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장벽의 소멸, 그리고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편견의 종말
#클라우디아_골딘 교수의 신작 "#커리어_그리고_가정"에 대한 세 번째 서평입니다. 아마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의 <그림 5.1>은 아동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변화를 보여줍니다. 1~2세대 여성들이 '결혼이나 커리어냐'의 기로에 섰던 이유는 크게 보아 두가지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결혼하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제도적 장벽이며, 다른 하나는 '아이가 어릴 때에는 엄마가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림 5.1>는 '아이가 미취학 연령대일 때 엄마가 바깥 일을 하면 좋지 않다'는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날이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1910년에는 거의 모든 이들이 이 생각에 동의했다면, 2000년에 이르러는 20% 전후의 사람들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전후 호황과 피임약의 발명, 그리고 취업 주부에 대한 인식 변화는 모두 대졸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를 촉발하는 요인이며.. 특히 여성들이 더 학업에 몰두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래의 <그림 6.1>은 출생 연도별 대졸 여성의 #초혼연령(중앙값) 변화를 보여주는데 1940년대 후반에 비해 1970년대에 거의 4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초혼연령의 상승은 이전에 여성들이 잘 가지 않던 분야로의 진출을 확대합니다. 아래의 <그림 6.4>는 대졸 여성들의 직업 변화를 보여줍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직업은 사서/간호사/사회복지사/사무직원/교사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변화(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규정의 삭제 등)와 초혼연령의 변화 속에 고소득 전문직종으로의 진출이 급증합니다.
변호사/경영자/의사/교수/과학자가 된 30~34세 대졸 여성의 비중은 1960년대 10% 미만에서 2000년대에는 30%까지 늘어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들 #전문직종 종사 여성 비율이 2000년 이후 20년째 정체 상태라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것은 첫 번째 서평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문직종에서 '#탐욕스러운_일자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 어느때라도 달려갈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급하게 휴가를 내거나, 혹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기 위해 출근을 늦게 하는 게 가능한 '#유연한_일자리"와 대비되는 것이죠.
결국 여성들의 '#고소득_전문직종' 진출을 억제하고 '#임금격차'를 유지시키는 가장 결정 요인은 바로 아이에 대한 돌봄 서비스 문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고소득 전문직종임에도 여성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분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약사입니다.
#약학대학원 졸업자 중에 여성 비중은 무려 70%에 육박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굵은 실선으로 표시된 '#전체약사_중_독립약국_약사비중'의 감소입니다. 미국의 약국은 체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약사라는 일자리가 '유연한 일자리'로 변화한 것입니다. 물론 응급실을 갖춘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약사들은 아직도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사들은 이제 직장인처럼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갖추고 일을 하게 됨에 따라,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났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여성 약사의 비중 확대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실내에서 일하는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이기에 여성들이 이를 선호했을 수도 있으며, 또 여성들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남성들이 이 일을 '여자들의 일'이라고 인식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심리, 도덕, 그리고 정치의 문제 영역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서평을 마무리하자면.. 매우 좋은 책이니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합니다. 요즘 좋은 책이 마구 쏟아져, 참으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