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사진 찍는 것은 똑 같지만, 갈등이 점점 심각해 지는 이유는?
한국 사회는 다양한 층위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제가 다룬 것(위어드(2) - 결혼제도는 인류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처럼, 세대 갈등이 가장 심각합니다. 해방 세대와 X세대 간의 갈등은 전설적이죠. 그런데 어떤 독자분이 "20대의 남녀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주셨기에.. 간단하게 살펴봅니다.
아래는 지난 20대 대선을 전후해 이뤄진, 20대 남녀의 성향 조사입니다. 일자리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남녀 모두 공통적이었지만, 복지정책과 사회통합 등의 부분에서는 상당한 의견 차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국민통합 항목에 대해서는 전체 평균에 비해 20대 남녀 모두 '공감'을 표시하는 비율이 낮았습니다.
20대 남녀 투표, 이 지점에서 극명히 갈렸다 [대선 표심 분석] - 시사IN (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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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교육 수준 별 임금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특히 대학원 졸 이상 학력자들의 우위가 더욱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더 많은 교육투자가 이뤄졌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취업 문은 점점 좁아질 뿐입니다.
학력 및 취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기름을 더욱 부은 것은 20~30대의 성비 불균형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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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그림>은 출생성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2002년만 보더라도 남녀성비가 110에 이릅니다. 즉 여아 100명 태어날 때 남아가 110명 태어났다는 뜻이죠. 이런 격차를 만든 이유는 낙태 때문이었습니다 3째 아이가 태어날 때의 남녀 성비가 141에 달하는 게 이를 시사하죠.
물론 90년대에는 이게 더 심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지금 2030이 치르고 있죠. 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회 불안 문제가 이를 잘 보여주죠("위어드" 363쪽).
70년대 말 중국 정부가 추진한 '한 자녀 정책'은 .. (중략) 남녀 성비 균형을 무너뜨렸다. 1988~2004년 동안 '남아도는' 남성의 수가 2배로 늘었고, 2009년에는 3천만명이 이르렀다. (중략) 경제학자 레나 에드룬드가 이끈 연구팀은 1988~2004년 범죄와 성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 자녀 정책 시행 이후 태어난 남자가 성년이 되자 범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발견했다. (중략) 체포율과 범죄율 모두 남아도는 남성 집단과 정확히 같은 비율로 계속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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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처럼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WEIRD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발전된 산업국가임에도 왜 2030세대의 남녀 갈등이 이렇게 심한가? 이 의문을 파고들다 보니 도달한 제한적인 결론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