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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pr 10. 2016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육로로 국경 넘기

홍씨의 세그림. 3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우린 태국과 캄보디아의 접경지에서 그 말을 실감했다. 물론 아주 소소하게...


 방콕에서 송끄란 축제를 기다리며, 그 사이에 캄보디아 씨엠립(앙코르와트 유적지)을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 육로로 국경 넘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미씽을 꼬셔 태국 아란 쁘라떼(캄보디아와의 접경지)로 가는 미니벤을 예약했다.


 출발 당일, 새벽부터 차를 타고 달려 약 대여섯 시간 후 국경 부근에 도착한 것 같았다. 가이드 같은 누군가(이하 그녀석이라 칭함)가 차 문을 열더니 다 내리란다. 그러나 우린 출발하기 전 숙소 사장님께 들은 조언을 떠올렸다.


 "거기서 내리면 안돼, 걔네들 다 장사꾼이고, 거기서 내리면 '자기들이 데려다 준다, 국경넘기 전에 기다려야 하는데 여기서 밥 먹어야한다, 어쩐다' 하면서 너희 뒷통수 치려 할거야."


 우린 소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펼쳤다. 국경까지 가겠다고 정중히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자 그녀석은 갑자기 예약증을 보여주라는데, 우리가 출발하기 전 예약증을 여행사에 다 내고왔다는 것을 알고 하는 소리다.
 나는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우선 내려야하나?' 생각하며 어버버 하고있는데, 그때 미씽이 단호히 외쳤다.


 "노노!! 위 고 보더(border)!!"


 그녀는 '노노'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그리고 이 단호한 '노노'는 그들에게 우리가 속지 않을 준비가 되었음을 충분히 인지시켰다.


 1차 시련 통과, 버스는 우리를 국경 바로 앞에 떨궈주었다. 그리고 바로 시작된 2차 시련, 일명 수속 대행 삐끼들 피하기. 우리에게 막 뭐라뭐라하며, 캄보디아 가냐고 달려든다. 스스로 국경까지 가고 비자를 발급받으려던 우리는 길을 몰라 두리번 대기만 했고, 버스기사에게 길을 물어도 그냥 모른 체 하며 삐끼들에게 물으란다. 가재는 역시 게편인가...치사하다.


 그때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
 "컴 윗 미?"

오~! 따르겠나이다!

 우리 버스에는 아주 무뚝뚝해 보이고 매우 덥게 입은 덩치가 큰 외국 남자가 한명 있었다. 내내 그는 혼자였고 고독을 즐기는 듯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우리에게 함께 가겠냐고 묻는다. 우리는 홀린 듯 대답했다. 


 "오~ 땡큐땡큐~!"


 그는 아마도 경험자였나보다. 척척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남자인 내게도 무척이나 든든했다. 약간 글레디에이터 주연배우 러셀 크로우를 닮았다.  그는 프랑스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저런 질문을 퍼붙고 싶었지만, 그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대답했고, 계속해서 묵묵한 선구자의 걸음만을 옮겼다.


 출국 신고부터 비자를 발급 받을 때도, 캄보디아 입국 신고를 할 때도, 그는 우리를 기다려 주고 함께 해 주었다. 심지어 택시를 타는 곳까지 우리를 데려다 줬다.


 그는 요즘 말로 츤데레 같았다. 말도 없고 미소도 없고 무표정하지만, 끝까지 챙겨주는 그런 스타일.


 우리가 그의 도움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고맙고도 아쉬웠다. 그나마 펜이 없는 그에게 비자 발급 서류 작성을 위해 펜이나 빌려줄 수 있었을 뿐.


 캄보디아로 무사히 넘어가고 작별할 시간이 되었다. 미씽은 숨겨왔던 진실을 폭로하며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쏼라흐쏼라흐, 프랑스어~(도와줘서 고마워요, 사실 난 예전에 불어를 조금 배웠어요.) 호호호."


 돌이켜보니 정신이 없어 은인의 이름조차 묻지 못했다. 그래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고마움과, 그의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마음이 선명하다.


 그에게 감사하며, 나 역시 이 여행을 하는 동안,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길 소망한다.


※ 그동안의 여행 경로
- 한국 -> 태국(푸켓, 방콕) -> 캄보디아(씨엠립) -> 태국 방콕


※ 경비 내역(2인) : 태국
- 교통비 8만원
- 기타 5만원(마사지 등)
- 비행기 23만원
- 쇼핑 3만원
- 숙박비 17만원
- 식비 19만원
- 투어 25만원


※ 경비 내역(2인) : 캄보디아(4박 5일, 약 47.7만원)
- 교통비 7만원
- 기타 0.5만원
- 비자 7.8만원
- 쇼핑 0.5만원
- 숙박비 5만원
- 식비 9.5만원
- 투어 17만원


국경으로 향하는 미니밴, 가장 좌측의 친절한 그
바다같은 호수 톤레삽, 캄보디아 씨엠립 - 수상가옥이 둥둥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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