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가온 겨울의 신호들

겨울의 시작, 느린 호흡

by 홍천밴드

홍천의 새벽 공기가 확 달라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뛰어다니던 곤충들, 날아다니던 벌레들이 이제는 자취를 완전히 감췄다. 모든 생명들이 하나둘 움츠러드는 시기다. 마당에 나가려면 옷을 꽁꽁 싸매야 할 만큼 차가운 공기가 밀려온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추위가 또 어김없이 찾아온다. 계절의 변화는 늘 겪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고 위대하다. 텃밭에는 뽑아낸 무 자리만 군데군데 남아 있다. 그래도 작은 소나무는 여전히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잔디는 색을 잃어가고, 땅은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마치 지구도 이 시기에는 잠시 속도를 늦추는 것 같다. 미친 듯이 앞으로만 달리면 지구도 버거울 테니, 겨울을 틈타 잠시 쉬어가는 셈이다. 모든 지구의 생명체도 그렇지 않을까. 누구나 쉬어야 할 때가 있고, 제대로 쉬어야 다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니 잠시 멈춰가자. 쉬는 것도 자연의 일부니까.


쉬긴 쉬어야 하는데, 마냥 쉴 수만은 없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텃밭은 남아 있는 풀들을 정리하고, 비어 있는 흙을 한번 고르게 다져놓아야 한다.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쓸 일이 많아질 테니 넉가래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난로도 미리 깨끗이 닦아두고, 연료도 채워 두어야 한다. 창문에 뽁뽁이도 붙여야 한다.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데 언제 쉬지?!!

무 뽑힌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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