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건강 기대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 소개했던 책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 건강 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기대수명(life expectancy)은 태어난 때를 기준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 것을 측정한 것이라면, 건강기대수명은 말 그대로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의 기간을 측정한 것입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국가 일본의 사례를 들어, 노인들이 늘어나면 보건의료 등 복지관련 지출 폭증 속에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경제는 질식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일본의 노령화와 국가부채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게 그렇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 "OECD 주요국의 공공사회복지지출 현황"에서 인용한 것인데, 2019년 기준 일본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09년보다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폭증했죠.
이때 그 유명한 개호보험 개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호보험이란, 질병 및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이들의 일상생활(예를 들어 취사, 쇼핑, 세탁, 청소 등)을 수발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2000년 4월 "개호보험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이에 대한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게 됩니다. 참고로 2008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노인 장기요양보험’이 일본의 개호보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일본의 공공사회복지지출은 2010년대에 오히려 줄어들었죠. 물론 일본의 개호보험의 본인 부담율이 기존 10%에서 30%로 인상되는 등 다양한 지출 삭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오늘 주제가 되는 '건강기대수명'의 증가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2012년 말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 덕분에 디플레 위험이 약간이나마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명목GDP 상승).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의 기대수명(LE: life expectancy)과 건강기대수명(HALE: healthy life expectancy) 흐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Life expectancy and healthy life expectancy of Japan: the fastest graying society in the world"라는 보고서에서 인용한 것으로, 왼쪽은 남성 오른쪽은 여성의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 흐름을 보여줍니다.
1990년에 비해 2013년 남성의 기대수명(LE)는 76.0세에서 80.1세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건강기대수명(HALE)은 68.1세에서 71.1세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기대수명이 4.1년 늘어난 데에 비해 건강기대수명의 상승은 3.0년에 불과하니 건강하지 않는 상태로 사는 기간은 1990년의 7.9년에서 2013년에는 9.0년으로 1.1년 만큼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의 기대수명(LE)는 1990년 82.0세에서 2013년 86.4세로 4.4년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건강기대수명(HALE)은 72.2세에서 75.6세로 늘어나,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기간은 9.8년에서 10.8년으로 1.0년 길어졌습니다.
이 결과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 봅니다. "오래 살아봐야 뭣하나 병원에 누워 있는 기간만 늘어나지"라는 이야기는 절반만 맞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23년에 걸쳐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이 온전히 병상에 누워 있는 기간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카벤디시의 책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에 소개된 것처럼, 건강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며 2019년 통계 기준으로 남성의 건강 기대수명은 73세로 늘어났습니다(기대 수명은 81세로, 병상에 누워 있는 기간은 평균 8년으로 단축). 그러나 여성의 건강 기대수명은 75세에서 늘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기대 수명은 87세로, 병상에 누워 있는 기간은 평균 12년으로 연장).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1240825/japan-healthy-life-expectancy-by-gender/
이상과 같은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1. 고령화가 급격히 지속되는 일본의 GDP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지난 10년간 오히려 통제되었다
2. 경제성장과 제도 개편 덕도 있지만, 남성을 중심으로 건강기대수명(HALE)이 늘어난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노령화와 재정파탄, 그리고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는 적어도 일본의 사례만 보면 과장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