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의 하루, 아직은 꽤 좋다
이제 여행도 끝나서 한국에 돌아와 가만히 보니 이제 나는 완전한 백수가 되었다. 여행하면서는 내가 백수인지 잠시 여행온 직장인이지 구분이 되지 않는데 이제 한국에 와보니 이제 완전히 나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출근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참 많은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뀌게 만든다. 오늘 일어나서 어딘가 시간 맞춰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오늘 계획을 내가 세우고 그것을 하면 된다. 그 계획이 오늘은 집에서 텃밭 가꾸는 거라면 그것만 하면 된다. 그마저도 하기 싫으면 그냥 안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계속 있다 보면 시간관념도 요일 관념도 없어질 수 있다. 일요일이라고 화요일라고 다르게 내 생활 패턴을 맞출 필요는 없다. 그냥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아직 백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괜찮긴 한데 이 생활이 마냥 길어져도 심적으로 괜찮을지 모르겠다.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고 무언가 하는 삶이 익숙한데. 지금도 약간 현실 감각이 없어져 주중에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지 갑자기 이상할 때가 종종 있다.
아직까지는 너무 편하고 좋다. 오히려 백수가 되니 온라인 쇼핑몰에서 뭘 사는 빈도가 확 줄었다. 딱히 뭘 사고 싶지 않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택배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직장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백수라는 위치도 있고 무언가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있지 않다.
주중 남들 일하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 카페나 맛집도 조금 여유롭게 갈 수 있다. 오랜만에 양평에 있는 카페에 갔는데 정말 사람이 없었다. 이런 게 백수의 맛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