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 마주친 짐 덩어리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이사를 가게 되면 새삼 인간이 사는데 너무 많은 물건을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사를 할 때면 숨어있던 물건들을 한 곳에 놓으면 정말 산더미처럼 쌓인다. 이번에 시골집 이사를 가게 될 때에도 똑같이 느꼈다. 사람 사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일까? 물건들을 한데 쌓아놓으면 별 쓸모없는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느낌이다.
정말 다 쓰는 물건일까? 낡아서 고장 났거나 쓰임새가 정말 다 된 물건은 한 번에 버린다. 그런 물건들을 버릴 때 뭔가 희열이 있다. 그 짐이 없어짐에 따라 내가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줄어드는 것이라 물건을 처리했을 때 기분이 좋다.
하지만 버렸으니 새 마음으로 다시 물건을 산다. 사실 내가 지금 사는 물건들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건 100% 확정된 결말이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으니..
버리기는 언젠가 쓸 것 같고, 또 안 버리면 끝내 사용하지 않다가 언제가 버릴 것 같은 애매한 물건들도 많다. 그런 물건은 상자에 넣어 놓으면 그 상자는 또 다음번 이사 가기 전까지 영원히 닫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당근에 팔기도 하는데, 당근에는 평화롭지만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피곤한 경우도 많다. 상세 내용에 내가 원하는 방법을 자세히 썼는데도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애매한 물건들을 만들어내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사람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버린 쓰레기 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내가 지금까지 사고 버렸던 그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에 갔을까? 아직 지구 어딘가에서 썩지 않고 존재하고 있으려나. 제발 잘 분해되어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땅이 참 크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매일 엄청난 쓰레기를 버릴 텐데 일단 내 눈앞에는 없으니까.
이렇게 지구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하나라도 덜 사려는 노력은 지금 안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뭐가 더 필요한 게 없는지 계속 체크하며 무언가를 계속 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최대한 필요한 물건만 사고자 하는 마음과 고장 나면 고쳐서 쓰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보면 언젠가 실천할 것이라고 희망회로를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