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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19. 2023

유럽이 중국을 '단절'할 수 있을까?

The Economist(2023.5.15)

2022년 발생한 러시아 전쟁 이후 유럽인들, 특히 동유럽 사람들의 독재국가들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군수물자의 대부분을 중국이 대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죠. 그러나, 유럽인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것 같습니다. 이를 다룬 이코노미스트의 칼럼(Europe can’t decide how to unplug from China)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


지난 주 유럽 연합의 수석 외교관인 조셉 보렐은 유럽의 외교 장관들에게 "미-중 경쟁의 강화"에 직면하여 "일관성 있는 전략"을 찾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유럽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해 한 행동을 보면, 그의 조언은 거의 먹혀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11월에 재계 지도자들과 함께 방문했고,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무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죠. 심지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시진핑과의 파트너십을 과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53명의 기업 대표를 데려간 것은 물론, 유럽이 '미중 갈등'은 물론 '양안 문제'에서 거리를 둘 것을 주장했습니다.


부주의한 발언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죠. 한때 중국 투자를 환영했던 동유럽 국가 대부분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의 얀카 오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었다"고 말합니다. 


유럽인의 반중 감정이 높아졌음에도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베이징을 방문해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이유는 '유럽 국가의 중국 익스포저'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유럽 상장기업 매출의 약 8%가 중국에서 발생하지만 미국은 단 4%에 그친다고 합니다. 특히 유럽은 미국에 비해 수출 의존도가 높기에, 민감도가 높습니다. 


아래 <그림 1>은 유럽 국가들의 대중 익스포저를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포괄합니다. 첫 번째는 상품, 두 번째는 서비스의 수출을 의미하며, 마지막은 중국에 위치한 유럽 자회사의 매출이 그것입니다. 유럽의 빅6 국가(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대중 익스포저는 2011년 3.9%에서 5.6%로 높아졋습니다. 그러나 국가별 편차는 매우 큽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1~2%에 불과한 반면, 독일은 9.9%에 이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는 순간 유로존 GDP는 약 2%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참고로 미국은 단 1% 포인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상당 기간 다각화를 추진하는 한편, 강제 노동과 연관을 맺고 있는 품목에 대한 단절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이 꽤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중국은 전자 장비의 구성 요소로 사용되는 세계 희토류의 5분의 3을 채굴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 리튬의 60%와 코발트의 80%를 고용량 전기 배터리 생산을 위한 두 가지 핵심 투입물을 정제했습니다.merics의 연구에 따르면, EU는 항생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클로람페니콜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그 수치는 93%입니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 각국은 '니어 쇼어링' 및 '프렌드 쇼어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은 2030년까지 목록에 있는 모든 물질의 연간 소비의 65% 이상이 단일 국가에서 조달되지 않도록 설계된 중요 원자재법을 발표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는 이미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SML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중단했죠. 이런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중국의 대중 직접투자 입니다(<그림 2> 참조). 대중 투자에서 자회사의 자체 투자 비중은 2002년 2%에서 2012년 52%가 되고 2022년에는 85%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회사가 중국에서 자급자족 가능하다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모회사와 분리되어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중국과의 '단절'이 만에 하나 이뤄질 경우에는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유럽은 중국으로부터의 투자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략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점점 더 금지되기에 이르렀죠. 이 결과, 중국의 대 유럽 투자는 2016년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의 사례를 보면, 중국 리스크를 제거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 전기차를 거의 수출하지 못하는 반면, 수입되는 중국 자동차의 대부분은 전기차입니다(<그림 3>, 단위는 10억 유로). 펜대믹 이전 중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월 1억 유로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월 10억 유로를 넘어섰습니다. 



***


이야기를 요약하면, 유럽 사람들은 중국을 매우 싫어하지만.. 당장 관계를 끊기는 어렵다가 되겠습니다. 뭐,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중국이 위협적인 경쟁자가 되고, 더 나아가 한국을 적대하는 모습(특히 외교 분야)을 보이는 만큼 그들과의 관계를 끊거나 적어도 줄여야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이미 관계를 단절당한 분야 이외에, 아직 많은 우리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고 관계 단절에 나서기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효율을 중시하기 보다 '독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산업정책이 앞으로 상당기간 진행될 여지가 높다고 봐야겠죠.


즉 니어쇼어링, 그리고 프렌드쇼어링의 흐름에 한국도 동참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2016년 사드보복, 2018년 미중무역분쟁 그리고 2022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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