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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pr 03. 2016

푸켓 빠통 - 배부른 고민

홍씨의 세그림. 2화

 첫 여행지, 태국 푸켓에 도착. 나는 잘 모르는 미씽만의 어떤 이유로 우리는 빠통 해변가에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부른 고민을 시작한다.


 1. 낮시간


 여유있게 펼쳐진 백사장 너머 옥빛깔 바다가 넘실댄다. 햇볕에 뜨겁게 데워진 모래 위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사람들. 파라솔, 나무, 혹은 그냥 땡볕 아래 널부러진 많은 사람들, 바다에서 어슬렁 대는 사람들이 마치 물개들 같다. 말그대로 여유있는 풍경. 휴식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다.


 나도 그 풍경에 녹아들고파,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는 뜨끈해진 모래를 손으로 사부작댄다. 움켜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데,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마치 내가 모래시계가 된 듯하다. 요즘같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그만큼 풍요로워진 세상에, 사람은 이제 이렇게 살아도 되는게 아닐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탱자탱자 하면서, 즐기면서...


 2. 해질녘


 내륙에서 자란 내게 바닷가에서의 해질녁은 항상 낭만적이다. 뭐, 빠통이 유명한 일몰 구역이거나 그런건 아니다. 그냥 수평선 위로 주황색 빛깔이 퍼지고, 해가 서서히 넘어간다.


 갑자기 미씽이 선언했다.

 "난 인생에 목표를 세웠어"

 "뭔데?"

 "일주일에 세번 우유마시기, 필라테스 주 3회,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꼭 카레를 먹을거야. 카레는 치매에 좋으니까."


 난 뭔가 대단한 목표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여튼 미씽은 나와는 다른 존재임에 분명하다. 웃기는 사람이다. 실소같은 미소와 함께, 나도 그런 소소한 목표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3. 밤


 술집과 바들이 늘어선 방라 거리를 지나 다시 한번 빠통 해변으로 향한다. 밤이라서 바다는 보이지 않고 그냥 검다. 그냥 백사장 저편에서 파도소리만 들려올 뿐. 바람이 제법 시원해, 모래사장에 앉아 맥주를 한잔하는 사람들이 많다. 드문드문 널부러진 강아지들(사실은 큰 개)도 제집처럼 편해보인다. 우리는 조금 걸어 해변에 위치한 바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황색 조명에 음악소리가 참 낭만적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한잔 하는데, 한 아이가 다가온다. 초등학생쯤 되어보이는데, 손에 조개 목걸이를 들고 있다. 코사무이로 신혼여행을 갔을때는 하나 샀었는데, 이번엔 사지 않았다. 아이에게 뭔가 조금 미안했다.


 난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지금 이시간에도 여기 누군가는 저렇게 일을 하고 있구나... 역시 놀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건가 하는 고민이 잠시 머문다.

허.허.허. 좋~ 구나!

※ 그동안의 여행 경로


 - 한국 -> 태국(방콕 체류 중)


※ 경비 내역(2인) : 한국(총 160만원)


 - 여행물품 구매 116만원

 - 예방주사 및 기타 27만원

 - 비자 15만원(중국)

 - 교통비 2만원


※ 경비 내역(2인) : 태국


 - 비행기 18만원

 - 교통비 5만원

 - 쇼핑 2만원

 - 식비 12만원

 - 투어 25만원

 - 기타 3만원(마사지 등)


빠통 해변에 나타난 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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