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부터 크렘브륄레까지, 미식의 나라에서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하면 바로 피자, 파스타를 떠올리고 동유럽 음식은 슈니첼, 굴라시를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면 딱 뭐다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왜 정의하기 어려울 질 생각해 봤는데, 프랑스 음식점에 가면 일단 메뉴가 아주 많다. 보통은 코스요리를 먹어서 전채, 메인, 디저트 순으로 한 식당에서 만드는 요리 자체가 많아 이 메뉴가 대표 요리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프랑스 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다. (나도 프랑스 음식 전문가는 아니고 단편적으로 이번에 경험한 것만을 쓰려고 한다.) 대표적인 프랑스 음식은 달팽이 요리, 양파 수프, 코코뱅, 비프 브루기뇽 정도가 있다. 국물이 있는 음식은 보통 겨울에 먹는 음식이라 이번 여행에서는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는 없었다.
달팽이 요리는 메인 요리 나오기 전에 먹는 전채음식이다. 한국에서 많이 먹는 골뱅이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달팽이를 버터, 마늘, 파슬리 등으로 양념을 해 먹는다. 사실 달팽이 요리는 소스 맛으로 먹는다. 달팽이 요리를 시키면 달팽이를 고정하는 기구와 달팽이를 꺼내는 작은 포크를 준다. 달팽이를 기구로 잡고 포크로 쏙 빼내서 먹으면 된다. 물론 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프랑스 여행 가서 한 번쯤 먹을 만한 음식이지만 두고두고 생각난다 이런 유의 음식은 아니다.
그리고 메인 메뉴로는 여러 고기 소, 돼지, 오리, 닭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중에 하나인 것은 돼지 등뼈 스테이크였다. 어떻게 조리를 했는지 아주 두꺼운 돼지가 완벽하게 익었고 같이 준 소스는 너무나 맛있었다. 두 번째로 맛있었던 것은 소고기 스테이크였는데 겉은 아주 바삭하고 안은 촉촉했고 곁들여서 먹는 가니시와 소스가 아주 맛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크림 브룰레다. 차가운 크림 위에 설탕을 토치로 구워 바삭하게 겉은 태운다. 한 입 베어 물면 차갑고 달달한 크림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역시 프랑스에서 먹는 크림 브륄레는 실패는 없다. 요즘 한국에도 꽤 대중화되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되긴 했다.
프랑스는 식사시간이 길기로 유명한데 보통 식당에서 전채, 메인, 디저트 순으로 먹기 때문에 당연히 식사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긴 식사시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은 식당에서 핸드폰을 잘 보지 않고 같이 음식을 함께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자주 봤다. 물론 내가 프랑스 전체 식당 문화를 봤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러 식당에서 본 프랑스 사람들은 식당에서 의식적으로 휴대폰은 잠시 넣어두는 것 같다. 이런 식사 문화는 참 좋아 보인다.
파리에는 빵집과 디저트류를 파는 제과점도 많다. 프랑스의 상점들은 자주 바뀌지 않아서 꽤 오랫동안 유지된 온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1730년에 문을 연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Stohrer를 갔었다. 1700년도부터 있었다니 가늠이 잘 안 된다. 빵집을 가는데 역사의 한 곳을 방문하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이곳은 맛도 있었다. 특히 에클레어가 정말 맛있었다. 나중에 다시 파리에 온다면 이 빵집은 분명히 그대로 있을 테니 그때 다시 추억을 회상하면 다시 가야겠다.
몇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은 아니더라도 동네에 있는 빵집들도 다 맛있었다. 바게트, 초콜릿 빵, 사과 빵, 크로와상 등등 먹어야 하는 빵 종류도 많다. 미카롱도 빼질 수 없다.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탄수화물을 정말 많이 먹었다. 맛있는 빵들이 널려 있는데 안 먹을 수는 없었다. 한동안 프랑스 빵이 그리울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좀 적당히 먹어야겠다. 하지만 또 한식이 기다리고 있는데 안 먹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