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장애인 미성년 폭력과 성폭력은 모두 같은 것일까?
나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 분위기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이는 사건에 대해서 정당방위를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경직적으로 적용한다고 생각한다. 정당방위 요건을 규정한 법률을 개정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판사들이 조금 더 상황을 감안해서 탄력적으로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왜 도망가지 않았냐는 식의 자기 보호 의무 책임을 묻는 건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비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가족 중심 사회다.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치 않아 가족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는 가족 안에서 폭력이나 문제가 생겨도 그 구성원이 도망칠 곳이 없다. 말 그대로 가족이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최후의 보루에서 도망치라는 말은 낭떠러지로 뛰어내리라는 의미다.
장애인이나 미성년이 피해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보호자가 필요하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도망칠 곳이 없다. 아직 혼자 서지 못하는데, 사회적 안전망도 없어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그들의 안위와 존재를 자기가 소속된 집단에 의지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등에서 일어나는 성인이 겪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다. 성인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고 또 그러면서 그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지 그 소속 집단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성원은 집단을 형성하는 주체이지 형성된 집단의 피동적 객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인은 사회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