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상승할 때 주택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요즘 장안(사실은 여의도 바닥)의 화제가 되는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을 읽다 발견한 <그림>. 일단 그림이 워낙 이상해서(왜 음영을 넣었는지?) 잘 이해는 안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공급과 주택시장의 연관이 강하지 않다"는 이야기인 듯 합니다.
저도 일부에서 "서울은 공급 부족이라 주택가격 절대 안빠져"라고 부르짖은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위의 <그림>도 문제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2008년 이후를 뚝 잘라서 최근 주택공급이 굉장히 많은 것처럼 포장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서울은 기본적으로 4만 호 이상의 주택공급이 매년 있었던 지역임을 애써 부인하기 때문입니다. 즉 90년대부터 데이터를 구해서 붙여 넣던지, 아니면 30년 평균 주택공급이 얼마였다는 이야기를 해야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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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주택공급이 주택시장이랑 아무 상관 없을까요?
아래 <그림>은 주택착공(주거용 주택 기준)과 주택가격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매우 강력한 연관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집값이 상승하면 착공이 늘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착공이 줍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2015~2022년입니다. 2014년을 바닥으로 주택가격이 끝없이 상승하는데, 주택공급은 2021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감소했습니다.
분양가 상항제와 재건축 요건 강화, 그리고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3종 세트 때문이었습니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착공이 늘고, 이게 입주물량 증가로 연결되어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사이클'이 실종된 것입니다. 이 결과는 2020~2021년의 역사적인 버블이었습니다. 어떤 잣대로 보더라도 심각한 버블이 발생한 가운데, 결국 정부가 전세대출을 축소하고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주택가격의 버블을 무너뜨렸습니다.
여기에 공급감소의 역할이 없었나요? 저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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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이런 관계가 형성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나 마찬가집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신축주택 착공 변화(파란선,좌축)와 주택가격 상승률(붉은선,우축)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집값과 주택가격 사이에 명확한 연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20~2021년 부동산 버블은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신속한 착공의 감소가 나타나는 중이니.. 여기도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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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으로 일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의 주택착공과 수도권 아파트(맨션) 가격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일본 부동산시장이 장기불황에 빠진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죠.
주택가격이 폭락하는 데 주택공급이 1996년까지 증가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주택가격 빠지면 금방 주택공급도 감소해야, 바닥이 출현하는데.. 일본은 인구감소나 경기부진 따위의 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지어대기만 했던 것입니다. 일본 인구가 1억 남짓인데, 연 100만 호 이상의 주택공급이 2008년까지 이어졌으니..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었죠.
물론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 맨션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 역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중입니다. 이는 2008년 이후의 주택공급 감소, 아베노믹스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림> 일본 주택공급과 수도권 맨션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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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 요약
주택공급이 주택시장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주택공급의 중요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재건축 요건 강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종 세트가 주택공급 감소에 대한 전망을 강화시킨 것도 잊지 말자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모두 주택공급이 주택시장의 추세를 결정짓는 요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