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을 배우는 방법 중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많은 책을 읽을수록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이런 과정을 '안경을 써본다'라고 표현한다.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은 어떠한 안경을 써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의 모든 안경을 써볼 수는 없다. 명저라고 해서 내 독해력에 알맞지 않은 책을 무작정 읽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이 바로 <부의 인문학>이다. 나는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이 책의 표지를 보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책의 표지에는 여러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대부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다. 저자는 여러 경제학자들의 책을 읽고 부에 관한 어떤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처음엔 인문학 책인 줄 알았다. 책의 제목에 '인문학'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문학 책이라고 하면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읽기 꺼려하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이 책은 꽤나 쉬웠다. 책을 읽으면서 인문학 책이라는 느낌도 받지 않았다.
제목에 인문학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는 인문학적 이야기를 투자의 관점에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사실 전체적인 내용은 인문학의 내용보단 부동산, 주식, 일반적인 경제지식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얻은 통찰을 저자의 관점을 덧붙여서 책에 쉽게 녹여 썼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주식,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
투자에 관한 통찰을 얻고 싶은 사람
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은 사람
일반적인 경제/재테크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돈의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시드머니가 있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서울에 부동산 투자를 하라고 책에서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투자하려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있는 분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꼭 부동산 투자에 생각이 없더라도, 부를 축적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나 또한 아직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부동산 투자지식이 아니더라도 여러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다양한 부의 관점들을 알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저자와 여러 경제학자들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저자는 여러 대가들의 통찰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전에, 지금까지의 독서로 만들어간 자신만의 부의 관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의 관점은 '진짜 자산'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여전히 화폐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실물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부자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다. (p.36)
이런 메커니즘이란 무엇일까? 바로 금본위제가 아닌 지금의 화폐 시스템을 의미한다. 금본위제는 '금 1온스 = 미국 35달러'와 같이 금과 화폐의 교환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도다. 금본위제가 아닌 현재의 화폐 체계 아래서는 마음껏 돈을 찍어낼 수 있다.
돈을 찍어내는 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은 늘어난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러나 실물 자산인 부동산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떨어지진 않는다. 물건을 사는 가격인 물가가 오르듯이 부동산의 가격도 똑같이 오른다.
실제로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진짜 자산'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 물론 모든 게 그런 건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은 그랬다. 미국, 일본 등 각국의 종합 주가지수도 그랬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화폐 체계에서는 저축으로 화폐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진짜 자산'인 부동산, 주식 등을 보유하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인플레이션 등의 이유로 실물자산의 수익률이 저축의 수익률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을 가졌다.
저자는 자신의 관점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 투자에 관한 통찰을 배운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제학자들로부터 어느 것을 배운 것일까?
마이클 포터는 '전략적 사고'를 중요시한 경영 분야의 대가다. 마이클 포터가 소개한 5가지 경쟁 요소는 우리가 어떤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지 도움을 준다. 5가지 경쟁 요소는 한 기업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측정하는 지표다. 5가지 요소가 경쟁이 적다는 신호를 나타낼 때 기업은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이 경쟁 요소들을 무시하고 그냥 열심히 하다간 아래 문장과 사진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고 만다.
이길 가능성도 없는 싸움을 선택하여 무조건 열심히 하면, 망한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은 돈을 좀 벌만하면 후발주자가 생겨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노래방, PC방 등이 이런 사업이다.)
이러한 신규 진입 위협을 낮추기 위해 기업은 진입장벽을 높인다. 대규모로 생산해서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거나, 특정 시장을 통째로 선점하여 독점을 하는 전략을 써서 진입장벽을 높인다.
경쟁기업이 적을수록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제로 투 원>의 저자이자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은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고 언급했다. 독점기업이야 말로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만큼 발전에 투자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고객들한테 전달할 수 있다.
기업이 만든 상품을 누가 사는지 고려해야 한다. 상품의 구매자가 '갑'인 경우,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 '갑'이 그 상품을 구매하는 대신에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단가 경쟁을 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5가지 경쟁 요소에는 공급자의 교섭력, 상품 대체 위협이 있다. 마이클 포터의 5가지 경쟁요소는 우리가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척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사고는 개개인도 활용할 수 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 어느 시장을 독점할 것인지, 경쟁을 한다면 어디에서 이길 것인지, 이기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지, 모두 마이클 포터의 안경을 써서 바라보면 좋을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인간은 고독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고 언급한다. 주식이나 비트코인 투자를 할 때, 우리는 항상 불안하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정보를 습득하는 게 좋은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귀찮거나 불안하다. 누군가가 오르거나 내리는지 정답을 알려줬으면 한다.
그래서 유료 주식 리딩을 받고, 유료 텔레그램 리딩방에 가입을 해서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딩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좋다. 나도 유료 리딩방에 들어가서 투자를 해본 경험이 있다. 운 좋게 돈을 벌 때도 있었지만, 잃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유료 구독으로 수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결국 유료 구독은 비용이다. 비용을 줄이려면 정보를 받기만 하고 지속적으로 전문가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노력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불안을 해소하려고 권위에만 복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앞서 이 책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언급했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통찰이 바로 부동산 투자자들한테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도시가 번성한다고 말한다. 도시의 무엇이 사람을 즐겁게 만들까? 음식문화, 패션문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대도시일수록 레스토랑이 많다. 흥미로운 카페와 음식점, 술집은 어디에 많은가?
많은 사회적 교류와 다양성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옷이 더 필요하다. 패션의 중심은 어디인가?
부유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이 발달한 도시는 어디인가?
미혼자가 많고 짝을 만나기 좋은 장소가 많은 도시는 어디인가?
이 모든 것을 넘어, 인재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많은 도시는 어디인가? 떠오르는 지역은 각자마다 다르다. 떠오르는 그 지역에 집중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면 된다. 나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과 홍대가 떠올랐다.
하지만 자본금이 충분치 않으면 서울의 두 지점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몇 천만 원을 가지고 강남구나 마포구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눈을 지방으로 돌려야 한다. 지방의 도시들 중에서 저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지역을 찾아보자.
대니얼 카너먼은 명저인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은 생각을 할 때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으로 나누어서 생각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은 무엇일까?
빠른 생각은 직관적이다. 가령 우리가 어떤 사람의 표정을 읽고 저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 빠른 생각이다.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기도 전에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느린 생각은 노력이 필요한 생각이다. 가령 39x942를 계산할 때 사용된다.
빠른 생각은 이름 그대로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온갖 편향과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면 빠른 생각이 유발하는 손실 회피 편향은 우리가 손실을 직관적으로 꺼리게 만든다.
손실 회피 편향을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것을 유추할 수 있을까? 손절매를 못하고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투자자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편향을 피하려면 투자를 할 때는 최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느린 생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저자는 손실 회피 편향 외에 여러 편향과 오류들을 투자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예전에 나도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 봤는데, 투자의 관점으로 이 책을 읽지는 않았다. 아니, 투자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확실히 좋은 책이다. 좋은 책들을 특정한 관점으로 읽을 때 비로소 훌륭한 책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안경들을 수집하는 게 개인적인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안경들, 즉 다양한 관점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저자는 여러 경제학자들의 안경들을 건네준다. 여러 안경을 건네줌으로써 어떤 관점이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거인들의 통찰은 깊이 있는 개개인의 통찰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부의 인문학> - 브라운스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