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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방문기

미켈란젤로의 천장, 인간의 극한

by 홍천밴드

오늘은 한 일주일 전쯤 예약한 바티칸을 갔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바티칸을 예약해야지 하고 번뜩 생각이 나서 온라인 예약사이트에 갔더니 다행히 표는 있었다. 시간별로 예약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품절이라고 하는데 선택이 돼서 이상하긴 했지만 겨우 오후시간으로 예약을 했다. 예전에 로마에 왔을 때 투어로 신청해서 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개별로 예약했다. 바티칸 시국은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행사가 있어 바티칸이 요즘 자주 뉴스에 등장했다. 이번에 오랜만에 바티칸에 가니 또 새삼 느꼈다. 참 화려하고 크다. 패스트트랙으로 산 표지만 그 시간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는 것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바티칸 구경거리를 하나하나 보다가는 메인 작품을 못 보고 내보내질 수도 있으니 부지런히 메인 작품들을 향해 갔다.


역시 바티칸은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역작이 있는 천장화다. 4년 만에 그렸다고 하는데 정말 몸을 갈아 넣어서 그린게 맞다. 사람이 이렇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대단하다. 잠깐 목을 꺾어 올려다봤는데 그새 몸이 아팠다. 그리고 그 옆에는 최후의 심판 작품이 있다. 그 안에 가죽만 남은 사람이 있는데 그게 미켈란젤로 자신을 그린 것이라는 게 인간적으로 안타까웠다. 천장화를 그리면서 몸이 거의 아작이 났는데 그것을 표현한 것 같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이곳에서 교황선출하는데 것을 봤다. 왠지 주변에 이런 대작이 있는 곳에서 업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 회사원이라면 주변 환경은 처음에만 관심이 가다가 일을 하게 되면 천장에 천장화가 있든 말든 사실 별로 모르겠고 빨리 퇴근시간만 기다리는데 추기경들도 그런 심정일까? 도대체 언제 퇴근하는 거지.


메인만 보러 갔는데도 꽤 많이 걸어야 했고 길을 찾아야 했다. 예전에는 가이드 꽁무니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길을 찾을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직접 찾아야 하니 쉽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라고 하면 이곳이 정말 성지이지 아마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하다 싶다. 전 세계 천주교신자가 얼마나 많겠나. 물론 나는 무교다. 어렸을 때는 기독교를 믿긴 했는데 점점 커가면서 무신론자에 가깝다. 언젠가 무언가를 간절히 믿어야 할 때가 오면 다시 종교를 가질 수 있겠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절실히 몸이 완쾌되길 바라는데 오늘 바티칸도 갔으니 천주교의 힘을 잠깐 빌려보기로 한다. 아멘!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중간에 거죽만 있는 사람이 미켈란젤로, 그림 아래쪽은 지옥, 위쪽은 천당)
미켈란젤로 천장화 (중간에 유명한 천지창조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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