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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Feb 04. 2022

부동산 공급을 늘리면 서울 집값이 잡히나?

주택 공급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존경하는 모 학자분이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글을 올려주셨기에.. 제 의견을 밝혀 볼까 합니다.



이 질문은 두 가지를 묻고 있습니다. 주택의 입지가 변하는가? 그리고 주택을 어떻게 (시장이 선호하는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은 너무 쉽습니다. 교통망입니다. 광교나 판교가 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서울보다 더 선호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직장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강남으로의 교통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크놀 등은 1870년 이후 최근까지 세계 주요국 부동산시장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1950년대를 고비로 주요 선진국 실질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을 밝혀냈습니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주요국의 철도 건설이 중단되고 심지어 폐선(廢線)되면서부터 실질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입니다. 대신 폐선 부지에 도로가 깔리면서 자동차 중심의 교통망이 일반화되었는데, 러시아워에 대도시의 주요 간선도로는 주차장이 되기 마련입니다. 결국, 철도를 걷어내고 도로 중심의 교통 체계로 바뀌면서 통근시간이 증가하고 통근시간의 '기회비용'이 높은 부유층이 점점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새로운 철도망이 건설돼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로의 통근이 편해지면, 이는 도시의 면적이 확대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지적합니다. 즉, 일자리의 핵심지역으로 연결되는 광역철도망을 만들면 도시의 면적을 확대하고 또 도시 내 주택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지는 셈입니다. 


이런 면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지난 10년을 돌이켜 볼 때, 서울의 3대 핵심지역(광화문-을지로, 여의도-마포, 강남-삼성)으로 연결되는 광역철도가 단 하나 건설되었다는 점입니다. 광교와 판교 그리고 강남을 잇는 '신분당선'이 유일했죠. 올해 신림선이 개통되기는 합니다만, 이는 서울대입구에서 여의도 샛강을 연결하는 경전철이라.. 신분당선의 효과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철도망의 확충을 통한 주택공급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새집'의 건설입니다.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에 새 집을 건설했다면, 이렇게 집값이 오르지는 않았을 겁니다(물론, 도심 내 핵심지역 주택의 재건축/재개발이 막힌 것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워런 버핏이 2012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주택 경기는 회복될 것입니다. 이 말은 믿어도 됩니다. 장기적으로 주택 수는 가구 수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전에는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커진 거품이 요란하게 터지면서 경제를 통째로 흔들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침체 초기에는 가구 수 증가 추세가 둔화했고, 2009년에는 가구 수가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끔찍했던 수급 상황이 이제는 역전되었습니다. 지금은 주택 수보다 가구 수가 매일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기간에는 사람들이 결혼을 미루지만, 결국은 호르몬을 억제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침체기 초기에는 시댁이나 친정에서 함께 살더라도, 머지않아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집니다. "워런 버핏 바이블" 592~593쪽


***


이상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급행 철도 건설을 통해 일자리 중심지로 신속하게 이동을 시켜주는 한편, 해당 지역에 대규모 주택공급을 해주는 것이 주택시장의 안정에 도움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은마 아파트 같은 초 1급지의 상대적인 매력은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시간당 가치가 아주 비싼 사람들은 여전히 은마 아파트를 선호할 것입니다(게다가 재건축에 따른 +알파도 기대됩니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당 가치를 따져가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죠. 이렇게 여러 선택지를 주면서 금리인상이나 대출규제, 그리고 세금인상을 했다면 아마 효과가 더 크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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