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앞 작은 산길에서 발견한 선물
양평의 한 카페에 갔는데 야외 좌석이 있어 그곳에 앉았다. 카페 앞에는 작은 산이 있었고, 바로 이어지는 길이 눈에 띄었다. 잠깐 구경할 겸 그 길을 따라 올라가 보니 땅에 밤송이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홍천 집 길가에도 밤나무가 있는데, 그곳의 밤은 알이 작아 밤송이를 힘들게 열어도 먹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요즘엔 떨어져 있어도 치우기만 바쁘지 굳이 주워 먹으려 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 떨어진 밤은 달랐다. 제법 통통하고 알차 보였다. 결국 ‘아줌마 근성’이 발동해 보이는 대로 주워 담았다. 밤을 까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데, 제대로 발로 누르지 않으면 손이 찔리기 마련이다. 한 움큼 주우니 마음이 왠지 풍요로워졌다.
역시 인간의 DNA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열매를 수확하는 본능’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책상에 앉아 회사 일을 하는 건 길어야 고작 한 50년도 안 된 습관일 테니, 따지고 보면 내 DNA에는 없는 본능이 맞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 일은 재미도 없고 왜 하는지도 모르겠던 적이 많다. 그런데 떨어진 밤을 줍는 건 늘 즐겁다.
집에 와서 오늘의 성과물인 밤을 쪄서 먹었다. 솔직히 밤은 줍는 게 제일 재미있다. 찐 뒤에 밤을 잘 까려고 하면 손도 아프고, 아무리 도구를 써도 군밤장수의 그 비주얼은 나오지 않는다. 먹으면 맛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감동은 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에 토실토실한 밤이 떨어져 있으면 또 주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DNA를 거슬러선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