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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15. 2023

위어드(2) - 결혼제도는 인류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일부일처제 사회가 보다 안전하며 협력적이다!

최근 읽은 책 "위어드"는 독서 뿐만 아니라 결혼제도도 각 사회 집단의 역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참고로 위어드란, WEIRD. 즉 서구의(W) 교육수준이 높고(E) 산업화된(I) 부유하고(R) 민주적인 사회(D)의 구성원을 뜻합니다. 


***


이야기는 남성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에서 시작합니다.


WEIRD 사회에서 이뤄진 연구를 바탕으로 보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은 경찰에 체표되고, 장물을 거래하고, 빚을 지고, 싸움에서 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략)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가정 폭력은 약하지만 일관된 관계가 존재한다. 359쪽


왜 중2병이 무섭겠습니까? 그때 2차 성징이 본격화되면서 남성 호르몬이 그 이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분비되기 때문이죠. 인생의 흑역사들을 중2때 써내려가는 이유가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성 호르몬 수치는 결혼 여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WEIRD 사회에서 한 남성이 결혼을 하면, 그가 다양한 범죄를 저지를 확률도 낮아진다. 첫째로, 많은 연구에 따르면, 미혼 남성이 기혼 남성보다 강도,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중략) 이 연구들의 문제는 결혼을 하면 실제로 범죄나 음주를 덜 하는지, 아니면 범죄자와 알콜중독자들이 결혼을 못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361쪽


좋은 의문이네요.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바로 '생애 추적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들이 활용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동일한 남성집단의 생애를 추적해, 미혼 및 기혼 시기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일련의 연구자들은 메사추세츠에 있는 어느 소년원 출신 남성 500명을 17세부터 은퇴 시점까지 추적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을 한 남성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략) 만일 그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 362쪽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이 늘어나는 사회는 치안이 불안해집니다. 


70년대 말 중국 정부가 추진한 '한 자녀 정책'은 .. (중략) 남녀 성비 균형을 무너뜨렸다. 1988~2004년 동안 '남아도는' 남성의 수가 2배로 늘었고, 2009년에는 3천만명이 이르렀다. (중략) 경제학자 레나 에드룬드가 이끈 연구팀은 1988~2004년 범죄와 성비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 자녀 정책 시행 이후 태어난 남자가 성년이 되자 범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발견했다. (중략) 체포율과 범죄율 모두 남아도는 남성 집단과 정확히 같은 비율로 계속 상승했다. 363쪽


***


이 모든 통계는 '일부일처제'가 사회의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서구의 기독교가 수 백년에 걸쳐 독특한 형태의 '일부일처제'를 퍼트리고 강제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남성을 길들이는 환경을 형성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경쟁심과 충동성을 줄인 반면, 세계에 대한 포지티브섬 인식을 높이며 낯선 이와 기꺼이 팀을 이루려는 의지를 만들어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일부일처제 사회가 더 조화로운 조직과 범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364쪽


당장 영국 국왕 헨리8세의 결혼/이혼 사건에서 보듯.. 기독교 교회는 일부일처 제도를 국왕에게 조차 강요했고, 그가 이를 거역하는 순간 파문하기에 이르렀죠. 물론 헨리8세는 이에 저항하는 한편, 교회의 재산을 대거 몰수하고 성공회를 세우기에 이릅니다만..  아무튼 기독교 교회의 교리는 유럽에 일부일처제가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했음에 분명합니다.  


헨리 8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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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선처럼, 일부다처제도가 도입된 지역은 사회의 잠재적인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승자가 가임연령 여성을 독식하는 환경에서, 만적의 난처럼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며 반란이 빈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임진왜란 때, 천민 상당수가 왜군에 가세하고 경복궁을 불태웠던 것처럼.. 독신상태의 남성이 늘어날 수록 그 사회에는 잠재적인 폭탄이 자라는 셈입니다. 다음 편에서 친족집단의 분해가 왜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는지, 즉 소가족 집단 형성이 중요한지에 대해 살펴볼 것을 약속하며.. 이만 서평을 마치겠습니다. 


***


혹시 지난 번 서평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용


위어드 - 인류는 책의 보급 이후 어떤 변화를 겪었나?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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