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도덕, 경제와 도덕 그리고 나와 나, 가족, 국가 사이의 '분리'
근대의 핵심은 도덕의 분리에 있다. 도덕과 정치의 분리(마키아벨리 등), 도덕과 경제의 분리(아담 스미스). 일본에도 도덕과 정치를 분리시킨 사상가가 있고 이를 실천한 게 근대화 성공의 핵심이었다고 한다.
아담 스미스가 제시한 도덕과 경제의 분리 핵심 기제는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공평한 관찰자다. 내가 나 자신을 다른 사람 보듯 보는 능력이다. 요즘 말로 하면, 메타 인지, 자기 객관화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에도 공평한 관찰자가 등장한다. 이 힘의 핵심이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 하기 싫어하고 있는 마음을 지켜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책은 하기 싫어하고 있는 자기 마음을 객관화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내 마음을 '나'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힘든 일을 겪을 때 법륜 스님의 홈피에서 즉문즉설 사연과 조언을 파헤치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다. 그걸 보면, 정말 서람 삶이 얼마나 다를 게 없는지, 아무리 많은 고민이 있어도 다 거기서거기인 똑같은 것인지 발견한다. 스님의 조언 역시 같은 얘기의 반복인데, 핵심은 자기 객관화다. 인간사 거의 모든 문제는 나에서 나를 분리하지 못하는데 있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눈을 감고 자기 몸에 주의를 두는 일을 지속하고 있으면 문득 공평한 관찰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나 역시 내가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것과 똑같이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나는 나를 움직이고 조종하는 것 같지만, 진실은 다른 사람을 보는 것보다 그저 좀 더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뿐이다(설명하기가 어렵넹). 물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평한 관찰자가 자취를 감춘다. 명상 또는 수행의 목적은 일상에서도 공평한 관찰자를 되살려 내가 나를 마치 영화보듯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상 근대 이후 체제라는 건 이러한 분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사회 제도는 이러한 분리가 이루어지도록 고안된 인센티브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근대화에 성공하고 성숙한 사회에 도달할수록 발달한 시민의식 나아가 세계시민의식이란 것도 나와 나, 가족, 국가의 분리에 달려 있다고..
그래서 《환장할 '우리' 가족》이 나온 듯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