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엄마가 되고 싶은 홍시

by 홍시

"아기엄마가 되고 싶어!" 홍시가 말합니다. 처음 들을 때는 11살의 홍시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저의 시선으로 홍시에게 처음 둥둥 풍선처럼 떠오른 말은 왜 힘든 일을 한다고 할까. 하필이면 엄마 일까였습니다. 제 안의 엄마, 여성의 그려진 이미지 때문에 그렇겠죠. 반성했습니다. 홍시한테 건강한 여성, 엄마의 상을 주어야겠다고요. 어릴 때 저와 엄마의 일화도 생각났어요. 소아과에 길게 줄 서있는 아이들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어린 제가 엄마한테 이야기하니 엄마는 "왜 힘든 일을 하려고 해. 다른 일 해. 선생님 한다고 하자. 선생님" 그 이후로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저의 장래희망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물론 교대 갈 성적이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던 순간 말뿐이게 되었지만요. 그 이후로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 아기 엄마가 되고 싶어. 동물병원의사가 되고 싶어.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 하루에도 수백 번 장래희망이 바뀌는 홍시가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홍시에게는 재미있는 세상이구나 싶어서 더 많이 같이 경험하고 싶습니다.

홍시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장래희망을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는 모녀생애구술작업을 진행하며 엄마에게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았어요. 엄마의 이야기를 녹음하고 기록, 정리하며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저의 감정과 욕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 마무리를 위해 질문을 정리하던 중 엄마와의 반복되는 상황, 사건이 생겼고 그때 엄마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버렸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하니 제가 이야기 안 하고 의뭉스럽게 참는 것보다 상대방도 더 편하게 생각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참는다고 표정과 비언어적인 표현까지 숨겨지지 않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요. 서로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행동들을 제 맘대로 해석하지 않기로 하고요. 모녀구술작업을 진행하며 지금 같이 살아온 40년만큼 앞으로 40년 더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홍시와 호랑이 빵집 서지원 작가의 책을 오디오북으로 둘이 킬킬대며 너무 재밌게 들었습니다. 호랑이셰프가 신단마을의 사건들을 동이, 조수 라미, 마을사람들과 같이 해결하는 이야기인데요. 그 안에 역사 지식도 배치되어 있어서 신라시대의 석가탑, 미소빵 등을 호랑이셰프가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우리나라의 여우누이 전설, 고려청자 기원 등도 전달해 줍니다. 홍시와 함께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누워서 재잘거리는 홍시의 이야기를 녹음도 해봅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홍시의 말에 여러 가지 전래동화를 섞어 만들어내기도 해 봅니다. 호셰프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하여 오디오북으로 오늘도 무한 반복 중입니다.

호랑이 빵집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걸 보니 진심인가 봅니다. 두 명을 낳을 거고 둘 다 유아차에 태워서 밥도 주고 재우고 한다고요. 침대에도 눕혀서 재워주고 울어도 달래준다고요. "어른이 되면 두 명 낳으세요. 아이 두 명 잘 키우세요" 말하니 알겠답니다. 벌써 아기이름도 미미와 티티라고 지었어요. 한편으로는 홍시가 보는 엄마의 삶이 나쁘지 않은 듯해 어깨도 으쓱해 봅니다. 미래의 홍시에게도 마음 맞는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두 아이의 엄마가 될 홍시를 응원합니다. 파이팅!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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