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큰 상처를 토지개혁으로 이겨내다!
최근 읽은 책 "이상한 성공"에서 인상적인 부분 위주로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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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직전 남한 경제 상황, 끔찍한 수준(126쪽).
화학, 금속, 기계 등 중화학 공업시설의 79퍼센트가 북한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분단은 일본과의 경제 단절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해방 직후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의 경제사절단장 번스는 한국 경제가 너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어 외부 지원이 없으면 초보적인 농업사회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1950년 6월 시작된 한국 전쟁은 관뚜껑에 못을 박은 일이었습니다. 김일성의 모험주의적 행동에 대해서는 '링크' 글을 보면 좋고.. 암튼 계속 인용해 봅니다(책 126~127쪽).
그래도 그 정도에서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끔찍한 한국전쟁이 3년간 지속되면서 한반도의 모든 삶의 터전을 파괴했습니다. 한국전쟁 동안 미국이 한반도에 투하한 63.5만톤의 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태평양전쟁 지역에 투하한 50.3만 톤보다도 많았으니까요.
남한 기준으로 전쟁 기간 동안 612,636채의 주택, 산업시설의 42~44퍼센트가 파괴되었습니다. 도로, 철도, 항만 시설의 피해도 엄청났어요. 국민총생산(GNP)을 기준으로 85퍼센트 정도가 파괴되었으니까요. 확인된 전사자만 137,899명에 달했고, 244,66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128,936명이 학살당했고, 303,210명이 행방 불명되었습니다. (중략) 전쟁으로 한민족이 겪은 고통의 크기와 깊이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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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평등한 국민국가의 형성이었죠. 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지주계급이 소멸되었습니다. 한국전쟁과 토지개혁 때문이었고, 토지개혁도 공산화에 대한 공포 때문에 가능했었습니다. 물론 유상몰수 유상분배였지만, 지주들은 헐값에 땅을 빼앗긴 꼴이 되었습니다(134~135쪽).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농지 가격은 농지에서 생산되는 쌀의수확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A라는 지주가 시장 가격이 백 만원인 농지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당시 농지개혁에 따라 정부는 유상 매입을 하면서 실제 쌀 가격의 30퍼센트에 불과한 공정미가로 농지 가격을 지불합니다. 그러면 A 지주는 30만 원에 농지를 정부에 넘겨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는 30만 원 액면가가 찍힌 지가증권을 A 지주에게 주지요. 지주 입장에서는 벌써 70만 원의 손해를 본것입니다.
그런데 이 30만 원도, 지가증권을 받은 해에 모두 현금화할 수 없고 5년에 걸쳐 현금화해야 합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에따라 그 30만 원의 가치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951년한 해에만 물가가 4백 퍼센트 가까이 올랐으니 1년이 지난 후 지가증권 30만원의 실질 가치는 6만 원이 될 것입니다. 만약 현금화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고 다음 해에도 물가가 오른다면 지가증권의 가치는 더 떨어집니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5년이지나면 지가증권의 가치는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토지를 잃은 지주가 먹고살기 위해 장사라도 하려면 지가증권을 현금화 해야 하는데, 5년이라는 기간이 설정되어 있으니 더 싼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소작농도 지주도 없는 자작농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폭발적인 교육열, 그리고 생산성의 향상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놓을 수 있었죠.
출처: "이상한 성공", 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