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좋은 점은?
책을 다시 읽는 건 어려운 짓이었다.
과연 다 읽은 책을 다시 읽어야 할까? 이 질문에 나는 '이미 다 읽었는데 더 얻어갈 내용이 있을까'라는 답변을 먼저 생각했다. 다른 책을 읽어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겠다는 답변도 생각났다. 한 권을 얼마나 흡수했는지보다 몇 권을 읽었는지 신경을 쓰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다시 펼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독서량이 1년에 50권이 넘어간 시점이었다. 이제 스스로 생각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고 싶었다. 생각의 변화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음으로써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독서량을 늘리겠다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었다.
과거에 읽은 책들 중에서 <언스크립티드>라는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독서를 습관으로 만든 시점인 1년 전에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읽은 책이니 만큼, 내 생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부'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이 책을 고른 이유다. <언스크립티드>는 <부의 추월차선>의 후속작이다. <부의 추월차선>의 내용이 주로 '부'였던 만큼, 후속작에서도 비슷한 주제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부에 관심이 있는 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는 이 책이 정신을 차린 계기가 되었지만 책의 내용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독서 실력과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책을 다시 한번 읽음으로써 내용들을 좀 더 흡수하려고 했다.
그렇게 책을 다시 읽었다. 즉, '재독'을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재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재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을 공유하려고 한다.
실제로 책의 내용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먹고 놀기만 하지는 않았나 보다. 1년 동안 50권의 책을 읽고, 생각을 독서노트에 쓰고, 유튜브도 자주 봤던(?) 덕분에 지식이 늘긴 했다. 과연 재독을 하면 어떤 점이 더 좋아질까?
1. 1년 전에는 '워드프레스'가 뭔지 몰랐다.
책에서 언급된 '워드프레스'가 홈페이지 제작에 유용한 툴이라는 걸 지금은 검색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 당시에는 '워드프레스'가 뭔지 몰랐어도 구글에 검색해보지도 않고 그냥 넘겼다.(...)
2. 데자뷔를 느꼈다.
진짜 변화는 정체성과 자기로부터 온다. 책이나 유튜브의 반복 시청을 통해 시동이 걸리는 외부 동기 부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당신은 먼저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언스크립티드> p.236
'어, 이 내용 어디서 읽었더라?' 하는 게 많아진다.
이 내용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내용과 비슷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정체성을 먼저 확립하고, 그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습관을 만들어 내라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책의 내용과 비슷한 맥락이 나오자 데자뷔를 느낀 것이다.
3. 실력이 조금 쌓이는 게 느껴진다.
<언스크립티드>에서는 '과정 중시 원칙'이라는 개념이 언급된다. 어떤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그만큼 꾸준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만들어 내는지 설명한다. 역시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말하는 습관 만들기의 내용과 비슷했다.
저자는 우리가 부의 추월차선으로 얻게 되는, 얻어야 하는 5가지의 자유를 설명한다. 자유에는 일로부터의 자유, 결핍과 경제적 곤궁으로부터의 자유 등이 있다. 자유를 쟁취하라는 내용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머니>와 같은 다른 경제경영분야 자기계발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제였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비슷하지만 새롭게 읽게 되니, 스스로 좋은 책을 읽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실력이란 게 어느 정도 쌓였다는 것도 느껴졌다.
4. 색다른 분야에 흥미가 생긴다.
생존자 편향, 우상 중독, 일반화의 오류처럼 책에서 언급되는 심리학 관련 내용도 반갑게 느껴졌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란 책에서 익숙해진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독서량이 별로 쌓이지 않았던 과거에 <언스크립티드>를 읽었을 때는 심리학의 내용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흥미도 없었다.
하지만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명저를 접한 뒤에는 바뀌었다. 심리학 관련 내용들에 흥미가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흥미가 생겼다는 것을 <언스크립티드>를 다시 읽은 덕분에 알게 되었다.
5. 동기도 다시 부여됐다.
저자는 부의 추월차선을 타야 되는 의미와 목적을 스스로 성립하라고 한다. 이는 인생의 의미를 정하는 것과 약간 비슷한데, 나는 <네 안의 작은 거인을 깨워라>라는 자기계발서를 읽었을 때 가치관을 정리했었다. 덕분에 그 당시 정리했던 내용들을 다시 보고,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6. 책의 내용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1년 전에는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자산 가치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솔직히 지금 봐도 어렵다. ) 이때 나는 그냥 책의 내용에만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어떤 것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2번째로 책을 읽을 때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어떤 것을 실제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7. 제일 큰 변화는?
제일 큰 변화는 책을 덮고 나서 나타났다. 처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만 불타올랐을 뿐이다. 막연한 욕망이었다. 두 번째로 읽었을 때는 어떤 가치를 만들고, 1명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만 명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물론 <언스크립티드>를 끝까지 읽고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읽은 건 아니었다.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책을 끝까지 읽은 후 곧바로 책을 다시 펴본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책을 다시 펴보는 것도 재독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후자의 개념으로 재독을 한 셈이다.
시간을 두고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여러 이점이 있다. 첫 번째로 예전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떤 믿음, 생각, 지식, 가치관이 변했는지 확인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또한 재독은 과거의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책이나 독서 노트에 생각을 적어놓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 적었던 생각을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를 돌아보았다. 책을 읽었던 당시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과거에 썼던 일기를 우연히 꺼내서 읽었을 때의 느낌과 같다.
가끔은 독서량에 욕심을 버리고
덮었던 책을 다시 읽어 보자.
여담으로, <언스크립티드>는 내가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이 책의 주제는 '각본이 짜인 삶'에서 탈출하라는 것이다. '각본이 짜인 삶'은 계속 남의 밑에서만 일하고, 오로지 시간 대비 노동력으로만 돈을 벌어 경제적 자유를 가지지 못하는 삶을 말한다.
인생에서 자유를 얻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참고
<언스크립티드> - 엠제이 드마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