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시작하는 건강 혁명
요즘 들어 장 건강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장염에도 자주 걸리면서 장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의외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우리 몸은 어느 장기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큰 영향을 받지만, 사실 장은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이다. 장은 단순히 소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과 호르몬, 심지어 감정까지 조율하는 능력을 지닌 ‘제2의 뇌’이자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지켜야 할 기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90년생 독일 의학자 줄리아 엔더스이다. 17세에 원인 불명의 피부병을 앓으면서 장과 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연구를 이어가 지금은 독일 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전공의로 일하고 있다.
책은 단순히 장에는 '이 음식을 먹어라, 저건 좋지 않다.' 그런 식의 단순하게 권고사항으로 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와 변으로 배출되기까지 인체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덕분에 평소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장기의 역할을 새삼 알게 되었다.
특히 2장 내용인 음식물 운반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케이크 한 조각을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향을 맡는 순간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고 위는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위산을 분비한다. 코는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서 혹시 상했는지, 술이 들었는지 등을 감별하고 괜찮다고 결론이 나면 먹기 시작한다. 케이크를 씹는 동안 혀는 알맞게 잘게 부순 음식물을 삼키기 좋은 방향으로 밀어 넣고, 연구개와 목구멍 근육은 길을 열며 ‘꼴깍’ 소리를 내면서 식도로 내려보낸다. 식도를 통과하는 데는 5~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위에 도착한 케이크는 위벽에 부딪히고 튕겨 나오기를 반복하며 0.2mm 이하로 잘게 부서진다. 빵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은 금세 소장으로 이동해 혈당을 올리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위에서 오래 머무른다. 소장으로 넘어간 음식물은 조금씩 앞으로 밀려가면서 영양분이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만 대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소장이 단순히 소화만 하는 게 아니라 ‘청소’도 한다는 점이다. 소화가 끝난 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소장은 청소 작업을 시작한다. 우리가 흔히 ‘꼬르륵’ 듣는 배 속 소리는 배가 고파서 나는 게 아니라, 바로 청소가 시작된다는 소리다. 단, 스테이크 같은 음식은 위에서 6시간, 소장에서 6시간이나 머무르기 때문에 청소를 시작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그 사이에 무언가를 먹어버리면 청소는 중단되고 다시 소화에 집중한다. 그래서 중간에 간식을 자주 먹으면 소장에게 청소할 시간이 없는 셈이다. 꼭꼭 잘 씹는 사람들은 집안 청소를 덜어준다.
대장에 도착한 음식물 찌꺼기는 그곳에 사는 수많은 박테리아에 의해 처리된다. 대장은 소장과 비슷하게 불룩한 공간을 만들며 담아두고, 하루에 서너 번씩 밀어낸다. 그래서 하루 서너 번씩 일을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하루 한 번이면 족하다. 평균적으로 케이크 한 조각이 입으로 들어와 변이 되어 나오기까지는 하루 정도가 걸린다.
특히 소장이 ‘청소’를 한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방 청소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계속 어지른다면 화가 나 싸울 수도 있을 텐데, 소장은 꾹 참고 빗자루를 내려놓고 다시 일하러 간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괜히 간식을 자주 먹는 게 소장에게 미안해졌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우리 몸속 장기들은 이렇게 쉴 새 없이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히 기특하고, 수고 많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쭉 수고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