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편중 현상, 더욱 심해져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 그리고 금융감독원이 함께 발간한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두 가지 면에서 주목 받았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가계는 얼마나 자산과 부채를 늘렸는가? 그리고 이른바 ‘동학개미’ 붐 속에서 혹시 자산배분 구조가 달라진 면은 없는가? 오늘은 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란?
한국 전체 가계의 거의 0.1%에 해당되는 큰 표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조사이니, 상당히 정확하게 한국 가계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가계동향조사”가 가계부 형식으로 매 분기 가계의 소비 및 소득 현황을 집계하던 것에 비해, 더 정확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현재 가계의 자산과 부채 현황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다룬 여러 내용 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가계의 자산과 부채의 변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표>는 가계의 경제 상황을 요약해 보여주는데, 가계의 평균적인 자산이 한 해 동안 12.8% 늘어난 5억 253만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부채는 6.6% 늘어난 8,801만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참고로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은 14.2% 늘어난 4억 1,452만원을 기록해, 한국 가계는 부채를 늘려 투자에 베팅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 해 동안 소득은 단 3.4% 늘어난 6,125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의 자산 배분은? 부동산에 ‘베팅’!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한국 가계는 소득은 그렇게 늘지 않았지만, 부채를 늘려 투자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 투자해 이런 성과를 거두었을까요? 혹시 주식일까요?
아래 <표>는 가계의 자산 배분 현황을 보여주는데, 부동산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체 가계의 부동산 투자 비중이 77.5%인데, 1년 전에는 76.4%였죠(부동산 14.5%↑, 금융자산 6.1%↑). 즉 1년 사이에 부동산 비중은 올라가고 주식 등 금융자산 비중은 더 높아진 것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 가계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68.1%, 40대는 76.0%, 그리고 50대는 76.2%로 별 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즉, 모든 연령대의 가계가 모두 부동산에 올-인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가계의 재무구조는? 아직 건전하지만...
부동산에 베팅한 덕분에 한국 가계는 순자산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었고, 이 결과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20년 18.5%에서 2021년 17.5%로 무려 1% 포인트나 떨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저축액도 6.1% 늘어난, 8,099만원을 기록하는 등 한국 가계는 저축과 자산 규모 모두 늘어났습니다.
그럼, 가계 부채 문제는 걱정 안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 대비 부채, 그리고 저축 대비 부채의 비율이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유동성’ 지표가 조금 나빠진 셈입니다. 예를 들어, 저축 대비 금융 부채의 비율은 2020년 79.3%에서 2021년 80.5%로 높아진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기업 재무제표에서 ‘유동비율’이 나빠진 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한국 가계는 부채를 늘려 부동산에 베팅함으로써 부유해졌지만 소득 및 저축 대비 부채는 꽤 늘어나는 등 불안한 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