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하락, 고용선행지표 악화!
2022년 12월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었는데, 실업률이 3.5%까지 떨어져 60년대 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전역의 6만 가구 샘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졌음에도 실업률이 내려갔습니다. 즉, 불황으로 구직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늘었지만 일자리가 이 보다 더 늘어나며 실업률이 내려간 것입니다.
<표 1> 고용 상태표(Employment Situation)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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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실업률이 내려갔는데도 국채시장이 강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래에 표시된 것처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16bp 내린, 3.56%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용이 늘어나면 인플레 압력도 높아지고, 이는 다시 연준의 금리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고용개선=금리상승' 현상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이게 사라진 것입니다.
왜 이런일이 벌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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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후보는 낮아진 임금상승률입니다.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4.59%에 그쳐, 실질임금은 계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월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0.27% 상승해, '임금인상→원가상승→가격인상'의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죠. 물론 레저/호텔 등 리오프닝 과정에서 수혜를 입는 업종의 임금 상승률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소비자물가 상승률(11월 기준, 7.1%)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을 설명하기는 부족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이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표 2> 미국 민간 부문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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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고용 선행지표의 급격한 악화입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와 제조업 고용의 변화(전년 대비)를 함께 보여주는데, 제조업지수가 하락한 후 약 1년 정도 지나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건설업도 마찬가지죠. 건설경기 나빠지고 약 1년이 지나야 고용이 감소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명분' 때문입니다. 기업의 상황이 나쁘다고 바로 짤라버리는 것은 일부 IT기업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일입니다만,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는 이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근로자들의 근무 열의가 떨어지고 기업에 대한 충성심이 추락하고 심지어 '보복' 욕구를 느끼게 될 때에는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일전에 올린 글, "자본주의 이해하기4" - 파이어스톤 사태와 효율임금을 보기를 권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납득시키고 "경기가 회복되면 최우선으로 재고용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해고가 진행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제조업 고용 증감(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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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또 다른 요인이 개입해 채권금리를 내렸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이 정도가 유력한 후보라는 뜻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