조차도 못 믿을 변명이었다.

     

- 유혹한 거 맞는데.      


- 응?

     

예정에 없던 말이 갑작스레 밖으로 쏟아져 나온 건 그때였다.

    

- 글쎄 저 어디 가서 매력 없단 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처음 만났을 때도 견인에만 신경 쓰고. 아무튼 자꾸 저를 여자로서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아서 유혹한 거 맞는 거 같은데요.

     

즉흥 세포가 갑작스레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번 물꼬를 트자 봇물이 터지듯 속에 쌓아둔 감정이 와락 쏟아져 나왔다. 그래요. 저 유혹한 거 맞아요. 맞다고요.

     

원래의 나였다면 즉흥적으로 질러놓고 후환이 두려워 확인을 겁냈을 터였다.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놓거나 뒤집어 놓는 방식으로 도피를 택했을 터였다. 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다르다. 이왕지사 이렇게까지 질러버린 것, 그가 무어라 답하는지 이번만큼은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화면을 가만히 쏘아보고 있었다.      


- 연주야 너 매력적이야. 성격도 좋고.      


답변은 예상외로 금세 왔다. 이런 주제가 나올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둔 이야기를 꺼내듯 그는 아주 천연덕스럽다고 느껴질 만큼이나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자연스레 늘어놓고 있었는데, 그것은 과거에 내가 여러 번 겪었던 연인이 되어가는 흐름이랄까, 그런 말랑말랑하고 간질간질한 어떤 순간들과 너무 닮아있어서 나는 어머, 혹시, 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 그런데 나는 좀 조심하는 부분이 있어. 그건 만나서 얘기하자.          



그으런데에?          



역시. 어떤 일이 너무 수월하게 풀리고 착착 진행된다 싶을 땐 의심을 해봐야 한다. 그런데, 라는 부사가 나올 타이밍이 결코 아닌 것 같은데 이 어이없는 흐름은 대체 무엇이며 뭘 또 굳이 만나서 얘길 하잔 말인가. 이 사람은 매사 뭐가 이렇게 명확하지 않고, 뜸 들이고, 고민이 깊단 말인가.

      

- 왜요? 궁금한데.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기엔 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며 그는 잠시 고민하며 난색을 보였으나, 나 역시 오늘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둘 사이에 몇 번의 팽팽한 ‘조름’과 ‘버팀’의 행위들이 있던 끝에 결국 그의 번호가 핸드폰 화면에 떴으므로 이번엔 내가 승리한 셈이었다. 통화를 통해 그는 사뭇 진지한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놀랍지 않은, 오히려 조금은 심심하고, 밋밋하고, 또 당연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를테면 이제는 서른여섯이란 적지 않은 본인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본능파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과거엔 본능에 이끌려 성급하게 시작한 연애들이 있었으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므로 이젠 신중하게 만나고 싶다는 것, 그리하여 이번만큼은 진지하게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는 것 등 아무튼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진부한 이야기들.      


본능파였다는 그 대목에서 나는 파안 일소했다. 저도, 저도요. 충분히 이해해요.      


그러곤 나는 조금 차가워진 심정이랄지, 딱딱해졌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착 가라앉아진 채로 전화를 끊었는데, 잘 자라며 굿나잇 인사를 잊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는 나의 심경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제의 꿈처럼 여기가 바다 위라면 그곳에 핸드폰을 빠뜨렸을 기세로, 나는 바닥으로 핸드폰을 던져버렸다.   




나는 본능이라는 단어에 꽂혀있었다.

     

나는 본능을 자극하지 못하는 여자란 말인가. ‘본능파’인 남자를, 그래서 여태 모든 연애를 전부 다 본능적으로 이끌려 시작했던 남자를 이토록 신중하게 만드는 무매력의 여성이란 말인가.      


그날 그가 내게 진솔하게 털어놓았던 것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결혼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는 것과 그렇기에 이제 진지하게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는 것. 그런 내용은 이미 휘발된 지 오래였다. 그딴 곁다리는 필요 없었다. 나는 오로지 ‘본능’이란 한 단어에만 꽂혀있었는데, 내가 찌질한 스타일인 것을 모르던 바는 아니었으나 그것을 증폭시킨 데는 얼마 전 그의 엑스를 알게 된 사건도 사실상 크게 한몫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바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어찌나 큰가. 직접 보진 않았어도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존재를 확인했으니, 소박했던 이성은 이제 그 어떤 자기 구실도 해내지 못한 채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었다.

      

그럼 그 엑스는 뒷일도 생각지 않고 정신없이 만날 정도로 본능에 이끌렸고, 나는 이렇게 신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있을 정도로 본능에 그 어떤 자극 따윈 없고? 아니, 애초에 신중해지고 싶다는 이유도 모조리 다 핑계겠지.      


그냥 나는 본능을 자극하지 못하는 여자란 말이잖아.     


<33의 3>을 쓰던 이 년 전, 나는 상당히 혼란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삼십 대 초반을 지나고 젊음을 조금씩 잃어가면서, 타인-특히 이성-의 관심이 슬슬 저물어가는 것을 의식했을 때, 나는 정신없이 휘청댔다. 나를 지탱하던 자신감과 변치 않을 것이라 믿었던 신념은 모두 젊음이라는 파워와 타인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구나,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어도 속으론 나를 갉아먹었던 그 절망적 상황과 찌질한 깨달음을 <33의 3>에서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그래도 서연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되 쪽팔리게 맥없이 고꾸라지지는 말자 다짐했던 것이 이 년 전이었다.  

   

이 년이 지난 서른넷. 고작 남자의 호감을 얻지 못하였다는 이유, 그것도 성적 매력이 발휘되지 못했음을 이유로 또다시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아 나는 그때의 나에게서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확실했다.     


못났다.      


분명히 머리로는 이것이 얼마나 못난 모습인지 아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잔뜩 비뚤어지고 꼬인 마음은 도무지 자제가 되지 않았다. 서른넷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연륜과 성숙함은 온데간데없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찌질할 수 있다고? 하는 날들이 며칠이나 지속되었다. 조금 진정이 된다 싶을 땐 우리 집에서 부리나케 뛰어가던 이성적이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다시금 그러데이션으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에, 나는 극단의 감정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문제와는 별개로 그와의 연락은 일상의 당연한 루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날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와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뾰로통함은 숨겨지지 않았고, 나도 애써 감정을 숨기려 노력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썸 단계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이 내가 애처럼 구는 이유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나는 이제 그와 나의 관계뿐 아니라 나에 대한 그의 호감도에 대해서, 나 자신의 이성적 매력에 대해서 깊고 깊은 고민과 자책에 빠져있었다.      


우습게도, 괴로운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끝을 보는 ‘하(下)여자’ 친구를 둔 죄로 주변 친구들 역시 내게 매일같이 들들 볶이며 시달리고 있었다.      


- ? 신중해지고 싶다는 게 어떻게 본능에 안 이끌리는 게 되는 거냐고.      


-  남자라서 남자 편드냐.      


- 그 형님도 참 피곤하겠다;;     


- 근데 그 전엔 항상 본능에 이끌려서 만났다고 했다니까.     


- 아 tq 서연주형!!!     


남자인 친구들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여 내가 갖는 생각이 오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여자인 친구들은 내가 지닌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나를 달랬지만 ‘본능’에 사로잡혀 있던 당시의 답정너, 무 매력녀에겐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진 않았다.  

    

진지한 만남이며, 결혼이며 하는 것들이 다 무언가. 그가 이렇게까지 시간을 갖는 것은 그저 본능적으로 나에게 반하지 않았을 뿐이고, 본능적으로 이성으로서 끌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그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것이 답이었다.      


그를 이해해보려 했던 나 자신이 바보 천치같이 느껴졌다. 속상함과 서운함, 그리고 거대한 배신감과 분노는 더욱 커져 나를 꽁꽁 동여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감정들은 그와의 다음 만남에서 절정을 이루어 결국 폭발하고야 말았는데, 무언가 어둡고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건지 그날은 술을 즐기지 않는 그가 웬일로 같이 술을 마시자고 제안해 군자의 한 곱창집을 가게 된 날이었다.

     

그날따라 운동복 차림이 아닌, 단정한 니트에 청바지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군자역 6번 출구 앞에 서 있는 그를 보았을 때 낯선 탓인지, 아니면 그것이 예상외로 썩 잘 어울렸기 때문인지 잠시 흠칫 놀라긴 했으나 나는 얼른 이제껏 지녀온 내 부정적 감정을 상기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의 단골 맛집으로 나와 먹방으로 유명세를 탔다는 바로 그 곱창집이었다.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이 꽉 들어차 있어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나와 그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자리에 운 좋게 앉았고, 내 뒤에 있던 두 커플은 간발의 차이로 가게 밖으로 줄을 섰다.

      

체인점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유독 곱창은 맛있었고, 술은 달았다.      


술이 술술 넘어가면서 서운함이 슬슬 고개를 쳐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즈 백 한 병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능숙한 종업원이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비언어적 주문을 알아듣곤 새로 한 병을 가져와 금방 테이블 위에 놓아주었다.      


빠르게 마신 탓인지, 실은 아까부터 감정이 고조되어 있었다. 나와 같은 속도로 마신 그 역시 언젠가부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금일까.      


새롭게 딴 소주를 그와 나의 잔에 각각 가득 채워두고 나는 그 술잔을 바라본 채로 입을 뗐다. 며칠 전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어쩌면 그 통화 이후부터 준비해왔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나는 늘 감정에 솔직해 왔다. 어린 나이가 아닌 건 피차일반이지만, 나이가 들었다 해서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해보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지내면서도 당신의 감정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는 건, 아마도 당신이 신중해서가 아닌, 정말 나에 대한 마음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기 때문에.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애매한 관계가 이어지며 겪었던 심정들을 당신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피가 머리로 뜨겁게 몰리고 숨이 가빠지고 있었다. 내 머리를 거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한마디가 기어코 입 밖으로 나왔다.      


“혹시 이렇게 해도 내가 계속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곤 나는 그제야 술잔에서 그의 얼굴로 눈길을 돌렸는데, 아마도 예상치 못했을, 뾰족한 말에 당황으로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포착하고야 말았다. 무어라 대답하려 움찔대는 입술도 보았지만 나는 그 순간마저 용납하고 싶지 않아 그에게서 눈길을 거뒀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끈질긴 사람이 아니다. 연락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화살처럼 깊숙이 박힐 말들을 내던지고는 나는 일어섰다. 망설이지 않고, 주춤대지 않고, 이마저도 준비했던 듯이 곧바로.  

    

곱창과 소주, 그 어떤 것도 좋아하지 않는 그가 나를 배려해 맞추었던 만남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에게 내가 겪은 감정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것으로 그에게 상처 주는 쪽을 택했다.   




홍마담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MVI-WRQYPQFToxaq4Nn04A

홍마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ong_ma_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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