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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25. 2022

해방 이후 한국의 금융정책 - 최강의 권력자, 이승만

50년대, 은행은 재벌에 편중 대출해주고 정부는 원조자금 뿌려

1996년에 발간된 책 "해방 이후 한국의 금융정책"에서 흥미로운 <그림> 위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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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에 나와 있는 <표 1-2>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재벌들이 전체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전에 올렸던 글 "R의 공포가 온다 - 이승만 정부의 경제정책 이야기"를 보시면, 적산불하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때 큰 돈을 번 이들이 재벌로 등장했으며, 시중의 자금을 다 끌어 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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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1쪽의 <표 1-6>은 50년대의 재정투융자 현황을 보여줍니다. 간단하게 말해, 정부(및 산업은행 등의 정부 금융기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빌려주었는지 측정한 것이죠. 1955년 전국 금융기관의 대출금이 65.5억원인데,  대충자금이 65.2억원 그리고 산업부흥국채가 22.2억원입니다. 정부가 압도적인 자금 공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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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충자금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은 1948년 마셜플랜(Marshall Plan)에 의하여 「경제협력법 Economic Cooperation Act」이 규정하는 쌍무협정에 의거하여, 피원조국에 적립된 대충자금 중 5%를 전략물자 구입 및 미국 정부 파견기관의 제 비용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95%를 원조국인 미국 정부와의 합의하에 피원조국의 경제 재건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였다.적립된 대충자금은 그것이 무상 증여인 한 형식적으로는 피원조국의 소유였지만, 원조국의 동의 없이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충자금 적립제도를 통하여 원조국은 피원조국의 경제 재건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셜플랜으로 시작된 대충자금 지원은 카스카 보고서 이후 미국과 한국이 맺은 협정에서 대충자금이 확대 지급됩니다. 1953년 8월부터 한국의 백두진 총리와 미국 경제조정관 우드(C.T.Wood) 사이에 한국의 재정적자 개선과 경제재건을 위한 회담이 재개되었습니다. 


백두진과 우드의 회담은 원조공여의 원칙문제에 대한 한미 간의 의견차로 쉽게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1953년 12월 14일 이른바「경제재건 및 재정안정계획에 관한 합동경제위원회 협약」일명 「백·우드 협약」의 체결을 통하여 매듭짓게 되었다.

「백·우드 협약」은 한국 경제재건이 국제연합과 미국의 막대한 원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원조 하에서 통화·재정의 안정, 단일외환율의 설정을 중심으로 하는 가격 정책의 확립, 자유기업체제의 확립, 미국의 대외원조 물자를 받은 국가의 정부가 국내에 팔아서 얻은 자금을 적립한 대충자금(對充資金, counterpart fund)의 운용 등 경제시책의 방향을 규정하였다.

특히 이 협약에서 주목할 점이 원조물자 판매대금을 통한 대충자금 설치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인출은 합동경제위원회가 승인한 목적과 방법에 의해서만 사용한다고 규정한 것인데, 당시 한국정부의 재정 중 대충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954년 30%에서 1957년 52.9%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결국 미국이 한국의 국가재정을 장악하는 수단을 확보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원조를 매개로 한국 국가재정에 관여하려 했던 미국의 의도가 「백·우드 협약」을 통해 보장된 것이다.

미국은 이와 같이 원조를 매개로 한국의 국가재정 운용에 관여하였다. 그리고 이후 원조물자의 판매대금으로 회수된 대충자금을 한국의 재정적자 보전에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그 대부분을 국방예산에 투입하였다. 1953년부터 1964년까지의 기간 중 원조에 의한 대충자금 총액의 약 43%가 국방예산에 투입되었는데, 이는 이 시기 대한 경제원조의 군사적 성격을 반증하는 것이다.


대충자금 때문에 이승만 정부는 강력한 강력한 '자금배분'의 권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때문에 이승만 정부 내내 심각한 부패 문제를 겪게 되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전에 올린 글 "대한민국 만들기4 - 전쟁 이후 경제정책 실수들"를 통해 자세히 설명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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