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가 늘면 창업이 얼어붙고 혁신이 중단된다??
인구가 감소할 때,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요? 이에 대해 크게 보아 두 가지의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맬서스의 '인구증가는 물질 수준의 감소로 연결된다'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의 규모가 분업을 창출하며 혁신을 유발한다'는 아담 스미스의 성장이론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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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 전후까지는 압도적으로 맬서스의 주장이 우위에 있었습니다. 물론 문명이 발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계의 총 GDP는 늘었죠. 대신 1인당 GDP는 거의 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인구의 증가속도가 생산성, 즉 사람 한사람 한사람의 생산 효율 증가 속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인류 전체의 소득은 늘어나는 데 1인당 소득이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됩니다. 귀족이나 양반 등 상위계급이 부를 독식하는 반면 천민이나 농노는 자기 입하나 풀칠하기 힘든 상황이 될 때,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기아가 시작 됩니다.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신라 말기나 고려 무신정권기 그리고 조선시대 말에는 대규모 농민반란(및 내전)이 출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지배계급이 들어설 지언정, 불평등 및 1인당 소득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아니, 인구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척박한 토지까지 경작해야 했기에 투입된 노동력의 효율은 오히려 떨어졌죠.
[그림 7-3]은 이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1인당 토지가 늘어나면 산출량이 늘며, 반대로 1인당 토지가 줄면 산출량이 줄어듭니다. 즉, 사람이 줄어들어야 1인당 토지가 늘고 1인당 소득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산성의 향상이 정체되는 세상에서 다산은 일종의 '속박'이자 '굴레'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인구 감소(전염병과 전쟁, 그리고 기아로 인한)가 다른 이들에게는 축복이 됩니다.
출처: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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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아담 스미스의 세상에서 인구증가는 축복이 됩니다. 왜냐하면 인구가 늘어나면 시장이 커지며, 시장이 커질수록 사람들의 분업이 촉진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작을 때에는 분업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일 쌀농사를 버리고 베짜기에 집중했다, 흉년이 찾아와 쌀값이 급등할 때 그는 기아에 허덕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늘어나고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면 분업의 이점이 훨씬 커집니다. 사람마다 자신들이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또 품질도 개선될 것이며, 이는 또 경제 전체의 후생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2-6]을 보면, 17세기를 고비로 인구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소득이 줄지 않고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아담 스미스는 이 때 영국에서 벌어진 일을 관찰함으로써 분업의 발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출처: "맬서스, 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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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두 가지 이론 중 아담 스미스가 '승자'가 되었습니다만.. 분업과 시장의 규모가 모든 혁신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가 될 것입니다. 인도는 세계 넘버 원 인구 대국이지만, 아직도 1인당 소득은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미래가 밝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육 투자가 너무나 저조하기 때문입니다.
[Figure A1.2.]는 2020년 기준으로 고등학교 졸업 미만 학력자의 비율을 보여줍니다. 25~34세 인구이니,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 참여가 기대되는 계층입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고등교육 근처도 못가봤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즉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인구 대부분이 교육 받지 못한 상태라면, 혁신을 유발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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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구와 교육 말고 한 가지 요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혁신을 자극하는 제도입니다. 영국만 하더라도 왕립학회가 설립되며 과학연구를 장려하고, 또 특허제도가 완비되며 발명가들에게 후한 보상을 준 것이 산업혁명이 큰 기여를 한 바 있죠. 즉, 인구가 많고 교육을 아무리 잘 받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혁신의 씨앗이 싹트기 어렵습니다.
1990년대부터 일본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자산가격의 폭락이 유발한 부채 디플레이션 때문이지만,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안 이뤄지는 연공서열 문화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90년대부터 정보통신 혁명이 본격화될 때, 연공서열 문화가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나라, 일본에 제대로 된 스타트 업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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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면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도 참 어둡습니다. 이른바 '공동부유' 정책 발표 이후, 디디추싱 등 수 많은 혁신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 1천억 위안(약 18조 원), 텐센트 500억 위안(약 9조 원), 메이투안 23억 달러어치 주식(약 2조7천억 원), 샤오미 22억 달러어치 주식(약 2조5천억 원). 이상은 2021년 6월 이후 중국 주요 기업들이 사회기부를 약속한 금액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불평등을 완화할 목적으로 혁신 기업에게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텐센트(게임산업 규제, 반독점법 위반), 메이투안(반독점법 위반, 직원복지 규제), 디디추싱(데이터 보안관리 위반, 해외 IPO 규제), 신동방(사교육 규제) 등 플랫폼, 데이터 기반, 게임, 사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중이죠.
이런 환경에서 창업하고 싶은 이들이 늘어날까요? 정부가 어디로 규제할 지 미리 파악해서, 다른 이들이 망할 때 틈을 노리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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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000년 정보통신 거품과 2022년의 밈 주식 거품에서 보듯, 스타트 업에 돈이 몰리고 또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무조건 경제에 이익이 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거품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지.. 시중의 자금, 그리고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몰리는 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가 지속된다고 해서 이게 혁신의 결여로 연결될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봅니다. 혁신을 장려하는 제도와 문화, 그리고 높은 교육 수준의 유지가 이뤄지는 나라는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글로벌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국 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스럽습니다. OECD에서 3년 마다 시행하는 학력평가시험(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순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출산율도 나날이 떨어지는 중인데,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내려가는 것은 '망조'가 든 일대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2009~2012년에 너무 뛰어난 성취를 기록한 탓에, 눈 높이가 너무 높아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만.. OECD 국가 내에서 압도적인 톱 레벨이었던 게 이제는 상위권 수준으로 내려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특히 남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 대단히 걱정스럽습니다. 아들만 둘 둔 '목메달' 아빠 입장에서 볼 때, 이 흐름이 1~2년이 된 것이 아님을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적극적인 교육 대책이 적시에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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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으로 이뤄진 맬서스 트랩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시리즈의 1편과 2편 링크는 아래와 같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hong8706/174
https://brunch.co.kr/@hong8706/176
교육과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 글을 읽어보심 좋습니다.
https://brunch.co.kr/@hong870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