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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Nov 06. 2016

중세 도시 두브로브니크

홍씨의 세그림. 31화

 구시가 내 루자 광장 한 귀퉁이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미씽과 나는 커피를 각 한잔씩 시켰다. 뭐가 그리 좋다고 매일매일 커피를 마셔대는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나마 싼 값에 편히 않아 이곳의 분위기를 즐기기엔 이만한게 또 없다. 다만 한국에 돌아가면 커피보단 차를 조금 더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다보니 어제 앉은 자리와 비슷한 곳에 앉았다. 커피잔 넘어 미씽 뒷편으로는 어제도 보았던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일층엔 테라스가 있다, 저런 공간을 테라스라 부르는게 맞다면 말이다. 원주형 기둥 위에 올려진 테라스 지붕이 그 아래에 사람들이 잠시 쉴 곳을 마련해준다.


 건물은 벽돌을 쌓아 올려 지었다. 흔히 생각하는 붉은색 벽돌이 아니다. 하얗고 누런색의 벽돌. 건물 전체를 수놓는 벽돌무늬는 안정감과 겐 세월을 품었다. 이 건물에서는 2층 창문이 가장 화려하다. 정확히는 창 틀이 화려하다.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의 것처럼 생겼는데, 부족한 건축 관련 지식덕에 글로 설명하긴 힘들겠다. 아마도 중세시대의 무슨무슨 양식이겠다. 클로버 잎 혹은 네잎 꽃무늬 같은 것이 조각되어있고, 창문 위쪽은 물방울의 꼬다리처럼 곡선을 타고 올라가다가 뾰족하게 끝이난다. 창문 넘어 건물 안쪽엔 노르스름한 불이 밝혀졌다. 


 예전엔 분명 주황색이었을 지붕은 때가 타고 색이 다 바랬다. 그렇다고 지저분하진 않다. 오히려 고즈넉하고나 할까? 얼마나 오래된 것일지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면 이곳 건물들의 지붕은 항상 주황색이다. 자그레브부터 자다르 스플리트를 거쳐 이곳에 오기까제 항상 그랬다. 왜 그럴까 항상 궁금했지만, 게으른 맘에 그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다만 지붕에 대해 한가지 더 알아낸 것은 있는데, 전부 기와지붕이다.  무식한 소리 좀 하자면, 난 기와라는 것 자체가 동양에서만 사용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의아한 마음에 인타넷을 뒤져보니, 서양에서도 그리스 시대부터 기와를 써왔다는 것이다, 뚜두둥!


 어쩌면 기와의 재료자체가 구웠을때 주황색이 되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흙이라든지, 점토라든지. 그래서 모든 곳의 지붕이 같은색인게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다녀갔울까?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의 길바닥은 아주 매끌매끌하다. 네모진 큰 돌을 벽돌 쌓듯 깔아 만들었진 길, 그 반들반들함에 파리도 미끌어져 넘어질 법 하다. 아마 비오는 날엔 상당히 많은 이들을 넘어뜨렸겠다. 눈까지 오면 더 난리가 나겠지만, 다행인지 이곳엔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여전히 이곳에서 누군가가 살아간다


 구시가를 한눈에 담기 좋다는 로브리예나츠 요새에 오른다. 그곳에서 먼 옛날의 이곳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성문으로는 수많은 마차들이 오갔을 것이다. 성 벽 위에서는 경비병들이 사시사철 성을 지키고, 바로 옆 부두에는 거대한 돛을 단 목조선들이 정박을 했겠다. 때론 전쟁도 있었을 것이다. 화살을 쏘아보냈을 법한 성벽의 구멍들, 몇몇 곳엔 대포도 놓여있다. 바다를 접한 쪽의 성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절벽위에 우뚝 섰다. 저런 곳을 올라갈 수나 있었을까? 약간은 무섭기도 한 이야기다. 요새 내부에는 가끔 커다란 구형의 돌들이 쌓여있는데(크기가 재각각인 것으로 보아 대포알은 아니다), 뭐에 쓰는 물건일까 궁금해 하던 중 미씽이 의견을 제시했다.


 "혹시 성벽 아래의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굴려보내던 돌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 저거 굴리면 배 같은것도 부셔지겠다."


 여담이지만 가끔 미씽은 아주 기발하다(내 기준에서). 항상 어떤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상상력, 창의력 혹은 기발함과 연결되는 것일까? 가끔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일때도 있는데, 그럴때마다 이렇게 날 놀래키곤 한다. 


 두브로브니크는 유명한 외화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둘러보고 있으면 왜 이곳에서 촬영을 했는지 쉽게 납득이 간다. '중세 이야기, 혹은 판타지를 좋아하는 누군가라면 한번쯤 들려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도시.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모슬 베이 -> 가든루트 -> 포트엘리자베스 -> 블롬폰테인

13. 레소토 : 세몬콩(+모리자)

14. 남아공 : Karoo national Park -> 플래튼버그 베이 -> 나이스나 -> 케이프타운

15. 이탈리아 : 밀라노 -> 베로나 -> 베네치아

16. 슬로베니아 : 류블랴나 -> 블레드 당일치기

17.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 오토챜 -> 코레니차(플리트비체) -> 자다르 ->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

18.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 모스타르


로브리예나츠 요새
주황색 지붕과 기와들
중세 도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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