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리스트 NO.1

by 홍시

이번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버킷리스트다. 그때그때 되는대로 살아온 나는 미래의 목표, 하고픈 일을 그려본 적이 없다. 남편은 학교 다닐 때도 대학은 어디로 가서 이런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는 이런 커리어를 쌓아서 회사에 취직을 해야겠다. 그리고 어디에 자리 잡고 몇 살에 결혼을 하고... 이런 이야기와 꿈을 계속 이야기하고 가족하고 자주 나눴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학교 열심히 다니고, 특별히 하고 싶은, 하기 싫은 공부도 없어 그럭저럭 수능성적표에 맞춰서 과와 대학을 정했다. 간호대학에 가게 되었고 간호사 일을 하고 지금은 친구의 소개로 수술데이터 수집일을 하고 있다.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려야 현실이 된다는데 나한테는 그런 꿈이 어렸을 때부터 없었다. 그래서 지금 40대에 접어들어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를 다닐 때는 조금 오른 성적에 부모님과 선생님이 칭찬해 주시는 것이 좋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공 공부에 친구와 수업 땡땡이치고 광화문에 놀러 가거나 학교 앞 농업박물관으로 숨어들어 반항을 했으나 결국 모범생가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취직하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열. 심. 히. 그리고 운이 좋게 대학병원에 취직하게 되었다. 병원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방송통신대학교, 전문간호사를 준비하며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였고 갖지 못했던 가방끈에 대한 욕망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3교대 병동간호사로 일하며 만나는 환자들에 대해 보람도 많았지만 근무 자체로 오버타임이 너무 많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는 현실이 너무 힘들었다. 구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는 연구간호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심사간호사 등등 병원 밖을 나와 자리 잡을 수 있는 일들을 서치 해서 보내주었지만 나는 불평만 해댔지 안락한 원안에서 나오기는 두려웠다. 그런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지금은 친구의 소개로 수술데이터 정리업무를 5년째 하고 있지만 그만둔다 말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내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그러다 글쓰기 수업에서 과거, 미래, 오늘의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지내는 오늘이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의 날들이 원망스러운 감정에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을 더 해볼까. 구체적으로 내가 오늘 해야 할 일 들에 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만두지 못하는 나를 더 이상 원망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두자라고 생각을 했다.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나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나이니 때가 되면 준비가 되면 그때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돌고 돌아온 지금 나의 버킷리스트 온리 넘버원은 홍시와 스페인 여행을 가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라고 생각하니 마음속에 갖고 있던 그림이 딱 하나 떠올랐다. 몇 년 전 꽃보다 할배에서 나온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우디의 건축물, 아름다운 풍경들을 홍시와 같이 즐기고 싶다. 올해는 홍시의 어린이집 출자금 냈던 것을 700만 원 정도 돌려받는 때이다. 원래는 집 고치는 데 쓰자라고 화장실, 부엌을 고치려고였는데 인테리어비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고 부분공사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있는 대로 대충 살고 옆지기에게 스페인으로 올해 가자! 크리스마스는 유럽에서 보내자! 하고 이야기했다. 일단 난관은 장시간의 유럽행 비행기를 어떻게 버틸지이지만 성당 앞에서 홍시와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페인! 좀만 기다려!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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