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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두달홍천살이 Sep 04. 2020

쓰레기로 가득한 양곤을 새롭게, 에밀리와의 만남

양곤 뒷골목을 바꿔 나가고 있는 공공 단체, Doh Eain 

쓰레기로 넘쳐나는 미얀마 양곤의 현실 


쓰레기 처리는 한 국가의 도시가 성장하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쓰레기의 규모는 점점 늘어난다. 사기업들이 온갖 포장재료로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소비하고 버리기 때문이다. 도시가 인공적 시스템을 갖춰 나갈수록 자연 순환계와 단절된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 또한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시 안에 체류하며 악취를 만들어 간다. 결국 도시 공공 행정가는 도시 안에 끊임없이 증폭되고 체류하는 쓰레기가 모두 수집되고, 땅으로 돌려보내 지거나 재사용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 숙명을 안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개발도상국 국가의 도시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여지가 없다. 이미 해결할 다른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양곤의 모습


현재 양곤은 YCDC(Yangon City Development Committee)라는 양곤 도시개발 위원회가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수집 및 처리에 근무하는 인력의 업무 역량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아침마다 형광 색 유니폼을 입은 청소부들이 리어카에 빗자루, 걸레 등 청소도구를 싣고 맡은 구역을 걸어 다니며 쓰레기를 쓸고, 마을 골목 곳곳에 놓인 주황색 쓰레기 통을 청소한다. 마을 곳곳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모인 통에는 나뭇가지, 음식물, 전자기기, 목재 등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아직까지 분리수거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다. 저걸 다 분리하고 처리할 걸 생각하니 내가 다 머리가 아팠다. 


청소부들이 지나간 자리는 겉으로 깨끗해 보였지만 여전히 하수구 안은 쓰레기가 둥둥 떠 다니는 등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였다. 내일이면 청소 전 똑같은 상태로 돌아올 것이었다. 가장 현장과 밀착되어 일하는 직원들은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면서도 가장 하급의 대우를 받고 있는 듯했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어 보였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업무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는 걸까 싶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 당국은 이러한 인력을 모아 놓고 정기적으로 교육 및 기술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내가 양곤에 살면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찍은 사진들이다. 

양곤에는 분리수거라는 게 없다. 모두 다 이 주황색 통으로 들어 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골목 안 주거지의 쓰레기 배출장소,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이 어린 아이다
또 다른 종류의 쓰레기 배출장, 온갖 것들이 이곳에 버려진다
양곤 순환열차가 지나 다니는 길에 버려진 생활 쓰레기, 그리고 철로 주변에는 불법 거주 빈민들이 살고 있다
도시 곳곳에 흐르는 물들 위에 가득 찬 (플라스틱) 쓰레기들


미얀마 쓰레기 관리 현황에 도움이 된 연구 자료 



네덜란드에서 온 change maker, 에밀리를 만나다!


미얀마의 쓰레기 및 환경 문제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미얀마 내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 변화 운동 사례들을 학습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어느 날 코이카 현지 직원 중 한 명이 내가 도시 쓰레기 문제에 관심 있다는 걸 알고 지역 신문에 보도된 한 사례를 소개해 줬다. ‘에밀리’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출신의 한 여성이,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가득한 양곤 시내(downtown) 17번가 주거지 뒷골목에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여 아름다운 벽화와 정원을 조성한 사례였다. 거주민들의 책임이 결여되기 쉬운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고자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 인식을 바꿔 나가고 있었다.

 

변화되고 있는 건물 사이의 공간. 왜 늘 굳게 잠가 놓는지. 군부 때 주민들간의 소통을 방지하고자 공간을 폐쇄했다는 이야기도.


그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주말에 시간을 내 직접 그 장소를 찾아갔다. 에밀리가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이렇다. 개인 사정으로 아파트를 보수하는데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친구네 가족의 재정 계획 및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한 후에 친구가 더 나은 상황에 놓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낡은 집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좋은 가격에 임차가 된 것이다. 이후 소문을 들은 주변 지인들은 에밀리에게 비슷한 컨설팅 의뢰를 하기 시작했다. 에밀리는 양곤의 유산지를 보수하면서, 사람들의 주거 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다. 그 뒤로 그녀는 17번가의 한 건물에 사무소 겸 연구소를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관계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Doh Eain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변화된 공간, 식물들로 가득하다
다른 두 세상의 경계에서 
앞으로 변화 되어야 할 뒷 골목...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오고 싶은 곳으로

한 마디로 내가 평소 꿈꾸던 모습이었다. 내가 가진 재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재정적 독립을 책임지고, 일상적으로 개인의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지역사회 운동을 하는 것. 나의 꿈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앞으로 현재 내가 맡은 일에 성실히 임해 나만의 전문 분야를 쌓아 나가자고 다짐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에밀리는 4월 초까지 정원을 넓히는 사업 진행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인데, 나도 언젠가 해내겠다는 의지의 차원에서 있는 자금을 조금 모아 기부를 했다. 이렇게 뿌듯한 기부가 있을 수 없었다. 내가 기부한 자원이 어떻게 쓰일지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장소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장소에 부여하는 인식에 따라 관리된다. 아무리 상식적으로는 깨끗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공간이라도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으면 사람들은 그곳을 쓰레기장이라고 인식하고 만다. 그리고 아무리 그럼 안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눈에 보이는 그러한 상태를 인정하고 만다. 이럴 때 외부에서 온 방문객의 인식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촉진제로 작용하게 된다. 나는 외부인으로서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내 변화를 직접 만들어낸 에밀리가 존경스러웠다. 미얀마에는 내 꿈을 빚는 데 도움이 되어줄 멋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현장 사진들이다 


아이들의 놀 장소가 부족했던 양곤이 변화하고 있다 


현지인들의 참여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현장 모습들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 뒷골목


Doh Eain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DohEainYGN/

http://www.doheain.com/


Doh Eain 프로젝트 관련 보도 기사 

https://www.mmtimes.com/news/traditional-crafts-beautify-yangons-alleywa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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