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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Nov 18. 2022

"자본주의 이해하기4" - 파이어스톤 사태와 효율임금

화가 난 근로자들이 생산한 제품이 멀쩡할 수 있을까?

오늘은 "자본주의 이해하기"에 대한 네 번째 서평으로,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효율임금(Efficient Wage)을 지급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앞의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심 됩니다.


"자본주의 이해하기1"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가의 세계

"자본주의 이해하기2" -노동시장의 특수성

"자본주의 이해하기3" -효율임금은 어떻게 작동하나?


오늘은 세계적인 타이어회사 파이어스톤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살펴볼까 합니다(430쪽).


파이어스톤은 2000년 8월 타이어 140만4천 개를 리콜한 적이 있었다. 타이어 펑크를 야기할 수 있는 '접지면이탈' (tread separation) 현상을 초래하는 구조상 결함 때문이었다. 한 달 후 전국 고속도로 교통안전협회는 고속도로 사고 271건과(총 8백 명 이상의 사상자) 관련해서 파이어스톤사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자 이 부문의 세계 일인지를 자처하던 이 기업은 기업 이름에서 파이어스톤을 뺄 것을 고려하기도 했다(이 기업의 공식 이름은 Breakstone/Firestone이다). 이는 회사로서도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상황은 셜록 홈스의 추리가 필요할지도 모를 만큼 미스터리였다. 어떻게 천하의 파이어스톤이 그렇게 많은 타이어 펑크 사고의 장본인이 되었을까?


저도 궁금하네요. 


두 경제학자가 1990년대 중반 2년여 동안 한 공장을 조사하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고 현장'은 일리노이 주 디케이터 시의 파이어스톤 공장이었는데 이 공장은 리콜 대상의 타이어를 생산했던 세 공장 가운데 하나였다(나머지 두 공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윌슨 공장과 캐나다 퀘벡의 졸리테 공장이었다).

1994년에서 1996년 사이 디케이터 공장에서 만들어진 타이어에서 접지면 이탈 문제가 다른기간에 이 공장에서 생산된 타이어와 다른 두 공장에서 생산된 타이어보다 훨씬 많았다. 파이어스톤 기술자들의 자체 실험 결과도 같았다. 파이어스톤의 다른 공장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고 디케이터 공장의 다른 시기와비교했을 때 디케이터 공장에는 2년간의 비정상적인 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세상 일을 해석하는 데 간혹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였죠. ^^

그런데 1990년대 중반 디케이터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대답은 노사분규였다.

1994년 초 기업은 기존 8시간 근무제를 12시간으로 바꾸고 주야 교대제를 도입하면서 공장을 24시간 가동체제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또한 이 회사는 신규 노동자들의 임금을 30%가량 낮추고 수당과 연금을 대폭 축소하고자 했다. 1994년 4월 근로자 4천2백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파이어스톤은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 대신 훨씬 임금이 낮은 대체 근로자들을 투입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대체 근로자들로 공장을 운영할 것이며 파업 참가자들은 이후 추가적인 노동력 수요가 있을 때 삭감된 임금으로 재고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려웠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로 돌아온 조합원들은 이미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파업 방해꾼들과 함께 일하도록 강요받았으며... 파업 참가자들에게는 지금껏 20~30년 동안 맡았던 일 대신 가장 낙후된 기계와 가장어려운 작업이 할당되었다. 관리자들은 이따금 소풍하듯 작업 현장을 돌면서 노조원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며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아 해고시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타이어가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 조사 연구에 참가했던 두 경제학자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이 기업 타이어에서 결함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를 설명하는 다른 요인이 발견되지 않는 한... 대체 근로자와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가 나란히 작업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노사분규가 타이어 결함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불황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바로 사람을 해고하는 기업들은 드뭅니다. 되도록 '명분'이 생길 때까지 해고를 미루죠. 또 해고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될 때 최우선으로 회복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대로, 파이어스톤처럼 행동하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따라서, 효율임금의 지급은 비단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목적 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또 기업에게 충성심을 가지게 만들 목적을 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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