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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30. 2022

"돈이 보이는 투자의 역사3" - 테마주의 흥망성쇠

황우석관련주로부터 북한 테마주까지

윤재수 작가의 책 "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에 대한 3번째 글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 흥미로운 정보 위주로 소개할까 합니다. 참고로 이전 글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심 됩니다. 


"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 - 한국 증시는 원래 엉망! - 1편

"돈이 보이는 투자의 역사 2" -  사채동결 조치가 증시 부양? - 2편


오늘은 테마주의 역사에 대한 것입니다. 책 205쪽에 표시된 이 <표>는 참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80년대 후반의 대세상승 국면에 한국 증시에서 가장 인기 좋은 기업들은 증권·무역·건설 등 이른바 '대중주'였습니다. 그러나 1989년 3월부터 시작된 폭락장에서 대중주들은 순식간에 몰락했고, 대신 새로운 테마가 형성되었으니 바로 저PER 혁명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증시는 외국인에 대한 주식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있었고, 코리아 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역외펀드들이 이미 한국에 투자를 시작한 참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선진 투자 기법(?)'에 관심을 갖게 되어, PER이 낮은 기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여기서 PER(=Price to Earning Ratio, 주가수익배율)이란, 현재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게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되어, 엄청난 매수세가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나, PER이 낮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대주주가 소액주주을 홀대하거나, 혹은 돈을 잘 벌어도 쥐꼬리 배당을 하거나, 대주주가 자주 큰집을 가는 경우가 다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런 자제력을 구경할 수는 없었고.. 결국 205쪽 <표> 같은 급등이 출현했다 덧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PER 혁명이 마무리된 다음에는 성장주의 장세가 나타났습니다. 1999년 주요 기업의 주가 등락을 보여주는 아래 <표>는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책 250쪽). 지금 돌이켜 보면 셋 중 하나는 상장폐지되었으니, 얼마나 부실한 재무구조 및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저도 이 중에 투자햇던 기업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1999년의 저금리 장세에서 성장주, 즉 PER이 높고 이익 성장 속도가 빠른 기업들이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달 만에 40배가 상승합니까? 

상장폐지 안되었더라도 주인이 바뀐 곳도 허다 합니다. 다음이 대표적이고, 한글과컴퓨터도 주인이 바뀌었죠. 결국, 당시 우리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의 미래 성장성 따위는 제쳐두고 그냥 PER이 비싼 기업에 대거 투자했다 큰 피해를 경험했다 볼 수 있습니다. 

 


이걸로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323쪽의 2000년대 중반 바이오주 열풍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 이 때가 그 유명한 황박사 사건 때입니다. 인터넷 세계가 절반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싸웠던 그 사건 맞습니다. 줄기세포로 우리 모두 무병장수하고, 치명적인 유전병을 싹 나 해결할 줄 알았던 희망의 시기였죠. 

물론 지나고 보니 현실은 참으로 참혹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읽으시면 좋지만... 되도록 안 보기를 바랍니다. 진실을 규명한 사람들을 '위인을 헤치려는 악마'로 몰아가던 이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왜 황박사 사기 사건이 그토록 오랜 시간 끌었는가 생각해보면, 아마도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이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생각됩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D%99%A9%EC%9A%B0%EC%84%9D_%EC%82%AC%EA%B1%B4



340쪽에 표시된 2010년을 전후한 자원개발 테마, 그리고 346쪽의 중국관련 테마도 끔찍합니다. 10여년의 시간이 지나 부활한 종목도 눈에 띕니다만, 당시 어떤 광풍이 불었는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네요.  특히 현대중공업처럼 초대형 주식이 34.6배나 오른 것은 일대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47쪽에 표시된  <표>처럼 리만 사태 때 가장 주가가 많이 빠진 기업들도 중국 테마였습니다. 현대중공업이 78.0%, 성광벤드가 78.5% 폭락한 게 눈에 띄네요.


마지막으로 아래의 <표>는 2020년까지 시장을 뒤흔든 테마주의 리스트인데, 참 어처구니 없는 것도 많습니다(324쪽). 가장 대표적인 게 2018년의 남북 경협 테마였죠. 모 증권사에서 나왔던 "장군님 나가신다" 운운하는 제목의 자료는 29년 이코노미스트 역사에서 2번째로 끔찍한 보고서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최악의 보고서는 H모 증권에서 나온 PDR 운운한 자료이구요. 

암튼, 주식시장을 뒤흔든 테마주의 역사를 본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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