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크 리스크 및 동종 집단의 압박 때문!
지난 번 올린 글, "투자에 대한 생각 - '고위험=고수익' 등식을 버려라!"에서 리스크와 수익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 문제를 신규상장공모(IPO) 투자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쓴 책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의 91쪽에서 가져온 것으로, IPO가 이뤄지는 시기가 대체로 주식시장의 '고점' 전후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소개했던 책 "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에서도 거론했다시피, 대형 IPO 기업의 성과는 대단히 부진합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은 IPO 할 때마다 참여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하워드 막스는 벤치마크 리스크가 이런 일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합니다(69쪽).
투자 리스크는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그중에는 어떤 투자자에게는 문제가 되지만 나머지 투자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리스크도 있고, 어떤 투자 대상에는 안전할 수 있지만 나머지 투자 대상에는 위험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중략)
● 저조한 성과: 고객의 자산관리 계좌가 얼마나 잘 운용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고객으로부터 더는 나올 돈이 없는 것을 투자매니저가 알고 있지만, 고객의 계좌가 일부 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면 손실이 생길 것이 확실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벤치마크 리스크(benchmark risk)'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투자매니저는 해당 지수를 모방하는 것으로 손실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과 성과를 포기하기 싫은 모든 투자자들과, 지수를 따르지 않기로 한 투자자들은 상당히 성과가 저조한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사실상 최고의 투자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전략을 지나치다 싶게 고수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전략도 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들 역시 저조한 성과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시기에 숙련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리스크를 받아들인다(1999년 워렌 버핏과 줄리안 로버트슨(Julian Robertson)의 사례를 보라. 그해 저조한 성과는 테크주 거품에 동참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일종의 훈장이었다).
즉 IPO 주식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새로 상장된 기업이 KOSPI200 등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될 것을 알고 있다면.. 이를 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홀로 틀릴 위험을 무릅쓰기보다 함께 손실을 경험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워드 막스는 이를 이례성 리스크라고 부릅니다(70쪽). 저는 이를 '동종 집단의 압벽(Peer Group Pressure)'라고 지칭하곤 합니다. ^^
● 이례성 :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이례적인 행동으로 실패하여 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절대적 기준으로 어디에 위치하든 상관없이 그저 평균 성과를 내는 것에 더 마음 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리스크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눈에 띄는 결과로부터 멀어지기도 하지만, 과감하게 남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 이례성 때문에 좋은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돈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투자 행동이 달라지며, 이게 금융시장의 버블을 키우는 경우도 종종 벌어집니다(책 70쪽).
● 경력 리스크: 저조한 성과 리스크의 극단적인 형태로,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과 자금의 주인이 다를 때 이 리스크가 증가한다. 매니저(또는 에이전트)는 자신에게 오지 않을 수익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자칫 직장을 그만둬야 할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할 수 있다. 결론은 확실하다. 에이전트를 해고시킬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리스크는 감수할 가치가 없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자본시장에서는 끊임없이 '버블-붕괴-회복-버블'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2021년 같은 IPO 버블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