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Economist(2023.4.13)
한 때 수 많은 이들이 '미국의 쇠퇴'를 이야기했었습니다만, 이제 옛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경쟁자들이 차례대로 몰락하는 가운데, 미국 만 강력한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를 다룬 흥미로운 기사(America’s economic outperformance is a marvel to behold)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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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예나 지금이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매력 기준(PPP)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은 1990년 22%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16%로 내려 앉았습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에서 18%로 상승했죠.
그러나 구매력 기준 평가는 여러 자의적인 면이 있기에, 시장 환율로 각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2022년 미국의 국내총생산(25.5조 달러) 비중은 18%로 1990년과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 국내총생산 통계를 믿을 수 있는 G7 국가에 비교한 미국의 비중이 더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습니다(중국의 통계 조작 문제에 대한 '기사' 참조). 아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미국의 G7내 비중은 상승세를 타고 있죠.
미국 경제성장의 과실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1인당 GDP는 1990년 서유럽에 비해 24% 더 높았지만, 오늘날 30% 이상 높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과 비교하면, 17% 우위에서 54% 우위로 바뀌었죠. 물론 미국의 소득 분포는 매우 불평등합니다만, 대부분의 미국인 삶도 꽤 개선되었습니다. 오클라호마의 트럭 기사는 포르투갈의 의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법니다.
물론 복지정책 면에서 서유럽이 앞서 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보장 지출은 1990년 GDP의 14%에서 2019년 18%로 증가했습니다. GDP의 증가까지 감안하면, 미국의 사회보장 지출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경제 성과는 자산시장의 과실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1990년 S&P500 지수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2022년에는 2,300달러로 불어났을 것입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지수에 투자했다면, 그의 자산은 510달러로 불어나는 데 그쳤을 것입니다.
물론, 과거의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미국으로 유입되는 거대한 이민과 높은 생산성 향상은 경쟁 우위를 강화시킬 요인으로 보여집니다. 25~64세 인구는 1990년 1억 3천만 명에서 2022년 1억 8천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유럽은 9천 4백만 명에서 1억 명으로 늘어났을 뿐입니다.
미국의 높은 노동생산성 향상율은 더 많은 투자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노동 및 자본의 투입을 배제한 채 달성한 총요소생산성(TFP)에서도 미국은 경쟁자를 따돌렸습니다. 1990~2019년 사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은 약 20% 개선되었지만, 나머지 G7국가는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총요소생산성의 향상률은 무엇보다 뛰어난 인적 자원 때문입니다. 미국인의 34%가 고등교육을 이수해, 한국을 제외하고는 선두그룹에 속합니다. 그리고 가장 순위가 높은 15개의 대학 중 11개가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여기에 GDP의 약 3.5%에 이르는 막대한 연구개발(R&D) 지출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미국의 경쟁 우위를 강화시킨 두 번째 포인트는 시장의 규모입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큰 이익으로 작용합니다. 유럽은 통합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아마, 중국이 이 부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나라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천연자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누립니다. 셰일 혁명 덕분에 미국은 이제 석유 순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0년대 중반의 역사상 최고치에 비해 18%나 낮은 수준에 도달했죠. 풍부한 석유/천연가스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석탄 생산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미국의 또 다른 강점은 역동성입니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려는 사람도 많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죠. 이 덕에 주식시장 규모는 GDP의 170%에 이르며, 특히 스타트 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합니다. 세계 벤쳐 투자의 약 절반이 미국에서 이뤄질 정도이죠. 2021년에만 540만 개의 새로운 기업이 설립되었고, 이들 중에 제 2의 아마존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영자의 능력 면에서도 미국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LSE의 John Van Reenen과 Stanford의 Nicholas Bloom은 2003년에 시작된 '세계 경영 조사'를 통해 국제적인 경영 성과를 비교해 왔습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은 항상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치열한 경쟁과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그리고 효율적인 경영이 미국 생산성 향상의 절반을 설명한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은 빈부격차가 심각하며, 기대수명은 비슷한 소득 국가에 비해 약 5년 이상 짧습니다. 특히 높은 의료 비용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매우 가혹한 삶을 견뎌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싱크탱크 피터슨연구소의 Adam Posen은 "경제학은 도덕적인 놀이가 아닙니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하는 정책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잔인하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미국 경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정책 시행 이후, 이민의 증가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민주 공화 양당 모두 세계화에 대해 적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보호무역주의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데 열중합니다. 특히 IRA 등 미국에 투자를 촉진하는 법안을 만듦으로써, 경제 전반의 비효율성을 높일 위험을 높였죠.
이런 행태는 미국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쇠퇴하는 제국이 보호무역에 집착하고 자국에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미국처럼 성장하는 국가가 이런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